꽃밭 만들고 싶은 날

by 박 혜리


머리에 꽃을 왕관처럼 두른 여인과 꽃을 밑천으로 그린 화가는 생전에 이렇게 말하였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는

지워지지 않아요라고


그런 날들이 있었다


아침 출근길마다 달달한 솜사탕처럼 입을 내밀며 입맞춤하던 그와 나


둘이 닮은 모습에 옆집에 사는 그녀는 오누이인가 하여 더랬다


오누이처럼 닮은 선녀와 나무꾼의 집 문밖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딴 맥주캔들이 병정처럼

줄을 섰는데


술을 좋아하지 않아 자주 마시지 않는다는 말은

빈말이었는지


신혼을 망각한 젊은 노새는 한번 어울렸다 하면



오경의 끝자락인 묘시에 만취한 다람쥐가 되어 집으로 기어들었다


무슨 일이나 있나 노심초사하며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기다리던 새색시는 아무 일 없음이 감사하면서도 자정까지는 꼭 들어오라 일침을 날렸는데


해산일이 다가오자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배에

양수가 먼저 터진 날


미리 책을 읽고 선배 언니들에게 물어 알고 있던 선녀지만


소변이 새어나 듯 두 다리사이에서 뭔가 흐를 때는 깜짝 놀랐었다



아이가 나오려나보다 직감을 한 그녀는 얼른 집으로 오라며 나무꾼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자기 배가 아프지 않아서 그런지 느긋한 목소리의 나무꾼은 아직 퇴근시간이 멀었다며 기다리라 한다


아이는 곧 나올 기세로 요동을 치는데 마음이 바쁜

선녀는 택시를 타고 혼자 병원으로 달려갔으며


나무꾼의 바람대로 퇴근시간이 지나 세상 빛을 본 첫째처럼 둘째는 주말에 태어나 둘 다 효자아들이 되었다


신혼을 지나 아장아장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는 젊은 날에


조막만 한 아이를 등에 업은 선녀는 아침 점심 저녁 삼시세끼 밥을 지으려면 장을 봐야 하는데


양손을 허리에 대고 뒷짐을 진 눈치 없는 나무꾼에게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 선녀는



옆집에 사는 언니에게 잠시 아이를 맡기고

자전거를 배우러 나갔다


운전면허는 있었지만 차를 살 형편이 못 되는

젊은 날의 선녀는


자전거를 끌고 잔디 깔린 공원으로 나갔는데


운동장처럼 느른 공원에서 팔꿈치와 무릎이 까여 피멍이 들며 혼자 자전거 타는 법을 터득하였다


그렇게 아이들이 잠을 자는 사이에 자전거를 타고 쏜살같이 시장을 다녀와 밥상을 차렸는데


현관문에 매달린 세 마리의 어린 돼지를 품 안에 안은 어미를 볼 때마다 내 모습 같다는 생각을 하는

선녀는


신혼처럼 달콤해야 하는 시절을 행복하게 보내야 앙금이 남지 않는다는 명언을 기억하며


아무 생각 없는 사랑꾼이 아무 날도 아닌 날에


화가가 그린 꽃처럼 예쁜 꽃다발을 선물한 젊은

날로 되돌아간다면



나무꾼이 안겨준 꽃다발을 풀어헤쳐 머리에 꽃을 두른 여인처럼 다시 머리에 꽂아 꽃밭을 만들어 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