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단순한 윤곽으로
두 눈은 검은 구멍으로
입술은 흐릿한 얼룩으로
육체는 늙고 썩어 없어지는 것
캔버스에 그린 붓자국만이
유일하게 남는 것
네 살배기 어린애였을 때
계단에서 굴러 평생 다리 절게 된 그녀
학교 다니기 어려울 만큼 가난했지만
우울한 마음 그림으로 옮겼다
스케치북에 그린 토끼와 고양이
남다른 소질 본 가정교사
미술 배우기 권하였는데
불타는 열정 인정받아 승승장구하던 중
장애로 인하여 첫사랑과 헤어진 그녀에게
다가온 열아홉 살 어린 영혼의 동반자
또래의 연인 만나 다시 이별 고하였다
사랑의 열병 지나간 자리
감정과 경험 그린 젊은 날부터
죽어가는 자기 모습까지 그린 그녀
오직 붓과 물감에 의지하여
삶, 사랑 묘사하다 세상 떠났다
홀로 거울 앞에 선 그녀
주름지고 늙은 여자
이 세상에 없지만
그림 여전히 형형하게 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