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열기는 차마 삼키기 어려운 절망
지난밤 왈츠를 추던 비가 그치고 무도회를 멈추자
붉은 태양이 백일홍처럼 다시 떠올랐다
아침을 깨운 햇살은 까무룩 누그러져 손을 들어 차양을 만들자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구름 수줍은 듯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네는데
물레방아처럼 도는 사계는 약속을 잘 지키는 손님
염소수염 같은 앞섶을 풀어헤친 옥수수를 삶아 하모니카를 불고
고봉밥처럼 쌓아 올린 아이스크림이 녹을세라 너도 나도 물웅덩이를 만들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바람이 도둑고양이처럼 창문을 넘어 목덜미를 간지럽히자 고개를 내민 백일홍 살포시 안부를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