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해질 수 있는 용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응원한다

by 박 혜리


드라마를 자주 보지 않는 나는 먼저 잠자리에 드는 데 퇴근을 해서 티브이를 보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남편이 괜찮다고 추천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손꼽을 정도로 내게 재미와 흥미 그리고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극 중 우영우 대사>

"사람들은 너와 나로 이루어진 세계에 살지만 자폐인은 나로 이루어진 세계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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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똑바로 읽어도 우영우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변호사 우영우는 먼저 이렇게 자기소개를 한다.

이렇게 각각의 글자를 조합해 보면 별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모아놓고 보니 앞뒤가 똑같은 글자들의 조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27세의 나이에 천재적인 기억력과 동시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우영우는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한 명석한 두뇌를 인정받아 법무법인 한바다에서 신입 인턴 변호사로 일하는데 보통사람들의 일상이 그녀에겐 어렵고 낯설다. 인턴으로 일하는 사무실이 있는 빌딩 회전문을 통과하는 것도 어렵고 소근육이 발달되지 않아 생수 뚜껑 따는 것도 쉽지 않으며 사람들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하고 대화를 오래 지속하기 힘들다. 대화중에는 다른 사람 말을 따라 하는 반향어를 구사하며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데 상황에 따라 못 할 때도 있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하고 마는 캐릭터다.


감정이 서툴고 사회성이 떨어지지만 고래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우영우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들이 현상에 집중하느라 본질을 잃을 때마다 고래를 통해서 지혜를 얻는데 우영우에게 고래는 그리움이자 휴식이며 지혜의 보물창고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자폐와 비상한 기억력이라는 장점으로 일상의 언어보다 법전을 외우며 관계를 배우는 우영우는 법의 잣대는 차별 없이 공평해야 한다는 앞에서 읽어도 우영우 뒤에서 읽어도 우영우인 이름의 은유처럼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고민한다.


아버지 후배의 도움으로 취업한 것을 두고 동료 변호사는 자폐인이기에 정당한 수순을 밟지 않은 낙화산이라며 역차별이라는 주장을 하는데 최수연 변호사는 능력 있는 변호사를 채용하지 않은 우리 사회가 우영우에겐 넘을 수 없는 벽 즉 차별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normal만이 정상이라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너는 로스쿨 시절부터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나를 속이거나 놀리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노력해.

지금도 너는 내 물병을 열어주고 다음에 구내식당에 김밥이 나오면 알려주겠다고 해.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라고 우영우는 로스쿨 동기인 최수연 변호사에게 '봄날의 햇살'이 란 별명을 지어주는데 보통의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른 말을 하기 쉽지만 우영우의 진심이 담긴 솔직한 말은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우영우의 상사인 변호사 정명석은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을 후배 변호사가 알려주면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선배인 시니어로써의 모범을 보이고 생수병을 따주며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대신 항변하는 최수연의 모습은 직장에서의 따뜻한 동료애를 느끼게 하였다. 좋은 감정을 가지고 다가오는 송무팀 이준호에 대한 감정상태를 우영우의 친구인 동그라미는 친절한 자문을 하는데 수호자이자 멘토 같은 이들과 함께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리라 믿는다


뜻하지 않은 일로 수술과 치료를 받으면서 발효음식을 배우고 운동과 필요한 영양제를 찾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며 혼자 보낸 시간은 몸의 변화와 함께 무너지려는 마음을 돌보고자 내 안으로 침잠한 시간이었다. 상처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더 잘 치료할 수 있다는 말처럼 아프고 힘든 시간을 지날 때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지인이 속내를 털어놓는 것을 들으며 세상에는 겉보기보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었는데 정상인이든 비정상인이든 누구나 마음의 병을 앓을 수 있기에 나는 수많은 우영우 를 응원한다.


우리가 모두 스티브 잡스나 고흐가 될 순 없지만 각각의 악기가 모여 하모니를 이루는 오케스트라의 일원임을 상기하면서 세상이 온통 세모의 모양으로 이루어졌다면 곡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어렵듯이 자폐로 인해 세상의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운 우영우 변호사가 편견 없이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볼완전하기에 우리는 특별한 존재임을 기억해야겠다.


곽티슈의 올라온 화장지를 곧게 펴는 우영우 변호사처럼 삐뚤어진 것을 보면 마음이 불편한 나는 친구들의 모임에서 가끔 두 번씩 물어보는데 내가 어떤 스펙트럼을 가진 존재인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