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보내면서

by 박 혜리


추석 명절을 맞이하여 때 이른 추석 대목에 나는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기 위하여 남편과 함께 장을 봤었다. 어시장에서 생선과 해물을 사고 나물거리와 과일을 사느라 지난 한 주가 제법 바빴는데 차례상은 모시지 않지만 추석 전날 일찍 일어나서 나는 남편의 입맛에 맞추어 두부와 함께 해산물을 넣어 탕국을 끓이고 데친 채소로 몇가지 나물을 무쳤으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튀김을 하였다. 프라이팬에 생선을 굽고 마지막에 고기를 함께 차리니 식탁이 푸짐하였는데 나는 맛있게 먹는 가족의 얼굴을 보니 행복하였다. 음식을 먹고 나면 큰 아들과 남편이 번갈아 설거지를 도와주었는데 연휴의 마지막 날에는 수고하는 아내를 위하여 남편이 외식을 하자고 하여 나는 기분 좋은 추석을 보내었다. 이번 한가위는 오랜만에 밝고 환한 달을 볼 수 있다 하여 밤이 깊어갈 무렵에야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민 희미한 달을 보면서 나는 남편 하는 일이 잘 되는 것과 가족의 건강을 함께 빌어 보았다. 해마다 명절 차례상은 큰 형님댁에서 모셨는데 시어머니께서 아흔넷의 나이로 지난해 별세 하신 후 아버지뻘 되시는 손자까지 본 시아주버니께서 앞으로 명절은 각자의 집에서 보내고 제사 때만 모이자 하여 추석을 보내고 나면 나는 맑은 날을 택하여 납골당에 모신 시부모님 산소를 다녀와야겠다.


내가 어릴 적에 나의 고향에 추석이 다가오면 먹을 것이 귀하여 껍질을 벗긴 땅콩과 함께 맵쌀을 뻥튀기하여 부풀러진 쌀과 함께 물엿을 넣은 강정을 집집마다 한 자루씩 만들어 명절동안 간식으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 피자나 햄버거 등 요즘처럼 평소에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가 넘치는 시절이 아니었기에 때 맞추어 먹는 음식 말고는 명절에만 먹을 수 있는 빛깔이 고운 강정을 들고 우리는 크게 웃었는데 떡이나 부침개는 추석 같은 명절 때에만 구경할 수 있기에 우리는 더욱 명절을 손을 꼽으며 기다렸다. 명절이 되면 아랫마을에 사는 작은할아버지 가족과 우리 가족은 종손인 큰댁에 모여 함께 차례를 모셨는데 솜씨가 좋으신 큰 어머니는 많은 음식을 하고 손님을 치르느라 며칠 동안 큰집은 고소한 음식 냄새로 가득하였다. 추석날 아침에는 깨끗한 한복으로 갈아입은 큰어머니와 엄마는 방 안에 앉아 계신 조부모님을 향하여 이마에 손을 모으고 대청마루에서 큰 절을 올렸는데 마지막에 손자들이 큰 절을 하고 나면 할아버지 할머니 세뱃돈을 주셨다. 한가위 같은 명절에 세뱃돈을 받으면 이것으로 무엇을 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하였는데 일찍 시집을 간 언니들을 대신하여 두 살 위의 사촌언니와 나는 친척들이 올 때마다 큰어머니가 내어주시는 그릇들을 힘든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설거지를 하였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았지만 부모님을 공경하는 예가 있었고 한 마을에 형제가 모여 살며 농사일을 서로 거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리운 시절이 되었다.


세월이 흐른 만큼 세상도 변하여 간소하게 차례를 지내고 아니면 긴 연휴를 이용하여 여행을 가는 등 명절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추석 같은 명절에는 민족의 대이동이라 하여 차가 밀려도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한 꾸러미 선물을 사 들고 찾는 것은 그리운 사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내가 중년의 나이에 이른 지금 큰집 할아버지를 비롯하여 고향에 계시던 친지분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남은 것을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나도 나이를 먹었고 몸이 예전만 못하니 전만큼 고향을 자주 찾지를 못하였는데 명절날 좋지 않은 풍습은 버리고 좋은 것은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들면서 엄마가 좋아하시는 쇠고기와 과일을 사들고 가까운 날에 나는 엄마 얼굴을 뵙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