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생활

by 박 혜리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한 스푼의 차를 띄운 찻잔에 따뜻하게 끓인 물로 우려낸 녹차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따뜻한 햇살 사이를 날아다니는 새소리를 들으며 선선한 날씨에 숲이 우거진 오솔길 걷는 것을 좋아한다. 잠자기 전 전등을 끄고 굿나잇 키스를 하며 막내와 허그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식구들이 모두 잠자는 이른 주말 아침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스트레칭을 한 후 사방이 고요한 시간에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식구들이 직장과 학교에 가고 나면 설거지와 집안일을 하며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린 날에는 연애할 때를 떠올리며 멜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미리 만날 약속을 잡아놓고 기다리다 퇴근한 친구와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난 후에 불빛이 은은한 카페에서 차를 시켜놓고 얼굴을 맞대며 도란도란 담소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색다르게 만든 계절 김치나 정성 들여 만든 별미를 맛있게 먹는 가족의 행복한 얼굴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에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유튜브로 좋아하는 목사님이 설교하는 것을 매일 듣는 것을 좋아한다. 커피 알레르기가 있어 자주 마시지는 못하지만 더운 여름날 얼음을 띄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쌀쌀한 날씨에 커피 향이 좋은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손으로 감싸고 홀짝이는 것을 좋아한다. 길을 걷거나 산책을 할 때 반짝이는 햇살에 빛나는 싱그러운 나뭇잎 보는 것을 좋아한다. 열어놓은 창문의 바람을 맞으며 굽이 굽이 골목길 같은 국도를 흘러간 팝송을 들으며 드라이브하는 것을 좋아한다. 간지럼을 태우면 큰 웃음 터트리는 막내의 맑은 웃음소리와 따뜻한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것을 좋아한다. 멋을 낸 옷차림으로 가끔은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저녁을 먹은 후에 불빛이 은은한 가로등이 켜진 호수의 둘레길을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조각 케이크나 작게 부친 감자전을 담을 수 있는 테두리가 이쁜 접시를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지에서 낯선 풍경을 바라보거나 넓고 푸른 코발트빛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 듣는 것을 좋아한다.


오래전 시골에서처럼 여름에 나오는 옥수수와 가을에 나오는 햇땅콩을 삶거나 쪄서 간식으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책장이나 매대에 누운 책들이 있는 서점을 어슬렁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여름에는 화사한 꽃무늬가 잘게 어우러진 원피스 입는 것을 좋아하고 가을에는 트렌치코트나 댄디한 가죽점퍼 입는 것을 좋아한다. 메타세쿼이아가 양쪽으로 푸르게 늘어진 가로수길의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기 하는 것을 좋아한다. 길가의 창이 넓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가끔은 아이와 함께 토마토 리소토 먹는 것을 좋아한다. 붉은 노을처럼 단풍이 든 찬란한 산을 바라보거나 억새풀 우거진 산에 올라가서 갈댓잎이 우우하며 내는 바람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베란다에서 키우는 초록 초록한 다육이와 집안에 있는 물기 가득 머금은 화초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책을 읽을 수 있고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편하게 잠들 수 있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나의 집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나는 몇몇 사람을 많이 좋아하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며 곱게 나이를 들며 막내가 대학에 가면 손을 잡고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