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곳은 적도 근처에 있는 작은 도시다.
집에서 회사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회사에서 살라는 동료의 말!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여겼는데...
그 말이 씨가 됐다...
그제 자정에 도착해서
시차 적응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한 근육 운동을 했더니
몸이 나른했다.
갑자기 1시간 20분 걸려 집에 가는 게 부담스러웠다.
정말 싫었다.
그 시간에 그냥 잠을 자지...
집에 도착해서 잠을 자는 건 좋은데,
내일 아침에 혼잡을 피해서 다시 새벽같이 나올 걸 생각하니,
뭐하러 사나 싶었다.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회사 안에 낮잠 자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지도를 검색하고, 가봤다.
밤 8시가 지난 회사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용했다.
구석에 있는 작은 방은
내가 사는 집보다 더 좋았다.
침대도 그렇고, 조명도 그렇고,
냄새도 나지 않았다.
이게 회사라는 것만 빼면,
3성급 호텔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쭈뼛쭈뼛하다가
들어섰다.
막상 들어가서 침대에 앉는데,
그냥 예전부터 나를 위해 준비된 침대 같았다.
그래서 몸을 반쯤 눕혀보았다.
눈이 반쯤 감겼다.
낮잠을 자라고 만든 공간에
밤잠을 자러 오는 사람은 나뿐이려니...
그럼 어느 정도 밤 새 프라이버시는 보장이 될터...
마음이 편해지면서...
눈이 스르르 감겼다.
살다 살다...
회사에서 잠을 잘 줄은 몰랐다.
그런데 이렇게 내 집보다 더 편하다는 게 더 놀라웠다.
그만큼 내가 사는 곳이 누추한 것도 한몫 거드는 게 분명하다.
내일은 회사 안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만약 그것만 확보된다면,
방을 빼고, 회사에서 기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싶다.
설마...
세탁기가 있겠어...
아... 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