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소지나 Jan 28. 2023

[영화 시라노] 딘클리지의 리얼 짠내 러브스토리

Miso Movie Story


피터 딘클리지였기에 가능한 리얼 짠내 러브스토리
피터 딘클리지의 연기와 헤일리베넷 얼굴이 꿀잼포인트인 영화 시라노

(시라노연애 조작단 아님 주의)

조금은 올드한 영화일 수 있는 시라노
글쎄.. 아주 오랫만에 촌스러울법도 한 클래식한 라브스토리를 보니
정말 지금까지도 찌질한 나의 연애 행각기가 스치듯이 지나가며 
록산은 언감생심 시라노와 블루투스 동기화가 되었다지.

짝사랑 전문가였던 나로서는 너무 가슴 미어지고 
오장육보 깊숙한 곳이 저릿해지는 그런 영화였다.


어디서 봤드라.. 강남CGV에서인가 
나의 첫 혼영화로 본 시라노는 혼영화의 매력을 알게 해주었다.
누군가랑 같이 가서 봤으면 시라노에 동기화 된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록산같은 삶을 산 척 했을 것이다..
록산같은 애들은 전교에 1명 있을까 말까했지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가 다 시라노이지 않았나, 하면 많은 논란이겠지만 사실이잖아..
강남 CGV는 스크린이 엄청 크지도 사운드가 엄청 짱짱하지도 않았지만
그 때문인지 더 귀를 열고 집중하게 되는 아주 잔잔한 뮤지컬 영화였다.

렘브란트의 작품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영상미,
그 시절 미술작품에서 튀어나온 듯한
록산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넋을 놓고 봤다지..

편지를 읽는 록산을 중심으로 세 남녀의 화면이 겹쳐지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시대의 건물과 록산의 아름다운 모습 그리고 화려한 의상 
그리고 종이가 휘날리는 영상미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어 눈도 깜빡이지 않은 듯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 성당에서의 영상도.. 너무가 가슴 아팠다.



뻔하고 촌스러운 스토리임에도 내 안의 울림이 오래도록 남아있다.
집에와서도 그 여운은 그치지 않아 나도 누군가에게 찐한 편지 한장 써보고 싶은 밤이다.

시라노가 정말 찌질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마음이 아플 정도로 절절하도록 귀한 그 마음을 찌질하게 느끼는 
닳고 닳은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고 내가 좋아하는 한 시구절이 생각났기에 한번 가져와 적어본다..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래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도서평] 시키지 마라, 하게 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