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쏘쏘한 일상
아득한 겨울을 지나 공기가 조금은 따뜻해지려고 하는 그 사이 어딘가의 날이였다.
수원에서 양재까지 출퇴근하고 있던 나는 버스가 여유롭게 갈 수 있는 6시정도에 집에서 나와 회사로 향했다. 버스정거장까지의 거리가 애매해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그날도 어김없이 씽씽이라이더가 되어, 아주 자전거 타기 좋은 코스의 내리막길을 슝슝 달리며
찬바람을 만끽하고 있는데 해뜨는 시간이 늦어져 어둑어둑해진 골목이 조금 무서워서
두리번두리번거리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전거가 인도로 내다박고 있는것이였따.
내리막길이라 가속도가 붙어 바로 코앞에 SUV가 있는걸 보고
저건 절대받으면 안되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핸들을 틀었다.
그대로 자전거랑 내팽게쳐지는 와중에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손보다는 옷을입고있는 하체쪽에 하중을 실어서 바닥에 잘 넘어졌다.
와 한진아 진짜 잘넘어졌어!! 오 짱짱 이라믄서 순발력에 감탄했다.
암시롱않아 바로 가자! 하며 안도의 한숨을쉬며 나아가고 있는데,
어릴때부터 넘어지면 너무 창피한 나머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퍼뜩 일어나는 습관이 있는데
그날도 그냥 퍼뜩 일어나 손한번 탁탁 털고 별것없네 하며
바로 자전거를 다시 타고 아무렇지도 않게 출발했다.
넘어져서 쓸린 무릎쪽이 조금 쓰릿하긴 했지만 별 대수도 아니였다.
뼈라도 뿌러져서 병원갈 수도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내 상황은 아무일도 아니였다.
그렇게 회사를 도착해서 옆 짝꿍인 세희대리에게 넘어졌다 이야길 하면서 바지를 걷었는데
세상에 무릎에서 피가날정도로 까져있었다..
그런데 까져서 피가나는 내 무릎을 보고 놀래기는 커녕
이르케 피가나는 지경인데 전혀 아프지 않았던 나는 어미미소를 지었다.
내 정신이 몸을 지배했다 생각이 들 정도로 불필요한 일에는 아예 스위치를 오프해놓은 내가 대견하다.
너무 대견하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렇지만 또 한켠으로 스쳐지나가는 불안한 생각은,
그 외에일에는 너무 무뎌지지는 않았나,
내 아픈 몸을 챙길 겨를이 없을 정도로 지금 달려가고 있지는 않은가
잠시 쉬며 물한잔 마실 시간도 주지 않아, 언제고 쓰러질 수 있는 그런 상태지는 않은가
억지로 라도 한번쯤 돌아봐줘야 할 시기인 것 같다.
가장 소중한건 너의 건강이고,
건강을 잃으면 내가 하고싶은 모든 것들을 하지 못할 수 있으니 건강할 때 돌봐줘야 한다.
몸도 너의 소중한 재산인 걸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