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를 보내며..
2017년.. 복길이를 보낸지 일주일이 됐나..
엄마가 동물병원에서 유기견으로 있던 복순이를 데려왔다.
복길이가 간지 얼마나 됐다고 데려왔냐며
엄마한테 다시 돌려보내라며 큰소리를 쳐댔다.
복길이가 너무 슬퍼할 것 같아 화가 났다..
복길이 미모의 발톱만도 못한것이
집 여기저기 거닐고 있는걸 볼때마다 성질이 났다.
90년대 유행하던 촌쓰럽고 못생긴 요크셔가
어디서.. 복길이 밥그릇으로 밥을먹고
복길이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게 너무 꼴보기 싫었다.
수니는 내 속도 모르고 온정의 손길이
너무나 고팠던건지 사람을 너무너무 좋아했다.
내가 집에 들어와도 품에 펄쩍 뛰어들곤 했다.
한동안은 그럴때마다 발로 걷어차는 시늉을 하면서, 저리가라고 했다.
하지만, 몇일도 안지나서
사람한테 버려져놓고는 사람을 미친듯이 좋아하는
작고 초라한 니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작은걸 버려놔서 길바닥에서
요 작은게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 안쓰럽기 시작했다.
수니는 트라우마로 밤만되면 구석을 파고들어
바들바들 떨면서 잠도 못자고 어쩔줄을 몰라했다.
비오는날에 버려졌는지,
비만오면 사시나무 떨듯 떨며 불안해했다.
괜찮다고 이제는 괜찮다고
품에 꼭 안아도 진정이 잘 되지 않았다.
동생은 수니 성격이 우리집 강아지 답지 않다고
자주 말할 정도로, 심성이 착했다.
소심하게 눈치를 많이 보고 사람을 너무나 좋아했다.
한동안은 그렇게 소심하게 지내다가
맛난것도 많이 먹고 집에서 사랑 듬뿍 받으며,
우리의 일상에 완전히 파고들었을 때 쯤엔
식탐도 생겨 음식냄새만 나면 졸졸 따라다니고,
망나니같은 꾸기한테 성질도 부리고,
공도 던져달라고 귀찮게하고,
목욕하고 나면 기분 좋아서 매트 위를 딩굴댕굴 구르기도 했다.
동물도 표정이 있다. 행복한 아이들은 얼굴만 봐도 딱 그래 보인다.
수니는 분명히 행복한 얼굴로 바뀌어 갔다.
나이는 들어갔지만, 얼굴 표정은 해맑아져갔다.
그렇게 수니는 우리 가족이 되어
아빠가 큰소리를 내면 엄마 옆에 딱 붙어서
엄마를 지켜내 엄마 보디가드라고 아빠가 질투하기도 했다.
나는 서울살이를 접고 본집으로 들어왔다.
나의 꿈은 우리 꾸기,수니와
매일 숲으로 산책을 다니면서 자유로운 삶을 사는것이였는데,
잠시 동안이지만 그런 꿈같은 일상을 수니와 꾸기랑 만끽했다.
날씨 좋은날에는 수니와 꾸기와 맘껏 뛰놀 수 있는
집근처 시민의숲으로 산책을 나가면서
행복과 귀여움으로 들이찬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수원에 온지 며칠 안되었을 때..
원래 잘먹어 빵빵하던 수니의 배가 갑자기 크게 부풀어 올랐다.
나도 조금 이상하다 싶긴했는데 엄마도 걱정이 됐는지
배에 가스가 찬거 같다며 퇴근하고 늦게 와서도
매일같이 수니 배를 문질러 주었다.
나도 배를 문질문질 해주며 쑥쑥 내려가라 노래도 불러주었다.
그런데 배가 줄어들기는 커녕 더 커져서
걱정되는 마음에 동네 동물병원에 찾아갔는데
의사선생님이 아주 심각하신 얼굴로 나오셨다.
엑스레이를 보여주셨는데 종양으로 판정되는
하얗고 뿌연 무서운게..
그게.. 수니의 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청천벽력같았던 말기암 판정..
실오라기도 붙잡는 심경으로 한
CT검사에서는 확답을 받았을 뿐이였다.
설마했던 아닐거라고 믿고 싶었던
결과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때부터 수니를 보면 눈물이 왈칵났다.
왜 이렇게 착한 수니한테
이런일이 벌어지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너희를 행복하게 해주려 왔는데,
이제 나랑 매일 산책다니며 행복할일만 남았는데
그 날이 얼마 안남았다니 너무나 슬펐다.
며칠동안은 수니를 볼때마다 불쌍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수니야, 언제부터 아팠던거니
얼마나 아픈거니 얼마나 힘들까 가늠도 할 수 없잖아..
이년 전쯤부터 밤에 잠안자고 돌아다니는 모습에
몽유병 걸렸냐며 장난스럽게 놀렸었는데, 그 때부터 아팠던거니?
한참 전부터 티안나게 조금씩 잠식당했던 건지..
왜 나는 그런 모습들을 눈치도 못챘을까?
하늘이 원망스럽고, 내가 원망스럽고, 엄마아빠까지 원망스러웠다.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는 수니의 배를 볼 때마다
그 못되 쳐먹은 암덩어리가
작은 수니를 잡아먹는 것 같아 화가 나고 마음이 아팠다.
수니 배를 만지면서 못된것들 없어져라 수니는 다 나았다,
다 나아서 이제 건강하다라고 읊조리며
운이 좋으면 찾아오는 기적이라는걸 빌어보기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건 그런거였다.
배를 만져주며 괜찮다고, 수니는 괜찮다고
달래주며 만져주고 안아주고 함께 있어주는 그 것 뿐이였다.
그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내가
수니 옆에 있어줄 수 있어서..
마음껏 사랑해주고 안아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산책만 나가면 코를 쳐박고 다닐 정도로
냄새 맡는걸 좋아했던 탐지견 수니였다.
수니가 좋아하는 산책도 아침 저녁으로 두번 나가고
시간만 나면 집앞이라도 나가 냄새맡고 쉬야라도 뉘였다.
비가 오는 날엔 집근처 빌라 주차장은
다 돌아다니면서 냄새를 맡게 해줬더니
나중엔 공원보다 주차장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일정이 있는 날은 아침 일찍 산책을 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얼른 수니를 한번 더 볼 생각에
1분이라도 빨리 집에 가고싶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뛰어서 들어가곤 했다.
집에 도착해 계단을 올라가는 그 순간은
혹시 수니가 어떻게 되지는 않았을지
걱정이 몰려와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수니와 있는 1분이 너무나 귀했다.
어느 날, 침대에 기운없이 누워있는
수니가 불쌍하다면서 울먹거리는 나를 보고
엄마가 뭘 또 그러고 있냐고 구박하길래
울컥해서 엄마는 슬프지도 않아?
엄마는 피도 눈물도 없어! 라며 원망을 퍼부었다.
그 때 엄마는 “나는 해줄거 다해줘서
있을 때 잘해줘서 슬플것도 없어” 라며 당당하게 말을 했다.
그 땐, 뭐 저렇게 당당해 라고 생각했지만
그 말을 곱씹으니 그래, 나름 엄마도 잘해주고.. 나도 잘해주고..
사랑해줬으니 수니도 많이 행복했을꺼야.
라면서 슬픔에 잠겨있는 나에게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
참 이기적인 마음가짐이 이지만 또 맞는 말이기도 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인데.. 수니도 내 슬픈얼굴보단
행복한 표정으로 사랑한다고 안아주는게 더 좋지 않을까?
가족들이 수니가 충족할만큼
얼마나 많이 사랑해줬는지를 판단하거나 가늠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고, 나름 행복한 삶이였을 것이다.
엄마는 직장을 다니는데도 주말마다 목욕도 시켜주고
매일 머리도 쪼매주고, 퇴근에서 일찍 오는 날은 산책도 시키고,
주말마다 애들이랑 같이 여기저기 다녔다.
아빠는 외식하는 날에는 갈비뼈를 정성스레 바싹 구워서
따로 모아두고 울 애들 줘야한다며,
머쓱하며 직원분에게 테이크아웃을 부탁드렸다.
동생은 수니한테 찰똑인 이쁜옷을 사다가 입혔고,
맛난 간식을 떨어지지 않게 쟁여두었다.
저마다 사랑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우리 가족은 수니를 아끼고 사랑해주었다.
그렇게 슬퍼하기보다 남은 시간에
더 아껴주고 사랑해줘야겠다는 심경의 변화가 생기고 나니
마음도 편해졌고, 수니를 봐도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사진에 더 많이 담아두고, 눈에 많이 담았다.
안아주고 만져주면서 사랑한다고 맘껏 표현해줬다.
일년같은 하루를 함께 보내고 싶어서
현관문을 나서는 행복함을 하루에 몇번이고 느끼게 해주었다.
그렇게 부여잡고 싶었던 순간순간을 보내며
시간은 참 속절없이 흘렀다.
하루가 다르게 체력이 떨어지는 수니를
보내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몇일 지나지 않은 어느날 밤
수니는 폐가 너무 많이 눌려서 숨이 점점 가빠졌다.
점점 숨이 가빠져 그날밤은 잠도 못이루고 숨을 헐떡였다.
내가 수니가 되었다고 생각해봤다..
달리기를 하루종일 하면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그런 수니를 보고 있자니 맘이 너무 아프다.
먹는것만 보면 눈이 똥그래졌던 식탐도 없어졌다.
돼지고기, 소고기를 줘도 안먹는단다.
고기를 거부하자 탄식이 절로 나왔다.
제발 제발 먹어달라고 애원하듯이 코에다 갖다대도
먹지 않아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이제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정말로 코앞에 온 것 같아 엉엉 울었다.
그렇게 힘들게 수니를 보내기로 결정한 날,
아침에 그렇게 비가 내렸다.
왜 오늘같은 날 수니가 그렇게도 무서워 하는
비가 내리는지 마지막까지 하늘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병원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미안하고 떠내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동생이랑 함께 엉엉 울며 곡을 했다.
그런 우리에게 의사선생님께서 마지막이니 좋은말만 해주세요
라고 다독여주셔서 정신을 차리고
품에 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거기서는 아프지 말고, 맛있는거 많이 먹고
복길이랑 잘 놀고있으라고 안심시켜 주었다.
그렇게 인사를 하니 수니도 뭔가 편안해진듯
의사선생님 품에 편히 안겨 나갔다..
이제 진짜 이별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찢어졌다.
돌아온 수니는..작은 몸을 축 늘어뜨린채
벌써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런 맥아리 없는 수니를 안고 또 한참을 울었다.
그렇게 보내고 화장터로 가는 길에 거짓말같이 비가 그쳤다..
마지막날에 산책도 못하고 그렇게 보낸게 너무 마음에 아팠다..
공기좋은 곳에 위치한 화장터에 주차를 해놓고
좋은 공기 마시고 햇볓도 쬐라고 수니랑 한동안을 그 앞에 있었다.
그렇게 몇분이라도 조금 늦게 헤어지고 싶어 질척였다.
곧 엄마가 와서 함께 들어가
화장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수니를 보내주었다.
항상 의젓하고, 사람 좋아하고, 착하디 착했던 수니야
우리집에 가족으로 와줘서 너무 고마웠어
존재만으로도 위안이고 사랑이였던 나의 천사야
그곳에서는 아프지말고 행복해야해
우리집에 가족으로 와줘서 너무 고맙고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은 너무 귀한 추억으로
사는동안 언제나 기억할게 너무너무 사랑했고,
앞으로도 너무너무 사랑해
아프지말고 건강한 몸으로 재밌게 잘 놀고있어
나중에 언니 만나면 그 땐 하루종일 공도 던져주고
매일 산책 시켜줄게 :)
사랑하는 수니야..
행복했던 기억만 곱씹으면서 잘 놀구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