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솔랭 스펀지] 미솔랭에게는 _____이 있다!

시바견은 아닙니다....

by 미솔랭가이드
미솔랭에게는 ㅅㅂ견이 있다?

미솔랭에게는 ______ 이 있다!


어제 야성에 대한 얘기가 잠깐 나와서 좀 이어가보자면, 내가 여태까지 들었던 것 중에 가장 인상적이고 좋았던 칭찬이 하나 있다. 같이 일했던 CD님이 담배연기를 뿜으며 지나가듯 해주신 말씀인데, 일단 비속어가 등장해야 해서 미리 좀 사과드린다. 이걸 순화시키면 그 말맛이 살지 않는다. 사실 그렇게 대단한 칭찬은 아닌데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어서 그랬던 걸까? 두고두고 기억이 난다.


“미솔랭은 그래도 ㅅㅂ이 있지” 이거였다. 첫 자음을 된소리로, 꾹꾹 눌러, 약간 길게 읽어줘야 한다. 아마도 그때의 나는 스스로가 굉장히 무색무취의, 허여멀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모질지도 못하고, 걱정은 많고, 유능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하는 사람. 그게 벌써 10년도 훨씬 전이니까 20대 후반, 충분히 그럴 만한 나이인데. 원래 그 나이 때 자기 불신이 제일 심하지 않나.


저 한 마디를 무심히 툭 던지고 다시 야근하러 들어가셨던 것 같은데, 누군가가 저 안의 깊은 나를 좀 알아봐주는 느낌이었달까. 못한다는 소리 듣는 것도 싫고, 무책임하다는 소리 듣는 것도 싫고, 근데 또 엄청 특출나게 잘하는 것 같지는 않고, 쟤가 쓴 문서가 더 괜찮은 것 같고…늘 머리가 복잡했지만 그래도 그때의 나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정신줄을 놓지 않고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었던 것 같다.


브랜드 행사에 오기로 한 아티스트가 갑자기 연락이 안되면 “어떡해ㅠㅠ” 안하고 바로 택시 잡아타고 집에 찾아가서 잡아온다거나, 캠페인송 만든다고 비싼 돈 주고 그 당시 나가수 1등하던 박정현을 불러놨는데 음정 가이드를 줄 사람이 없어? 광고주가 뒤에서 다 쳐다보는데 내가 냅다 토크백 스위치 눌러서 가이드 주는 거다. VMD가 벽면 채울 브랜드 스토리 한 바닥 오늘 당장 달래? 밤새서 쓰는 거다.


평소에는 눈치보느라 이런저런 쿠션어를 잔뜩 갖다 붙여 나이스한 사람인 척을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CD님이 말씀하신 ‘ㅅㅂ’과 함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해결하려 뛰어나갔던 모습을 어른들은 다 지켜보고 계셨던 것 같다. 그때 나의 ‘ㅅㅂ’은 ‘X됐다’에 가까운 탄식과 각성이었지만(물론 사람들 있을 때, 입 밖으로 내진 않았음), 내가 그들의 나이가 되어보니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도 사람들은 의외로 다 보고 있고, 안다.


그래서 가끔 내가 다 귀찮고 힘들어서 종이호랑이처럼 느껴질 때, 종종 CD님의 저 한 마디를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든 일이 되게끔 하려고 하는 사람이니까. 어떻게든 또 해내겠지. 눈물 닦으면 다 에피소드여~


미솔랭가이드 260226 : [미솔랭 스펀지] 미솔랭에게는 _______이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승부욕] 미솔랭 씨, 무서운 사람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