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테니스인지 패대기인지
미솔랭 씨, 무서운 사람이었네
승부욕, 경쟁, 갈등, 다툼, 견제…되도록이면 내가 제일 피하고 싶은 상황이나 감정들이다. 그렇다고 내가 대단한 평화주의자라기보다는 유독 저런 것들에 대한 피로도가 높은 것 같다. 무서워서 싫은 계열보다는 뭔가를 계속 의식해야 하는 느낌? 컴퓨터 전원 안끄고 계속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나는 되도록이면 감정의 진폭이 크지 않은, 호수 같은 상태로 살고 싶은데 저런 단어들은 뭔가 듣기만 해도 속이 시끄럽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속을 알 수 없는 바위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뜨거워지지도 차가워지지도 않는 돌멩이. 잘해도 크게 즐거워하고 싶지도 않고, 못해도 크게 실망하고 싶지도 않고. 사실 후자의 감정이 더 크기 때문에 방어기제로 돌멩이의 길을 선택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테니스를 치면서 나의 마음 내핵 저 아래 묻어두었던 승부욕, 경쟁의 감정이 꿈틀꿈틀 하는 것이 느껴져 굉장히 낯설고 재미있다.
아직 대단한 경기를 하는 것은 아닌데 네트 뒤에서 넘어오는 저 공을 어떻게든 쳐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뇌를 거치지 않은 거친 단어들이 마구 터져나온다. 오히려 너무 흥분해서 타점을 제대로 못 맞추는 것이 문제일 지경이다. 실력 향상에는 수치심만한 게 없기 때문에 요즘은 계속 레슨 영상을 찍어보는데 의외로 저렇게 씩씩대고 있는 내가 좀 속 시원하고 즐거워보인달까? 나에겐 아주 새로운 모습이다.
어른들 표현으로 ‘갱상도 가시나’라서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 못한다고 대충 퉁쳐왔는데 어쩌면 뭔가 발산하고 터뜨릴 만한 계기가 없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각자의 기질이라는 걸 잘 받아들이지 못하던 어린 시절에는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엄마랑 사는 게 너무 힘들어 그런 모습을 더 터부시하고 스스로 눌렀던 것 같기도 하다. 조직생활을 시작하면서 더 그래야 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욕쟁이 동호인이 될 생각도 없고, 사실 감정표현과 테니스 실력은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에 나도 스스로 마인드컨트롤을 하려고 노력하겠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뭔가 실컷 두드려 패고(?) 오는 건 꽤 스트레스가 풀린다. 물론 조금씩 배우다보니 부족한 게 한 바가지라 또 다른 스트레스가 생기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괜찮다. 돌멩이 안에 감춰두었던 야성(?)을 조금 더 깨워보겠다.
미솔랭가이드 260225 : [승부욕] 미솔랭 씨, 무서운 사람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