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감사일기를 쓴다는데
나는 힘들 때 짜증일기를 써…
남들은 감사일기를 쓴다는데 나는 짜증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짜증이 확 올라올 때마다 구글닥스에 기록을 해둔다. 이 감정의 원천과 패턴을 알고 싶었다. 감사는 그렇게 이유를 따질 게 없다. 나는 오히려 이러이러해서 감사하다고 하면 좀 궁색해지는 느낌이라 감사라는 감정 그 자체를 느끼고 싶은 편이다. 하지만 짜증은 다르다. 도대체 이 감정이 왜 올라오는 건지 궁금하다.
빨리 알아차려 초기 진압을 하고 싶다. 나도 성격파탄자가 아닌 이상 모든 일에 짜증이 나는 것은 아닐 것이고, 패턴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살펴보니 확실히 패턴이 있다. 배고프면 우에엥 울어버리는 4개월 조카와 뭐가 다른가 싶은데, 난 내 마음대로 안될 때 짜증이 확 치밀어 오른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세워둔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저 끝에서 심지가 폭탄을 향해 타닥타닥 타들어오는 느낌이랄까.
짜증일기의 시발점도 정말 사소하다. 은행에 들렀다가 주민센터에 가서 뭔가 신고를 해야하는 어느날이었다. 나만의 타임라인이 있었다. ‘은행에 오픈런으로 입장해서 업무를 보고, 주민센터에 갔다가, 11시에 사무실에 도착해서, 일을 시작하자’ 요즘은 창구 업무를 보는데 오래 걸리니까 앞뒤로 버퍼를 둔 시간 계산이었다. 어떤 어르신께서 창구직원을 1시간째 붙들고 계신 걸 봤지만, 괜찮았다. 대비했으니까.
그렇게 은행 업무를 마치고 주민센터에서 신고업무를 처리하려는데 온갖 검색과 정보수집을 통해 내가 준비한 서류가 미비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다시 가야한다. 수차례 정부24에서 확인하고 테스트 신청도 해봤는데 문제가 없었다. 지자체별로 다른 규칙이 있다고 한다. 심지에 불이 붙는 소리가 들렸다. 치익- 결국 나는 그 일을 그날 해결하지 못하고, 그 감정에 휘둘려 해야 하는 일도 거의 하지 못했다. 펑!
그날 꼭 그 일을 처리해야 했던 나는 진짜 어찌나 화가 나던지. 간만에 느껴보는 화끈한 감정이라 기록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짜증일기를 시작한 계기다. 누가 나한테 욕을 한 거면 오히려 아주 차갑게 식으면서 “저걸 어떻게 조지지?” 할 것 같은데, 통제가 안되는 상황에 확실히 취약하다. 심지어 뭐든 열심히 준비한다. 이러니 사는 게 힘들지. 어디 세상일이 그렇게 내 마음대로 되던가? 살려주세요…
미솔랭가이드 260224 : [짜증일기] 나는 힘들 때 짜증일기를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