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패닉 콘서트 예매 실패했냐고요...
(내 티켓) 모두 어디로 간 걸까
혹시…나만 망한 건가? 이번 패닉 콘서트 예매 실패는 주변에 매크로를 이겨내는 훌륭한 용병들이 있음에도 시건방지게 ‘설마 김동률 콘서트처럼 그렇게 유난이겠어’ 하고 방심한 나의 잘못이다. 종종 들려오는 구)오빠들의 재회 소식을 들으며 마치 내가 어릴 때 내한공연 온 팝가수에 열광하던 이모들이 된 기분이지만(사실 맞음) 일단 나는 예매에 실패했고, 오랜만에 패닉, 그리고 이적 플레이리스트를 말아왔다.
사실 패닉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큰 감흥이 없었다. 나는 봉준호 감독도 그렇고, 사회학과 나온 오빠들이 가끔씩 선보이는 기괴한 결과물들이 영 부담스러웠다. 패닉 2집에 있는 노래 제목들을 보면 냄새, 벌레, 혀…진짜 왜 그래요…인생에 시련이 너무 없었던 서울대 사회학과 오빠가 스스로에게 주는 벌(?) 같은 건가. 그래서인지 나는 패닉 3집을 제일 좋아하고, 내 중2병을 기념할 만한 중요한 앨범으로 남아있다.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려고 지난 곡들을 쭉 보다보니 철저히 파격을 배제한 곡들이다. ‘뿔’ 정도면 얼마나 귀엽고 좋아. 냄새, 벌레, 혀…어휴. 난 적군이 가끔씩 던져주는 어쿠스틱함과 엉뚱함을 좋아했나보다. 기세와 힘을 쭉 뺀 곡들이 나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오래 살아남았다. 하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패닉 특유의 모난 부분과 뚫고 나가는 에너지를 사랑했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한국 가요의 멋진 한 조각이다.
뮤지션이자 방송인 이적은 너무 똑똑하고 모자란 게 없는 사람이라 나의 깊은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어릴 때 결핍 있는 오빠들 좋아했음. 안정형 노매력…), 나이 들어서 보니 저렇게 무던하고 머리 좋은 안정형 오빠가 얼마나 귀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린 친구들 정신 차려라. 저런 사람이 옆에 있을 때 편한 사람이고, 오래 가는 사람이다.
이제 1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친구들과 셋이 이적 콘서트를 보고 삭에서 고추튀김에 소주를 먹었다. 뭔가 그때 우리의 마음은 다들 ‘이제 오빠를 보내줘야 할 때’ 대략 이런 감상이었던 것 같다. <다행이다>가 나온 직후여서 그랬나. 왠지 각자의 삶에 바빠 공연소식도 몰랐을 것 같은데 어차피 예매는 망했으니 고추튀김이나 먹으러 가자고 할까 싶다(이제 힘들어서 소주 먹자는 소리는 안함).
뿔 - 패닉 3집
강 - 패닉 2집
숨은그림찾기 - 패닉 3집
태엽장치 돌고래 - 패닉 3집
사랑은 어디로 - 이적 3집
이상해 - 이적 4집 <사랑>
모두 어디로 간 걸까 - 토이 4집 <페르마타>
미솔랭가이드 260305 : [패닉 플레이리스트] (내 티켓) 모두 어디로 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