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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부자kms Nov 16. 2024

되로 주고 말로 받다.

나눔은 곱하기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날이다"


새벽 5시 30분, 요란한 알람 소리가 고요한 새벽을 깨운다.


꿈나라를 헤매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10분이나 흘러갔다.


이부자리를 서둘러 정리하고 욕실로 향했다.


따스한 물줄기가 온몸을 적시는 동안,


마음은 이미 부산큰솔나비 독서모임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번 준비 체조는 칼군무로 진행된다더니..."


G선배님의 미리 연습하고 오라는 공지가 떠올랐다.


지각하면 안 되는데. 집에서 40분 거리라 서둘러야 했다.



다행히도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선배님들과 '지각 동지애'가 피어났다.


부산큰솔나비 독서모임에서는 나이나 직위와 상관없이


서로를 '선배님'이라 부른다. 각자의 삶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다행히도 칼군무 체조는 끝나지 않아 참석하는 행운을 얻었다.


G선배님의 진행은 언제나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매끄러워 편안하다.


10분 세바시, 원포인트, 신입 회원 소개, 행운권 추첨까지,


마치 잘 짜인 퍼즐처럼 빈틈없이 이어졌다.





"매직워드" 책 나눔은 단순한 독서토론이 아닌 영혼의 교감이었다.


5조, J, S, K선배님들과 한 조로 만남을 가졌다.


감사 나눔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하고, 도전하는 시간.


마치 따뜻한 차 한 잔처럼 우리의 마음을 데웠다.



2차 티타임이 오리지널~~


잠시, 고민타임이다. 독서모임 덕분에 브런치 작가 신청하게 됐다.


김종원 작가님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책 나눔을 한 후,


신의축복 글쓰기 21이 진행되었다.


덕분에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고,


s선배님이 브런치작가 신청했는데 한 번에 되었다고 해서


그럼 나도 신청해 볼까 하는 마음에 가볍게 신청을 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았다.


첫 번째 도전: "보기 좋게 탈락입니다."


두 번째 도전: "다시 한번 탈락이네요."


세 번째 도전: "축하합니다!"






티타임, 카드를 꺼내 들며 잠시 망설였다.


S선배님, 회장님도 브런치 작가가 되셨는데,


내가 결제한다고 하면 부담을 드리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S선배님은 프리패스,


회장님은 재수생


나는 3 수생



그래, 결심했어, 3 수생이니까 쏘는 거야.



카드를 내미는 순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선배님들은 오히려 내 마음을 알아챈 듯 따뜻하게 웃어주셨다.



나눔에도 때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그리고 그 헤아림 속에서 적절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나눔의 시작일 것이다.



축하할 사건이 있어 감사하고 나눌 수 있어 감사하다.


기쁨으로 나누면 몇 배로 돌아온다고 하니,


알고 보면 순전히 나를 위한 나눔이다.



대화 도중 박웅현 작가님의 "문장과 순간" 책 이야기가 나오면서,


선배님들의 후기도 좋고 아직 접해보지 못한


작가님이라 책을 주문해야지 하고, 책 표지 사진을 찍었다,


앞에 앉아 있던 L선배님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보더니


책을 선물해 주시겠다고 한다.



커피 한잔 드리고 책을 받다니, 되로 주고 말로 받는 횡재다.



이런~~~~~~


선배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


11시 손님 안내 약속이 되어 있다.


10시 20분에 양해를 구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달래며 일어났다.



네비를 찍으니 10시 58분 도착이라고 뜬다. 허걱 큰일이네


그래도 11시 2분 전에 도착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 열심히 액셀을 밟았다.



도착 5분 전, 11시 만나기로 한 손님이 전화가 왔다.


5분 이내 도착한다고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사실 약속시간을 어긴 것은 아니다 ㅋㅋ



코리안 타임도 옛말이다. 손님들 대부분이 약속시간 전에 도착하신다.


그래서, 적어도 10~20분 전에 먼저 준비를 하고 대기해야 하는데,


이것은 명백한 나의 실수가 맞다.





지하 주차장에 급하게 주차를 하고


헐레벌떡 뛰어서 사무실 도착하니 사무실 앞 벤치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사무실 앞에 벤치가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 벤치야 고마워, "



사무실 문도 안 열고 바로 안내를 시작했다.


주중에 잠시 머물 거라고 하시면서 컨디션은 마음에 든다고 한다.


내일 중으로 결정해서 월요일 연락을 주기로 했다.



요즘은 열정이 식은 건지 주말은 워라밸을 지키면서 쉬고 싶다.


손님 시간이 주말밖에 안 된다고 할 때는


손님의 스케줄을 맞춰서 출근하기도 한다.





반려견 똘이 등에 종기 같은 게 나서 진료를 받았으나,


일단 좀 더 지켜보자고 하여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자동으로 터지고 말았다.


피가 심하게 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피는 안 나고 등드름이었다.


워낙 부위가 커서 구멍이 크게 뚫려서 소독해 주고 붕대를 붙여 두었지만,


병원에 데리고 가서 진료는 받아야 한다.


아들은 웨딩촬영, 나머지 가족들은 출근이라,


똘이의 병원 데려가기 담당은 나에게 주어져서 조기 퇴근을 해야 한다.



내가 있을 때 터졌다면 제대로 처치를 못했을 텐데


다행히도 막내딸 퇴근하니 터져 있어서 처치를 잘했다.


등드름을 짜면서 묘한 쾌감이 들었다고 하면서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조용하던 단톡방이 갑자기 부산하다. 걱정 섞인 말들이 오간다.


그중 가장 팩트는 "냄새는? 꾸룽내 났어?"


의료계에 몸 담고 있는 막내와 예비 며느리의 대화는 달랐다.



그걸 어떻게 냄새를 맡지?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진정한 사랑은 저런 것이 아닐까,


나의 반려견에 대한 행동은 사랑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방법만 다를 뿐,


똘이를 병원 데려가는 것도 분명 사랑이라고 위안하면서


11월의 막바지 가을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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