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록: 두 번째 서른을 맞이하며 불안에 떨고 있는 피의자 박모씨
1. 날짜/시간/장소: 2026년 1월/정신없는 서른 살 일상을 보내며
2. 참석자: 박모씨(여, 진짜 30살) 총 1인
3. 상황 기록:
다들 잘 지내셨는지, 결국 서른 살이 되어 돌아온 박모씨다. 빠른 연생이라 작년에 서른 살 체험판을 겪었는데도 두 번째 서른 살이 되는 올해 자정엔 눈물을 찔끔 흘리며 ‘엄마 나 어떡해~ㅠ’를 외치고 말았다. 근데 진짜 서른 살로 며칠 살아본 결과 특별한 점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12월 둘째 주 마지막 연재 후 잠적해 버려 독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최근 소개팅을 하지 못하기도 했고, 소개팅이 없으면 직전 소개팅 기억을 끄집어내면 되지 않나 호기로웠으나 과거의 남자들은 희미한 기억만을 남겼다. 쓸 말이 없어져 내 특기답게 잠수와 회피를 선택해 버렸다. 몇몇 감사한 독자들에게서 업로드가 없어서 아쉽다, 언제 돌아오냐는 연락을 받았지만, 그 마음을 애써 외면한 채 ‘박모씨께서 대화방을 나가셨습니다’로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찝찝했고, 지속가능성에 대해 한참(은 아니고 일주일?) 고민했다. 결론, 여기는 소개팅 이야기만 쓰는 곳이 아니라 사실은 관찰기를 쓰는 곳이라는 거다. 그래서 앞으로는 소개팅 썰이 생기거나 생각나기 전까지 여러 가지 관찰기를 슬쩍 올려보려 한다. 애초에 도파민 터지는 소개팅으로 구독자를 후킹한 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업로드하는 게 내 계획이기도 했다.
“연애란 완전한 사람 둘이 만나 불완전해지는 멘헤라 과정이다.” - 박모씨 (199n~)
내가 생각하는 연애란 혼자서도 꽤 완벽한 사람이 타인을 만나 자기의 밑바닥을 들키고, 거지 같은 모습까지 노출하며 기꺼이 불완전해지는 과정이다. 그렇게 불완전해진 둘이 함께하다 보면 이상하게도 다시 하나의 ‘완성형’처럼 보이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연애의 결말이기도 하다. 두바이초콜릿과 쫀득쿠키의 유행이 슬슬 저물 무렵 둘이 만나 두바이쫀득쿠키가 탄생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을 예시로 생각해 주면 된다.
아래는 나의 명제에 대한 근거이다.
명제 : 연애는 완전한 사람 둘이 만나 불완전해지는 과정
근거 1. 불완전한 사람: 연애 불가
예시)
혼자 있는 게 외로워서 견딜 수 없음 → 애인의 일상이 사라져서 결별
타인과 다름을 용납할 수 없음 → 애인을 들들 볶아 스트레스로 결별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보단 회피를 선택함 → 애인은 용건도 모른 채 결별
근거 2. 완전함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 연애 불가
예시)
애인한테 치부를 말할 수 없음 → 겉핥기의 관계만 맺다가 결별
연애란 이득을 위해 하는 것이라는 생각 → 애인의 주변 사람들이 뜯어말려 결별
애인의 사랑과 관심을 원하는 본인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음 → 괜히 화풀이하다가 분을 못 이겨 결별
근거 3. 그래도 둘 중 한 명은 완전하며 상대의 불완전함을 견딜 수 있음: 조건부 연애 가능
조건)
한 명은 안정형이거나 무던하거나 눈치가 죽을 만큼 없거나 아니면 보살처럼 참을 수 있어야 하며 나머지 한 명은 본인이 불완전한 상태라 상대가 맞춰주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지해야 함.
근거 4. 완전한 둘이 만남: 연애 가능
그래서 인생에서 연애는 필수품이 아니라 사치품이다. 필수품에는 단단한 자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 그리고 안정적인 직업 같은 것들이 있다. 물론 필수품이 없다고 해서 사치품을 절대 살 수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선택과 집중을 잘할 수 있는 현명함이 있거나 필수품이 빠진 상태에서 오는 불완전함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버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필수품을 어느 정도 갖춘 뒤 사치품을 고르는 게 진화론적 관점에서도 상식에 가까운 일이다. (다윈의 공식 의견은 아니며 박모씨 개인 의견입니다)
4. 결론 및 코멘트: 앞으로도 주 1회 업로드를 목표로 노력해 보겠지만 소개팅을 못 하거나 연애를 안 하게 되거나 남자가 끔찍이 지겨워지는 순간은 분명 또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여러분을 다시 정신 못 차리게 할 무언가를 찾아 꼭 돌아오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