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록: 잠실역 10번 출구,
1. 날짜/시간/장소: 언제든지/잠실역 10번 출구 도보 3분
2. 참석자: 박모씨(여, 29세), 여러 명의 소개팅 상대남들
3. 상황 기록:
오늘은 소개팅 얘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빌딩 하나를 추천하려 한다. 남자도 아니고 빌딩을 추천한다니 조금 황당할 수 있겠지만 알아두면 나쁠 건 없으니 일단 들어보시라.
서울에 살고 소개팅도 주로 서울에서 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식당도 아니고, 카페도 아니고, 빌딩 맞다. 위치는 잠실역 도보 3분으로 잠실역은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도 버스 환승센터가 있어 광역버스를 타기 편하고 2호선과 8호선이 겹치는 역이라 접근성은 이미 만점이다. 남녀 둘 다 강서구 위쪽에 살지만 않는다면 편도 1시간 이내로 도착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 빌딩의 이름음... 바로 KT 송파빌딩. 현재 기준으로 한식·양식·중식·일식·브런치까지 나라별로 고를 수 있는 식당이 10곳이 넘고 카페와 젤라토까지 갖춰져 있다. 물론 복합몰에 가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거긴 인파에 치여 정신을 반쯤 놓게 되더라. 반면 이곳은 조용하고 아늑하며 소개팅을 한 건물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무난하게 파스타로 가고 싶다면 더 이탈리안 클럽, 깔끔한 일식을 원한다면 코바치를 추천한다. 코바치는 전석이 룸이라 조용히 대화하기에도 최적이다. 한식을 좋아한다면 도꼭지, 분위기에 살짝 변주를 주고 싶다면 태국 음식점 콘타이, 중식이 끌린다면 모던눌랑도 있다. 재력을 슬쩍 보여주고 싶은 상황이라면 장어덮밥 전문점 네기컴퍼니나 샤부샤부의 성지 모던샤브하우스도 훌륭한 선택이다. 그리고 만약 소개팅 상대가 사진부터 이미 마음에 들어 시간을 오래 보내고 싶다면 덴뿌라 감춘에서 오마카세 코스를 즐겨도 좋다.
소개팅 여부와 상관없이, 내 최애는 모던샤브하우스다. 고기는 전부 한우·한돈이고, 점심/저녁 가격이 58,000원으로 동일해서 너무 비싸지도 저렴하지도 않다. 대접할 때 딱 좋은 가격으로 물론 맛도 휼륭하다. 첫 방문이라면 버섯 육수에 후식 트러플 리소토는 필수다. 식사 템포를 맞춰 중간에 한 번쯤 육수를 바꾸는 것도 추천한다. 그다음은 스키야키 육수를 추천하며 후식인 볶음 우동도 예술이다. 몇 번 경험이 있다면 코코넛 그린커리 육수도 도전해 볼만하다. 단, 소개팅이라면 육수 변경은 비추천이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둘 다 먹는 걸 무지 좋아한다면 환기용 정도로는 괜찮지만, 취미는 뭐예요? 운동은요? 하다가 갑자기 얼른 트러플 리소토 드시고 육수 바꿀까요? 라고 하면... 상상만 해도 화가 난다. 물론 상대가 천년의 이상형이라면 전혀 상관없다는 걸 또 한 번 강조한다.
건물 밖으로 나가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송파 먹자 거리가 펼쳐진다. 둘 다 술을 좋아한다면 식사 후 아무 데나 들어가 맥주든 소주든 와인이든 마시면 된다. 나는 첫 만남엔 술은 별로인 커피파라서 보통 1층 컨플릭트 스토어로 간다. 다양한 메뉴와 은은한 조명, 자리도 좁지 않아 대화하기 딱 좋다. 날씨가 좋다면 테이크아웃해서 석촌호수를 회전초밥처럼 한도는 것도 추천한다. 소개팅 2차로 컨플릭트 스토어에 간 적이 있다. 자리가 없어 테이크아웃을 했고 남자분은 내가 추천한 크림커피를 골랐고 하, 재앙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그는 크림커피를 태어나 처음 먹어본 듯
‘와… 이거 진짜… 최고예요… 후루루ㅜ룩ㄱ~ 후루루ㅜ룩ㄱ~’ 을 연발했다.
정이 뚝 떨어져 석촌호수 한 바퀴 급하게 돌고 난 바로 지하철역으로 직행했다. 그래서 결론! 컨플릭트 스토어는 분위기도 맛도 훌륭하다. 또한 상대의 식·음료 매너를 체크하고 싶다면 크림커피를 추천해 보라.
마침, 이번 주 친한 언니의 생일식사 대접을 위해 KT광화문빌딩도 다녀왔다. 광화문은 조상님들의 픽답게 사대문 안에 있으니 위치 설명은 사실 필요도 없다. 여기도 조용하고 분위기 좋았고, 양식·브런치·일식·한식·중식·태국·남미 심지어 다양한 카페까지 다 위치하고 있다. 나는 덴푸라 감춘에서 A 코스를 먹었는데 맛도 훌륭하고 대화하기에도 최적이었다. 중간중간 음식 설명 듣는 틈이 있어서 자연스러운 대화의 쉼표가 생기는 점도 좋았다. 식사 후엔 카페로 이동해도 좋고 광화문 교보문고를 슬쩍 산책하며 본인의 지적 지식을 뽐내거나 상대의 지적 능력을 점검해 보는 재미도 있다.
이야기가 또 길어졌다. 원래 하려던 소개팅 후기는 다음 편에... 아 나도 참 사람 애태우는 스타일이다.
4. 결론 및 코멘트: 모든 일에선 얻는 게 있다. 그게 망한 소개팅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