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의 내가 서른다섯의 나에게

<서른아홉 싱글 생존기>

by 새로운




안녕? 나는 서른아홉의 너야.



그래, 서른아홉에도 너는 역시 혼자란다. 놀랍지? 너는 이제 막 서른다섯이 되어 '와, 이제 진짜 노처녀다' 하고 좌절하고 있을 텐데 말이야. 하지만 이 정도로 낙담하기에는 일러. 아직 수많은 장애물과 역경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그러니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가 하는 이야기 잘 들어, 알았지?




첫 번째, 너의 몸에 관한 이야기야.

넌 그동안 네가 꽤 마른 체질이라고 생각했지? 저런, 이런 천만에. 이제 쥐똥만큼 먹어도 소똥만큼 찌는 구간이 도래해. 그러니 우선 본투비 마른 몸에게 작별 인사부터 해.


아니, 내가 대신할게. 날씬한 허리야, 마른 체질아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내가 그간 너희들을 너무 믿고 있었지 뭐야, 이럴 줄 알았으면 덜 먹고 더 운동할걸. 술도 덜 마시고.


아, 대신 새로운 식구가 생겼어. 인사해, 똥배란다. 이 친구는 두 얼굴의 매력적인 친구로, 예민한 것 같으면서도 무심한 편이야. 조금만 먹어도 바로 티가 나는 걸 보면 예민보스인데 아무리 조금 먹어도 여전한 걸 보면 바보가 아닌가 싶기도 해. 어때, 재미있는 친구지?


그렇지만 그만 보고 싶으니 빠른 시일 내에 보내주도록 하자. 앞으로 네 인생에서 그렇게 도움이 될 친구는 아니거든. 이쯤에서 오랜 친구였던 날씬이와 마른 몸, 너희를 꼭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언젠간!




두 번째, 연애 이야기.


이건 가장 중요하니까 잘 들어줘. 마음의 준비부터 하고.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아주 매워. 준비됐니? 들어간다!


이제 너의 리즈시절은 가고 ‘다크 에이지’가 도래해. 볼드모트의 시대가 돌아왔다고 할 수 있지. 남자들이 너를 이성으로 보지 않고 그냥 ‘누나’ 혹은 ‘친구’로 받아들이기 시작해. 연하남도 괜찮다고? 생각보다 연상을 좋아하는 남자가 많지는 않더라.


동갑? 그 남자들은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좋아해. 적어도 네가 좋아하는 훈남들은. 연상은 어떠냐고? 그들도 너도, 서로 성에 안 차. 나이 들수록 더 까다로워 지거든. 그러니 유리멘털은 이제 개나 주고 더욱 강해져야 해, 앞으로 네가 마주하는 연애 세상은 더욱 험난해진단다?



이제부터 좋은 사람을 찾아 떠나는 너의 항해는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의 그것처럼 단단해야 해. 네 반쪽 찾기가 ‘절대 반지’ 찾기보다 힘들 테니까. 이 길에 얼마나 많은 오크나 괴물들,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 많은지 알만 하지?


당연히 남자를 만날 있는 기회도 서서히 사라져. 소개팅도 끊기고 모임에 나가도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 어플? 그건 자존감 브레이커야. 생판 모르는 남자가 주는 야박한 별에 휘둘리다 보면 네 멘털도 안드로메다로 함께 날아갈 수 있으니 주의해.


안타깝게도 눈은 점점 더 높아져. 인생을 살 수록 따지는 게 더 늘어난단다. 아마도 몰라도 될 걸 다 알아버려서 그런가 봐. 그렇다고 너무 좌절하지는 마. 그냥 즐겨. 어차피 애써 봤자, 안 돼.



세 번째, 친구.


너는 친구들을 참 좋아하지? 그렇다면 더더욱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거야. 이제부터 친구들이 홍해처럼 반으로 갈라져. 결혼한 친구와 결혼 안 한 친구로 말이야.



결혼한 친구는 아무리 친해도 이제부터 너와는 다른 길을 가게 된단다. 그들은 이제 너와 놀아주지 않아. 아니, 정확히 말해서 놀아줄 여유가 없어. 아이가 없다면 깨소금 볶는 신혼을 보내고 있을 테고 아이가 있다면 음...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지?



그러니까 이제 결혼한 친구와의 사골국물 같이 진한 우정은 포기하는 게 좋아. 차라리 사골국물 한 사발 진하게 우려서 육아에 찌든 친구에게 가져다줘. 친구 좋은 게 뭐니?



결혼 안 한 친구들도 있다고? 응, 있지. 하지만 우리 역시 각자의 길을 가게 돼. 삶의 방향이 쪼개진다고 해야 하나? 우린 이걸 ‘다들 먹고살기 바빠서’라고 표현하는데 더 정확히 말해서는 ‘친구 만나는 게 더 이상 특별할 게 없어서’인 것 같아.



이건 너도, 친구의 잘못도 아니야. 그저 재미있는 건 이미 다 해봐서 더 이상 설레지 않는 것 일뿐. 순대국밥을 좋아해서 매일 먹은들 막 새롭지는 않잖아? 그러니 국밥 말고 다른 걸 찾아 나서는 수밖에.



인생이 다 그런 거지 뭐. 그러니 외로움을 친구에게 풀 생각은 하지 마. 결국 다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더라고. 불평하기보다 받아들이자.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생각보다 편해.



마지막으로 부모님.

네가 서른 중반을 넘길 즈음 엄마도 쉰, 아빠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일 거야. 네 나이만 신경 쓰느라 부모님 나이 생각 못 하고 있었지? 이제부터 신경 써야 해. 그 사이 부모님도 많이 늙으셨어. 이제 관절이며 혈압, 안 아픈 곳이 없으셔. 너에게도 곧 조카가 생기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가는 거지.



나는 요즘 부모님에 대해 많이 생각해. 두 분은 내가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은 존재였는데 지금은 가장 의지하는 존재가 되었어. 남자친구도 없는데 부모님도 안 계시면 얼마나 쓸쓸하겠어? 뭐? 내 생각만 하는 건 여전하다고? 그럼, 사람이 어디 쉽게 변하니. 근데 뭐, 다 행복하자고 사는 인생, 인생도 나를 위해, 효도도 나를 위해.


그런 의미에서 한시라도 빨리 부모님께 잘하자. 앞으로 두 분과 함께 살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어. 어색하겠지만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하고 무엇보다 가끔 안아드리자. 쑥스럽겠지만 한 번 해봐. 미션이라고 생각하고.



남자친구에게는 잘하면서 부모님께 못할게 뭐야. 부모님도 처음에는 ‘얘가 어디 아픈가..?’ 하시다가 나중에는 좋아하시거든. 시집가라는 말은 이제 잘 안 하시니까 걱정 말고.



자, 여기까지야. 어땠어? 근 3-4년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지? 근데 생각보다 막 그렇게 최악은 아니지? 그렇다면 다행이야. 근데 더 재미있는 건, 나는 그럼에도 내 미래가 기대된다는 사실이야. 분명 더 엉망진창이겠지만 뭐, 괜찮아. 그사이 많이 강해졌거든. 하도 많이 차이고 깨져서 그런가 봐. 항상 조급하고 걱정만 하고 살았는데 이제 여유도 좀 생겼다고 할까?



다가올 마흔이 두렵지만 어쩌겠어. 받아들여야지. 이것보다 최악은 아닐 거라는 생각으로 살면 편해.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말자. 언제가 해 뜰 날 올 테니. 그냥 즐겨. 잊지 마, 오늘이 너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