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매일 갈아주고 먹이에 신경 써주니 올챙이들은 잘 자라는 것 같았다. 종이컵에 담겨 우리 집으로 온 지 3주쯤 되었을까. 그사이 아이들의 관심은 시들해졌고 그나마 큰 아이만 가끔씩 들여다볼 뿐이었다. 역시 식물이든, 동물이든, 곤충이든, 올챙이든 뭐든 간에 집에 들여놓으면 결국 엄마의 몫이다. 헤엄치다 집 밖으로 튕겨나갈 까봐 들여다보고, 밥은 잘 먹나 쳐다보고. 애써 기르는데 죽으면 어쩌나 나만 노심초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물 갈아주는데, 제일 큰 녀석 꼬리 아래에 뭔가 흔들거렸다. 뭘 그리 먹고똥을 달랑거리고 있나 싶어 바라보는데, 어라? 똥이랑 색이 다르다.
뒷다리가 나왔습니다!
환수할 때 쓰는 푸딩 용기로 고 녀석만 따로 빼보니 뒷다리가 쏙 나와 있었다. 나 개구리 뒷다리 처음 보는 거 아닌데, 새삼스럽게 작고 귀엽다. 시골에서 보던 개구리들은 다 크게 느껴졌는데 이렇게 작았나 싶을 정도로 작디작다.
' 꺄아-'
소리를 지르고,
' 어머나, 세상에-'
호들갑을 떨었더니,
학교 갈 준비 하던 아이들이 무슨 일인지 궁금해했다.
" 얘들아, 올챙이 한 마리 뒷다리 나왔어!"
"오, 진짜? 와- 진짜 나왔네!"
큰 애만 반응하는데 영 무덤덤하다. 둘째는 반응도 없고. 나만 이렇게 신난 건가? 나만 귀여운 거냐고? 아이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신랑에게 쪼르르 달려가 보여줬더니,
"올챙이 뒷다리 처음 보냐? 호들갑은..."
한다. 애쓰고 관심을 준 만큼 기쁨도 크게 오는가 보다. 그래서 나만 기쁜가 보다. 하하...
뒷다리가 점점 자란다
그 후로 이틀 차이로 다른 올챙이가 뒷다리가 나왔고, 순차적으로 다른 한 마리의 뒷다리가 나왔다. 원래는 약속대로 풀어줘야 하는데, 아직 뒷다리가 나오지 않은 한 마리 있어 기다리는 중이다. 제일 작은 올챙이 한 마리. 그 녀석이 제일 늦게 부화한 올챙이인가 보다.
여하튼 모든 올챙이 뒷다리를 봐야 풀어줄 거라고 큰애가 우기는 바람에 근 한 달 가까이 동거하고 있다. 매일 아침, 루틴처럼 올챙이들 물 갈아주고 생사를 확인한다.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개구리밥을 안 퍼온다는 거. 샤부샤부 해 먹고 혹시나 하며 넣어준 배춧잎을 뽀짝뽀짝 소리까지 내며 잘 먹더라. 미나리도 먹고 시금치도 먹고 다 잘 먹는다. ㅎㅎ
여전히 우리는 아니 큰애와 나만 작은 올챙이 뒷다리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동안 제일 처음 뒷다리가 나온 녀석은 앞다리가 나왔고, 아직 꼬리는 붙어 있지만 곧 개구리가 될 것 같다. 슬슬 얼굴을 물 밖으로 내밀고 있는게 조짐이 보인다.
"엄마, 이 정도 키웠으면 개구리 혓바닥도 봐야지. 안 그래? 엄마도 궁금하지?"
큰 놈이 자꾸 나를 놀리는 거 같다. 아니, 나는 지금까지 이용당하고 있던 건가? 그 녀석 한마디에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