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에 담겨 우리 집으로 온 올챙이들. 덜컥 허락하기는 했지만 꼬물거리는 작은 생명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했다. 개나 고양이처럼 감정표현이 가능한 동물도 아니고, 배가 고픈지 부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얘네들 밥은 뭐로 주지?"
딸린 식구가 늘었다고 나는 밥부터 걱정했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서로 제가 이름을 지어주겠다며 다투고 있었다.
"챙이?요미?아~ 한 개는 뭐로 정하지..."
"왜 오빠만 정해애앳!"
"바보야, 너는 못 잡았으니까. 이름 정할 자격 없어!"
"나 바보 아냐. 그리고 엄마가 우리 다 같이 잡은 거라고 했어."
칼과 방패의 싸움이 따로 없다. 계속 날 선 대화가 오가며 투닥거리기에 개입할수밖에 없었다. 결론은 모두 세 마리니 각자 한 마리씩 이름 지어주는 걸로. 그제야 싸움이 진정되고임시 거처로 올챙이들을 옮길수 있었다.
임시거처 버터쿠키 통 안에 올챙이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낸 정보로는 밥풀이나 식빵 등을 먹이로 주면 된다고 했다. 밥솥에서 쌀밥 몇 알 떼내어 물에 던져주고, 환수용 물도 한 그릇 받아두었다. 올챙이가 숨 쉬는 물속 산소 농도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부분 환수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과거 열대어를 키우며 쌓았던 잡지식이 이렇게 순기능으로 작용할 줄이야...
올챙이들은 노란색 버터 쿠키통 안에서 이틀을 보냈다. 그 이틀간 나는 아침에 눈 뜨면 고것들 생사부터 확인했다. 집안일을 하다가도 외출했다 들어올 때도죽으면 어쩌나 하며 자꾸 들여다보게 됐다. 우리 이기심에 데려온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잘 키워서 돌려보내자 약속했던 터라 여간 신경이 쓰였다.
이런 나를 보며 남편은 아이들 없을 때 다 죽었다 하고 풀어주라 했다. 실은 나도 당장 공원으로 가 풀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올챙이들을 위해 작은 돌들로 숨을 곳을 만들어 주고, 바다에서 주어온 소라 껍데기까지 동원해 집을 장식해 준 큰 아이의 마음이 보여 참아보기로했다.
완성된 올챙이 집
자꾸 들여다보고 물도 매일 갈아주고, 계속 보다가 나도 모르게 정들었나? 자세히 들여다본 올챙이 얼굴이 귀여웠다. 꼬물이 녀석들이 헤엄치며 생기는 작은 찰랑거림. 그 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다. 날이 갈수록 올챙이들 먹이가 신경 쓰였다. 넣어준 밥알은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표시가 안 났다. 게다가 물이 금세 혼탁해져 올챙이들 관찰이 어려웠다. 뻐끔대는 입을 수면 위로 자주 내밀기에 살펴보니... 어랏? 개구리밥을 뜯어먹는 게 아닌가! 아뿔싸! 그래서 그 작은 수초의 이름이 개구리밥이었구나. 그저 이름만 그런 줄 알았는데, 정말 뜯어먹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사흘에 한번 꼴로 개구리밥을 푸러 공원에 간다. 커피 한잔 들고 계절을 한껏 누리며 겸사겸사 산책도 즐긴다. 그리고 올챙이들의 고향인 연못에서 개구리밥을 정성스레 퍼 담는다. 종종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저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