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개구리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지난번처럼 비보를 전하고자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홀로 남아 잘 자라고 있던 반려개구리 코카가 결국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야호!
날로 몸집이 커가며 점점 늠름한(?) 개구리로 성장해 가던 코가. 통통한 밀웜을 날름날름 받아먹으며 첫째 아이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지요. 뒷다리가 나오면 풀어주겠다던, 개구리 올챙이 적 약속을 잊은 채 벌써 몇 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자연으로 돌려보낼 기회만 엿보던 저였습니다. 그런 저를 보며 남편은 일단 아이 몰래 방생을 저지르자 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저녁 퇴근한 남편이 어떻게 아이를 구워삶았는지, 첫째가선뜻 코카를 풀어주고 오겠다네요. 이내 핸드폰으로 사진을 연신 찍어대며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눕니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던 만큼 공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처음 올챙이로 만났던 연못 근처에 코카를 풀어놓습니다. 어색한지 한동안 엉덩이를 떼지 못하네요. 그러다가 이내 폴짝폴짝 뛰어갑니다. 저렇게 잘 뛰는 녀석을 좁은 채집통에 살게 했으니 미안한 마음이 슬쩍 밀려옵니다. 마지막 모습을 영상으로 담고 아이들과 함께 코카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차마 발을 떼지 못하는 아이를 다독여 집으로 돌아오니 첫째가 엉엉 울음을 터트립니다. 코카가 없는 집에 들어오니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네요. 꾹 눌렀던 마음이 터져 나오며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저도 같이 울컥했네요.
"코카는 그곳이 집이고, 거기서 잘 살 거야. 너 행복하자고 작은 생명의 행복을 빼앗을 수는 없는 거야."
"나도 알아. 그렇지만 내가 힘들 때 코카한테 위로받았단 말이야. 이제 나는 누가 위로해 줘?"
"엄마가 있잖아."
"엄마 때문에 더 짜증 나거든! 엉엉, 코카야. 보고 싶다."
아이들은 힘든 일이 없고, 스트레스도 별로 안 받겠지 했던 저의 착각. 크게 한 방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무엇이 우리 아이를 그렇게 힘들게 했는지. 매일 아이를 몰아세우고 쏟아내는 저의 잔소리 때문일까요? 요즘 들어 저의 목소리도 듣기 싫은지 짜증만 내던 첫째에게 코카는 위로이자 힐링의 존재였나 봅니다. 엄마가 돼서는 아이에게 편안함을 주기는커녕 스트레스만 줬다니... 코카를 통해 엄마로서의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이의 핸드폰 홈 화면을 꽉 채운 반려 개구리 코카. 며칠째 들여다보며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어제는 아이가 아빠와 함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더군요. 그곳에 가면 코카를 볼 수 없겠지만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기며 안심이 되는가 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정들었던 존재와 건강하게 이별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부디, 아빠와의 산책이 아이에게 위로와 힐링이 되는 시간이길 바라봅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아이가 집에서 만큼평온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