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나이는?
작은 시골 마을 한적한 바닷가에 앉아 있다 보면 자루 같은 것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나는 그냥 동네 주민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남편이 그 사람에게 돈을 주고 뭔가를 사는 걸 봤다. 저 멀리 앉아있던 나를 부르는 남편. 궁금해서 다가갔더니 갑자기 ‘굴’을 샀단다. 열한 개인가 열두 개에 한국 돈 사천 원 정도. 환율, 수수료 다 쳐서 높게 잡아도 오천 원이니 커피 한 잔 가격이었다. 그래, 오션뷰 보면서 라테 대신 굴을 먹는 건가? 싶었다.
아무 자리에나 철퍼덕 앉더니 굴을 까기 시작한 그, 그리고 그의 옆에 놓인 아주 오래된 것 같은 수경. 그의 직업은 잠수부였다.
바닷속 돌들을 헤집고 다니느라 짧게 자른 손톱 아래로 까만 때가 끼어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흰색 손톱이 자라는데 그만 특별하게 검은색 손톱이 자라는 것 같았다. 피부는 소금물 때문인지 조금은 건조하고 아주 질겨보였다. 군데군데 삐져나온 흰머리 몇 가닥과 빼짝 말랐지만 근육이 드러나는 팔다리. 굴 까는 모습을 구경하던 내가 현지어로 안녕하시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들어 웃으며 대답했다. 쭈굴쭈굴한 눈가 주름 사이에 모래인지 소금이 묻어있었다. 이도 많이 빠져서는 발음이 좀 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나이 많은 할아버지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자기가 아는 사람인데 많아봤자 50대라고 그 정도로 늙진 않았단다. 고된 일을 해서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일 뿐이라 했다.
고된 일… 매일 바다에 들어가 굴이나 전복을 따고, 바닷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까서 파는 일. 나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그 삶이 어떨지 상상이 안 되었다. 하지만 내 기준만으로 함부로 힘들겠다, 괴롭겠다, 어렵겠다, 지치겠다, 지겹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기에는 잠수부 아저씨가 너무 웃는 얼굴이라서.
원래 개수보다 굴도 하나 더 까주고 우리가 라임이 없다고 하자 라임도 몇 개 그냥 나눠주는 따듯한 마음을 지닌 아저씨를 보고 있으니, ‘저 사람이 하루에 굴을 몇 개나 따서 얼마나 팔 수 있을까?’, 사천 원, 팔천 원, 만 이천 원… 계산하던 내가 너무 우스워졌다.
이날 먹은 진짜 자연산 굴은 대서양을 통째로 마시는 듯한, 입안 전체가 바다로 가득 차는 맛이었는데- 나는 언제쯤 바다 같이 넓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