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또띠야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마을을 이루고 살면 좋겠다

by 제이조이


다이애나 할머니는 그녀의 요리책에 이렇게 썼다.


"No meal in Mexico is complete without the corn tortillla to accompany it"
(멕시코에서의 식사는 옥수수 또띠야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다)



이것이 '찐'또띠아


제대로 완성된 멕시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선 밀가루가 아닌 옥수수 또띠야가 꼭 필요했다. 그러나 멕시코 시장에 가면 지천에 널린 수제 또띠야를 한국에서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방법은 세 가지였다. 마트에서 냉동 또띠야를 사거나 옥수수 가루를 사서 반죽을 해서 만들거나 그게 아니면 말린 옥수수를 갈아서 직접 만들거나. 고작 냉동 또띠야를 데워먹자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직접 만들기로 했다. 물론 알피는 옥수수를 말리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어 했지만(아니 왜 밭에 심는 것부터 하시지?라고 내가 말했다), 그 과정은 살짝 건너뛰고 말린 옥수수를 두 봉지 샀다. 대신 알피의 바람대로 수동 곡물 분쇄기를 주문했다. 옥수수를 분쇄기에 갈아 반죽을 만들어 팬에 구우면 우리의 '홈메이드 콘 또띠야'가 완성될 것이었다. 그런데 알피가 말했다.


"빠진 게 하나 있어"


공처럼 둥근 반죽을 한 번에 적당한 두께로 납작하게 누를 수 있는 또띠야 프레스였다. 인터넷을 여기저기 뒤져보니 주철로 만든 또띠야 프레스가 대부분이었는데 부실해 보이거나 해외 배송비가 너무 비싸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그때 얼마 전에 친구 Yun과 Guns 부부가 자신들의 리빙 브랜드를 론칭한 기념으로 선물로 보내 준 우드 바이닐 케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형한테 나무로 만들어달라고 할래"


한 밤중에 둘은 카톡을 몇 개 주고받더니 바로 다음 주에 만나 세상에서 가장 멋진 또띠야 프레스를 반나절 동안 만들었다. 가구 만들고 남는 나무 조각으로 만든 거라며 (그렇다고 해도 결과물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끝까지 돈을 받으려 하지 않는 이 부부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답례는 맛있는 또띠야를 만들어 멕시코 요리를 대접하는 것이었다.



우드프레스 조립 전 @Guns의 작업실




옥수수 또띠야를 만드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말린 옥수수(750g)를 찬물에 잘 헹군 뒤 그 위로 5센티정도 잠기게 물을 부어 약한 불로 서서히 끓인다.


아참, 그전에 석회가루(lime 또는 Calcium oxide)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석회가루 1 테이블스푼을 컵에 담아 물과 함께 잘 섞어 석회수를 만든다. 이때 가루가 날려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뿌연 석회수를 추가한다. 마치 음식에 독극물을 붓는 기분이 살짝 들긴 하는데 멕시코의 진짜 또띠야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석회가루 물이 들어가는 순간 하얗던 옥수수 알들이 마법처럼 아주 진한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이걸 닉스타말화(Nixtamalization)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으로 옥수수 속 독성물질인 아플라톡신이 97~100% 제거된다. 또 닉스타말화를 하지 않으면 옥수수알의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고, 반죽이 금방 상한다고 한다. 혹시 몸에 안 좋은 건 아니야?라고 물어봤더니 알피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즈텍 시대부터 이렇게 먹어온 거라 괜찮단다. 그는 덧붙였다. "물론 스푼으로 떠먹으면 토하겠지"


냄비 뚜껑을 연 채로 약한 불에 15분 정도 더 끓인다.


불을 끄고 그 상태 그대로 밤새 둔다.


아침이 되었다! 찬물로 여러 번 세게 헹궈서 남아있는 석회수와 옥수수 껍질을 제거한다. 충분히 헹궜으면 이제 그라인더에 넣고 갈기 시작한다. 조그만 집이 순식간에 방앗간이 되었다.


잘 갈린 옥수수는 그대로 뭉쳐서 반죽이 된다. 이 반죽을 바로 마사(Masa)라고 부르는 것이다.




알피의 방앗간



점심을 만들 재료와 마사 반죽을 가방에 넣고 우리는 Yun과 Guns의 집으로 향했다. 알피는 또띠야 프레스를 처음으로 써볼 생각에 한껏 들떴고, 나는 알피가 만들 점심이 궁금해서 신이 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날 점심을 만드는 데는 세 시간이 걸렸다. 마사 반죽을 동그랗게 굴려서 또띠아 프레스에 넣고 누르면 간단하겠지 했는데 처음부터 물을 많이 넣어버려서 반죽이 점점 질어진 게 문제였다. 다행히 혹시나 해서 챙겨 온 옥수수가루를 계속 넣어가며 알맞은 반죽을 만들 수 있었다. Guns와 알피의 첫 콜라보레이션인 우드 또띠야 프레스는 훌륭했다! 알피가 수프를 만드는 동안 나는 반죽을 공처럼 둥글리고, Guns는 또띠야 프레스로 납작하고 보름달처럼 둥근 또띠야를 찍어냈으며, Yun은 옆에서 닭고기를 찢었다.


또띠야를 프레스에서 조심스럽게 떼어내어 (프레스 사이에 비닐을 덮어 사용해야 쉽게 떼어낼 수 있다) 약한 불에 굽는다. 특히 Guns가 찍어낸 또띠야는 두께가 완벽했다. 조금 굽다 보면 또띠아 안쪽으로 따뜻한 공기가 들어가서 공갈빵처럼 부풀어 오른다. 적당히 뒤집어가면서 잘 익히면 구수한 냄새와 함께 핸드메이드, 홈메이드 또띠야 완성.





토마토, 치뽀뜰레 고추, 샐러리, 고수, 양파, 닭으로 낸 국물에 또띠아를 갈아 넣은 또띠야 수프는 성공적이었으며(건강하게 얼큰한 맛이었다), 감자와 닭고기를 각각 넣고 말아 튀겨낸 뒤 매콤상콤한 그린 살사를 얹은 타코(Tacos dorados)는 정말이지 배가 부르지 않다면 저녁 내내 집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감자를 넣은 타코가 일품이었다. 바삭한 또띠야 튀김과 부드러운 감자의 조합이라니. 우리 넷은 "맛있다"라는 말을 연발하며 굶주린 사자처럼 타코를 연신 입안 가득 베어물었다. 비 오는 오후 넷이서 함께 하는 늦은 점심 식탁은 풍성하면서도 게으르고 수다스럽고 따듯했다.


참, 우리의 식탁에서 벌어지는 일이 궁금한 강아지 도나스도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마을을 이루고 살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던 오후였다.




Sopa de tortilla & Tacos dorados




*제 글을 좋아해 주시는 구독자 여러분께 저의 친애하는 커플 Yun과 Guns가 운영하는 인디펜던트 리빙 브랜드 '노서프라이즈'를 소개해요. Guns가 만들고 Yun이 쓰는 멋진 글이 가득한 블로그에도 놀러가보세요.

Instagram @nosurprises.kr

Blog.naver.com/nosurprises_kr




요리할 때 가장 행복한 멕시코 남자와 맛있게 먹고 글 쓰는 게 세상 가장 즐거운 한국 여자가 함께 삽니다. 영화 <줄리 앤 줄리아>에서 영감을 얻어 다이애나 할머니의 멕시코 가정식 레시피를 매일 하나씩 만들어 감탄하며 먹고 기록합니다.

Recipes from Diana Kennedy X Alfie cooks & Jay wri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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