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ondigas de Jalisco | 멕시칸 홈메이드 미트볼
요리할 때 알피는 부분적으로 가죽이 덧대어있는 매우 트렌디하고 멋진 앞치마를 둘러요. 그리고 꼭 좋아하는 노래를 찾아 블루투스 스피커로 튼 다음에야 본격적으로 재료를 다듬기 시작해요. 가끔 보면 요리 자체보다 요리하는 자신의 모습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뭐 어느 쪽이든 좋아요. 알피가 만든 음식도 좋고, 요리하는 알피의 모습도 멋지니까요.
알피의 식탁은 늘 풍성하지만 사실 우리의 주방은 매우 작아요.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열세 평 남짓의 오피스텔이거든요. 한 구 짜리 인덕션과 오븐 기능을 훌륭하게 해내는 복합전자레인지, 전기 포트, 그리고 소형 블랜더. 이 네 가지만으로 알피는 지금까지 온갖 만찬을 만들어왔어요. 늘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요. 진정한 고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더니 제가 그 고수랑 살고 있네요.
물론 작은 주방에서 이것저것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거예요. 예를 들면 오븐에서 빵이 구워지는 동안 프라이팬에 고기를 구우면서 전기포트로 물을 끓이는 와중에 제가 머리를 말리겠다고 드라이어를 켜면 갑자기 집 안의 전기가 올스탑 돼요. 그러면 우리는 낄낄대면서 두꺼비집을 찾는 거죠. 얼마 전에 우리는 약속했어요. 조만간 지금보다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고, 그 이후에 더 크고 좋은 집에 살게 되더라도 지금 이 작은 공간에 가득 차있는 에너지와 웃음, 대화, 이런 소중한 것들의 밀도는 하나도 잃지 말자고요.
며칠 전에 만들었던 미트볼에 대해서 쓰려고 하다가 서론이 길어졌네요.
다이애나 할머니의 레시피에 쓰인 정식 이름은 Albondigas de Jalisco이에요. 알본디가스(Albondigas)는 미트볼이라는 듯이고 할리스코(Jalisco)는 멕시코 남동부 쪽에 있는 주 이름이에요. 이 미트볼 요리가 할리스코에서 시작되었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멕시코 전역에서 흔하게 먹는 가정식이라고 해요. 알피도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늘 먹곤 했대요.
알피는 덧붙였어요.
"이 미트볼에 대한 슬픈 이야기가 있지"
알피가 처음으로 전통 멕시코 음식을 배운 건 멕시코 시티의 한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였어요. 멕시코에서 손꼽히는 셰프 'Ricardo Muñoz Zurita'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만들었던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이 Albondigas, 미트볼이었대요. 손님들을 위한 메뉴에 있는 건 아니었고 직원들 식사용으로요. 미트볼을 좋아하는 알피는 늘 신이 나서 요리를 하곤 했는데 만들어놓으면 30명이 넘는 직원들이 다들 먹어치우고 하나도 남지 않아서 막상 자기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대요.
"아니 왜 만들었으면 먼저 좀 집어먹지 그랬어"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이 레스토랑을 했었잖아. 직원들 먼저 다 챙겨주고 우리는 늘 마지막에 먹곤 했거든. 그게 버릇이 되어서 그때도 늘 마지막에 먹었어. 그래도 괜찮아. 소스는 몇 번 먹어봤는데 맛있었어"
착하고 불쌍한 알피! 그러고 보면 크루즈에서 함께 일할 때도 알피는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근무시간이 끝나자마자 바람같이 사라져 버리는 나와는 달리 알피는 팀원들 도와줄 게 없나 기웃거리다가 괜히 일을 떠맡아서 나에게 구박을 받곤 했지요.
아무튼 홈메이드 미트볼을 먹어본지가 오래된 알피는 정육점에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반반씩 갈아오며 신이 났어요.
"내가 만든 미트볼을 먹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커다란 볼에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반반 넣고 잘게 썰은 양파를 함께 섞어요. 그 위에 후추와 소금 간을 하고 계란을 하나 투하하는데 여기서의 비법은 오레가노를 티스푼으로 약간 넣는 거예요. 사실 민트와 큐민 씨도 넣었어야 하는 건데 민트는 알피가 빠뜨리고 안 넣었고, 큐민 씨는 없어서 못 넣었어요.
"앗, 애호박이 빠졌다!"
미트볼에 애호박이 들어간다고? 레시피를 보니까 정말이네요. 제가 소스가 익는 걸 지켜보는 동안 알피가 부랴부랴 다시 나가서 애호박을 사 왔어요.
소스를 만드는 건 간단해요. 냄비에 썰지 않은 토마토와 4 등분한 양파와 마늘 하나를 넣고 물을 토마토만큼 넣고 살살 끓여요. 그러고 나서 치뽀뜰레를 한 스푼 넣고 블랜더에 다 넣고 갈아요. 그리고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을 달군 다음 블랜더에 준비된 소스를 팬에 붓는 거예요. 이때 저는 기름이 튀는 것도 무섭고 쏴 하는 소리도 무서워서 멀찌감치 서서 구경해요. 쫄보인 저에게는 비닐장갑을 끼고 미트볼을 동글동글 굴리는 일 정도가 딱이에요.
이젠 다 됐어요. 미트볼을 끓는 소스에 넣고 익히면 끝이에요. 아참 그전에 소스에 물이나 치킨 스톡을 좀 더 부어야 해요. 그러면 소스보다는 수프 느낌이 되는데 이걸 스페인어로 Caldillo(깔디요)라고 부른대요. 아무리 봐도 수프 같은데 수프(Sopa)하고는 다른 거라고 알피가 자꾸 강조하네요. 소스도 아니고 수프도 아닌 '깔디요'에 미트볼이 익어가는 동안 언제 들어도 좋은 멕시코 마리아치들의 우렁찬 목소리를 플레이하며 식탁을 준비해요.
이번 미트볼 레시피는 알피나 저나 대만족이었어요. 조만간 팝업 레스토랑을 계획 중인데 그때 빠질 수 없는 메뉴예요. 좋은 향이 나는 토마토 베이스의 진한 국물에 담백하고 부드러운 미트볼의 조합이라니요. 다이애나 할머니 레시피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딱 하나 걱정이었던 건 살이 찌는 거였는데, 이 미트볼 깔디요를 먹는 순간만큼은 허리가 몇 인치 더 늘어나도 상관이 없을 것만 같아요.
남은 미트볼 두 개는 냉동실에 얼려두었어요.
이건 알피에게 양보할까봐요.
요리할 때 가장 행복한 멕시코 남자와 맛있게 먹고 글 쓰는 게 세상 가장 즐거운 한국 여자가 함께 삽니다. 영화 <줄리 앤 줄리아>에서 영감을 얻어 다이애나 할머니의 멕시코 가정식 레시피를 매일 하나씩 만들어 감탄하며 먹고 기록합니다.
Recipes from Diana Kennedy X Alfie cooks & Jay wr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