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베트남 옆집에 가수가 산다

by 미쓰하노이




엄마, 이 동네는 매일 동네 축제가 있는 거 같아



십 수년 전, 꼬꼬마 시절,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지 싶을 정도로

구석진 우리 동네에도 전국 노래자랑팀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간간이 '유랑음악단' 같은 축제팀도

우리 동네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우리 집까지 스피커 소리가 밤늦게까지 울려도

흔치 않은 '축제(?)'이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나도 그 분위기를 즐겼다.


그런데 베트남에 와서는,

그 시절의 노래자랑 축제가 매일매일 이어지는 것 같은

저녁이 이어졌다.


노래방 반주에 맞추어

이웃주민들은 대담하게 노래를 열창했다.


문제는 그 축제의 현장이 어디인지 좀처럼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무슨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저녁 7시부터 때로는 10시 넘어까지 이어지는

그 축제 소리는 며칠 뒤부터는

내게 큰 소음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가 아닌

다른 집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라

어디에다 신고할 수조차 없었다.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나는

베트남 소음규정에 대한 법률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22년 개정된 소음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주거 지역이나 공공장소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70 데시벨,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55 데시벨을 넘는 소음이나 소란을 피울 경우

개인은 경고 또는 50만~100만 동(한화 약 27천 원~54천 원)이 부과될 수 있다.

(사업자의 경우 100만 동~최대 1억 6천만 동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관련된 규정이 있다고는 하나,

사실 이를 신고하고 소음을 막기란 한국인의 입장에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우선 베트남에서 중산층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집에는 노래방(가라오케) 시설을 보유할 정도로

(노래방 시설이라고 해봤자 마이크 정도다)

베트남 사람들은 음주가무에 진심이고,

그렇기에 옆집의 노랫소리를 소음보다는

우리네 80-90년대 동네축제처럼

즐기는 경향이 크다.

한 마디로, 현지인들은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흥이 많은 우리나라도

2차는 노래방이 국룰인 것처럼,

베트남 사람들도 모였다 하면 무조건 술과 노래인 것이다.


그리고, 소음 수준이 심각해 신고를 한들,

아직까지 부패 수준이 높은 공안들을 외국인이나 현지인이

설득하여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은 마땅찮다.

(벌금에 준하는 돈을 그들에게 준다면 모를까 말이다.)


결국 늦은 저녁이면

집에서조차 귀마개를 끼고 잠을 청할 수밖에 없다.


귀마개를 한 뒤 두 베개로 한 번 더

귀를 감싸고 잠을 청하는데

귀마개 스펀지를 넘어 한 음악이 고막에 꽂혔다.






아, 이거 왁스(Wax) 노래 아냐?







20220217144230404234.jpg
ffc3e7feef014237e44be2a978e70e56.jpg
f3dd04380e7349ae8f2ec0ffb7a7db98.jpg
cbae22ea71b29c8d63d9b33cb9900998.jpg
[퇴근 후 집에서, 거리에서 음주와 함께 노래를 즐기는 베트남 사람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베트남에서 택시 타기 전 꼭 알아두어야 할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