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쟤는 제 베프예요.
저희 그런 사이 아니에요.
유난히 함께 붙어 다니는 미스 풍과 미스터 뚜언의 사이를
유심히 지켜봐 온 나는 둘이 연인관계가 아니고서야
회사에서 저렇게 다정하게 보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참지 못해 둘의 관계에 대해 물어본 내게
예상치 못한 미스 풍의 대답이 돌아왔다.
뚜언은 게이예요, 남자친구도 있어요.
그리고 재무팀의 미스 즈엉도 레즈비언이에요
즈엉도 여자친구가 있어요.
유난히 미소년이었던 그와,
유난히 걸크러쉬 넘치던 그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에 놀라기보다는
그 사실을 커밍아웃하고
주변에서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문화에 놀랐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성소수자나 트랜스젠더들이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제 소수 몇몇의 유튜버나 셀럽들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한국사회의 색안경 때문에
취업을 앞두고 있거나 혹은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굳이 먼저 '커밍아웃'을 하진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베트남은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이 나라의 국민들은 그 자유가 한국보다 많이 억압받고
인권지수 또한 현저히 낮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특히 개인의 '성정체성'이나 '동성애'와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그것이 터부시되고 검열의 대상이 되는 중국이나 북한과는 달리
(아니 심지어 한국보다 더)
훨씬 개방적이고 열린 문화를 갖고 있는 것을 느낀다.
우리가 흔히 'LGBTQ+(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퀴어 및 기타)'라고 부르는
성소수자에 관하여
베트남은 관용적이고 개방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2013년 미국 보스턴의 어느 잡지사에서는
베트남,
인권문제는 있으나 게이 인권에 있어서는
선도자인 나라
라는 헤드라인을 걸었을 정도니 말이다.
(참조: Vietnam: Flawed on Human Rights, but a Leader in Gay Rights - The Atlantic)
실제로 베트남은 2015년 동성 간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을 철폐하였고
2022년에는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간주하지 않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정부 지침이 발표되었다.
베트남이 이처럼 다른 인권지수에 비해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개방적인 모습을 띠는 이유는
역사적으로 중국이나 우리나라와 같이
유교적 성규범이 엄격하지 않았고,
특히 19세기 후반에 접어들며
유럽에서도 개방적인 성문화를 가진 프랑스의 지배를 받으면서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자유주의 가치관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다국적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경제도시 호찌민에서는 하노이보다 이러한 문화에 대한
사회 수용도가 훨씬 높은 편이다.
문득 사회주의든 자유민주주의든
개인의 권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치이념이나 체제가 아닌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역사와 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럼 미스 즈엉도
우리 층 여자화장실을 같이 쓰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