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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Oct 21. 2024

베트남 사람에게 수영 배우는 법



수민은 골프에 완전히 질려버렸다.

평소 운동 감각이 없어 그런지

프로의 코칭에도 몸은 잘 따라와 주질 않았고

아이언에서 몇 개월 만에 넘어간

드라이버 레슨에서는

앞으로 쳤음에도 공이 뒤로 튕겨져 나가는

진기명기한 퍼포먼스까지 만들어 냈다.

잘 못 치니 자신감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아 누가 골프를
남녀노소 다- 할 수 있는 운동이라 했던가




해외근무를 하는 동안

필드를 나갈 최소한의 실력이라도 갖출 수 있을지

하면 할수록 의문이 들었다.




이 시간에 차라리
수영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




수민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수영장이 있는데,

입주민들은 무료로 쓸 수 있음에도

수민은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이 시설을 마음껏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쉬웠다.

(접근성이나 가격면에서 한국보다 훨씬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연중 300여 일 가까이 더운 하노이에서는

퇴근 후 종종 물에 풍-덩- 빠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한국인 수영 강사를 구하는 것은

골프 프로를 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


수요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영 자체를 못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수민은 한국인 선생님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영어가 가능한 선생님이라도 찾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수민에게 수영은 자전거와 비슷한 느낌이라

골프보다야 빨리 학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이 있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영어가 가능한 수영강사를

추천해 줄 수 있는지 문의한 수민은 곧,

영어가 가능한 베트남인 수영강사가 한 명 있다고 답을 받았다.


들뜬 마음으로 수영장으로 직행한 수민은

데스크에 앉아있는 수모를 쓴 직원을 보자마자

영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얼굴이 까무잡잡한 베트남 선생님은,

그런 수민의 초롱초롱한 눈을 피하며 어색하게 웃음 짓더니

몇 초간 자신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이내 말없이 휴대폰을 수민에게 들어 보였다.




무슨 요일에 수업할 수 있어?



...



정리하자면,

이 분은

'구글 번역기를 통해서' 영어로 대화를 하실 수 있는 분이었다.


수민 또한 목구멍에서 나오는 영어를 뒤로 하고

그가 무안하지 않게 번역기를 켰다.




영어를 못하시면
물 안에서 저를 어떻게 가르쳐 주시죠?



충분히 번역기를 통해 가르칠 수 있다.





당황한 수민은 '수영도 이미 물 건너갔다'

불안한 예감이 들었지만

예의상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날 수가 없어

한 가지 질문을 더했다.



말씀하신 레슨비는 총 몇 회,
몇 시간에 대한 비용인가요?





네가 수영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번역기 너머로 선생님의 강한 상남자 포스가 느껴졌다.

우리가 같은 언어를 쓰는 민족이었다면

그는 수민에게 정말 최고의 선생님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민은 애써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는 마지막 번역기 인사를 뒤로 한채

집으로 올라왔다.






《골프도, 수영도 뭐 하나 해외에서 쉽게 배울만 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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