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회사에서 안 보내줄 것 같은데요?
지금은 어엿한 나의 회사가 되었지만,
이직 면접 당시만 해도 내게는 꿈의 무대였던 곳에서
면접관 중 한 분이 내게 말씀하셨다.
결과를 떠나,
그 당시 그 한 마디는 내 마음을
뜨겁게 치유해 주었다.
무색무취에 너무 개성이 없는 것 같아
네 색깔을 좀 더 어필해 봐
나라는 사람은 같은 밝기로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하루하루를 밝히며 살아 왔는데
정작 십여 년 넘게 근무한 곳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나의 색을
그곳에서는 명확하게 알아봐 준 것이다.
올해 나는 오랜 교통체증 끝에 다시 타이밍을 맞추어
연속되는 신호구간에서 운 좋게 초록불을 마주하는 것처럼
인생에서 오래도록 바라던 일들을,
한 구간, 한 구간 지날 때마다 기적적으로 성취하게 되었다.
최근 몇 년간 내 침대 맡 화이트보드에 써놓은
가장 큰 목표들을 하나씩 이루었다.
억지처럼 들릴 순 있겠으나,
나는 이것이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부터임을 안다.
(아마 브런치 작가분들은 이 말에 공감하실 것이라 생각한다)
해외생활의 고독함을 이겨내기 위해
세상과 소통하고자 시작한 브런치가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시키고
스스로 인생의 방향을 정교하게 맞추어 나가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둘째 치고,
우선 책상에 앉아 나를 정비하는 시간을 갖는 습관을 들인 것이
삶의 변곡점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
사실 지금도 첫 출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신이 없지만
이 시기에 이 글을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글을 쓰고 있다.
사실 나는 색깔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총천연색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한 번도 내가 무색의 존재라 생각한 적 없다)
그 색을 세상이 볼 수 있게끔
연결해 준 것이 바로 브런치다.
이제는 이 공간을 통해 나의 색을 세상에 물들일 수 있기를
또 다른 목표를 화이트보드에 채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