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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Feb 19. 2023

3초마다 만나는 베트남 ○○○

베트남에서 얻은 '스모킹 포비아'



베트남 하노이의 최근 신시가지로 부상하고 있는 

'서호(Tây Hồ)'라는 지역은 우리나라의 이태원과 같이 

외국인들이 많이 밀집된 곳으로

100m마다 하나씩 트렌디한 감성의 레스토랑이나 펍을 만날 수 있다.


이와 같이 걷는 걸음마다 

새로움과 즐길거리가 있는 화려한 베트남 거리의 이면에는

걷기 싫게 만드는 딱 한 가지 요소가 있는데

바로 3초마다 등장하는 

"스모커(Smoker, 흡연자, 매연을 내뿜는 모든 것)"가 그것이다.


(본 글에 앞서 우선 흡연자 분들께는

너른 양해를 먼저 구합니다.)







최근 스마트폰 알고리즘으로

한국 지하철 4호선 '담배 빌런' 영상을 보게 되었다.



지하철 차량 내부에서 

그것도 용맹하게 불을 붙여 궐련을 태우다니..

무려 2년 전 사건이었는데도

아직까지 역주행해서 뜰 정도로 많은 한국인들에게 

여전히 레전설(레전드+전설)로 남아 있는 빌런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베트남에서 매일 보고 느끼는 충격의 강도가

이 영상을 본 한국인들이 느끼는 그것과 

비슷할 것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지하철 4호선 '담배 빌런']



비(非) 흡연자에겐 참기 힘든 베트남의 '흡연문화'



베트남에서의 생활 대부분이 만족스럽고 행복하지만

오직 단 하나,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바로 베트남의 흡연문화다.


베트남은 병원, 학교, 공항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 합법이기 때문에

정말이지 걷다 보면 3초마다 한 명 또는 그 이상의 

스모커들을 만나게 된다.


노상 음식점에서 파란색 목욕탕 의자에 앉아

아침을 먹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길거리에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손님을 기다리며 담배를 피우는 그랩(Grab) 운전기사들,

심지어는 달리는 오토바이 운전자들도.


오토바이의 매연(Smoke)은 어느 정도 참을 수 있겠으나

담배냄새만큼은 정말이지 참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 순간 

신선함 가득한 산뜻한 공기와 함께

더불어 밀려오는 담배냄새에 기분이 확 나빠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뭐랄까

추후 청구할 수도 없는 불특정 다수가 

나의 건강에 해를 가하는 것에 화가 난다고나 할까.


출퇴근 길만이 문제가 아니다.


사무실은 금연구역이지만

보통 실내화장실 옆에 흡연실이 붙어 있기 때문에

화장실에 가는 것도 꺼려지고

식당에서는 사람들이 아주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밥을 먹는 것인지 냄새를 마시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사실 한국에서는 가끔 동료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할 때

옆에 있어도 그렇게 불쾌한 기분은 아니었는데

여기서 하루종일 '스모커들의 공격'을 받으니

왕왕 머리가 아프다.


실로 여기서

'스모킹 포비아(Smoking Phobia)'가 생겨난 것 같다.



[매연과 담배냄새로 자욱한 베트남의 거리]





  

 

일과를 끝내고 돌아온 유일한 청정지역인 '집'에서마저

담배냄새가 자욱하다.

배관을 통해 이웃의 담배냄새가 타고 들어온 것 같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관리실에 연락을 취해

실내 금연에 대해 전체 공지(Notice)를 해달라고 하였는데

관리실에서는 이런 '컴플레인 제기'가 흔치 않은지

우리 집에 와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맡아보고 

문제의 집을 찾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찾겠다는 걸까'


이내 나는 (종종 그랬듯) 포기하고

집에 오면 모든 방문을 닫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사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도 사무실에서, 관광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익숙했던 시절이 있었다.


베트남 또한 앞으로 비흡연자들을 위한

정책과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보다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노이에서 교통체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30년부터 '오토바이 운행 제한' 정책을 

단계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에 발맞추어 공공장소 금연정책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 도시가 되지 않을까, 


하고 잠시나마 오늘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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