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을까
흔들리는 불안 속에서
일요일만 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일 회사 갈 생각에 그리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업무와 사람들과 부딪힐 생각에... 깊은 한숨이 나온다. 그 회사를 다니는 동안 나는 어느 한순간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적응 안 되는 수직적인 문화,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라고 하지만 직급에 따라서 서열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언니 문화. 그리고 10살 차이가 아닌 고작 1살 차이인데도 느껴지는 젊은 꼰대들의 마인드에 숨이 막혔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위로 한참 나이 많은 임원들의 무능력과 중심 없는 의사결정들 속에 우리는 매일 흔들리는 업무를 휘어잡으며 내일 달라질지도 모르는 방향성에 불안해했다. 한참 어린 꼬마 말단이 봐도 어리석고 눈앞에만 볼 줄 아는 그들의 결정 속에 아무 말하지 못하고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고 강행해야 했다. '그냥 돈 주니까 시키는 대로 하자'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고쳐먹었다.
말 잘 듣는 착한 말단이 되어야 했다
회사는 임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김이 센 임원 순으로 회사의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었다. 회장님의 깊고 인사이트 있는 생각들은 임원, 팀장, 실무급으로 내려올수록 이해관계 순으로 와전되었고, 회사의 중차대한 기획은 말단 사원의 머리에서 나와서 팀장, 임원 순으로 올려졌다. 생각을 하지 않고 지시를 해야 순수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사원의 몇 배의 월급을 받는 직급들도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참새들 뿐이었다.
관리자 = 성과 스틸러
성취를 중요시하는 나의 성향과는 상극이 회사였다. 이익을 내야 돌아가는 회사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권한은 없고 책임은 많은 그러면서 성과는 어떻게든 내야 하는 곳이었다. 소자본 사업을 해도 수도 없이 어그러지는 게 비즈니스의 생태계인데 계속 성장만 해온 회사에서 생각 없이 승진해온 관리자들은 일이 어그러지면 누가 잘못했는지부터 탓하느라 바빴다. 그런 문화 속에서 누구 하나 '이거 제가 할게요'라고 할 수 있겠나. 모두 주어진일이나 정말 될 것 같은 프로젝트를 입김 순으로 집어가는 식이었다. 성과는 잘되면 관리자 탓 못되면 실무진 책임으로 돌아갔다.
누구나 이직에 대한 환상이 있다
이직을 하면서 꿈에 부풀었던 적이 있다. 이 회사에서 몇 년 있고, 실무 중 무엇을 쌓고, 커리어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하지만 그게 환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1개월 뒤 여기는 상명하복이 강하고 실력보다는 타고난 정치가 타입이 생존할 수 있는 80년대 문화이구나. 3개월이 되었을 때는 이직을 후회했지만 결혼을 너무 앞둔 시점이라 나 자신에게 많은 변수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연차가 쌓였다. 문화에 나름 적응이 되었는지 괜찮았던 시점도 생겼지만 연차가 쌓여도 왜 그때 빨리 결정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후회가 더 많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 자신을 잃어갔다. 회사 건물에 입장을 하면 그때부터 풀 죽은 망아지 마냥 표정은 굳었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한 45도 바닥 시선, 회의 시간에 업무를 받아 적으면서 싫은 티를 내지 않는 건조한 감정선을 유지하는데 스스로를 단련시켰다. 이 무슨 에너지 낭비인가.
지금은 후배들이 '이직을 했는데 1달 만에 후회가 된다'라고 하면 당장 재이직 준비를 하라고 말한다. 문화에서 오는 다름, 성향에서 오는 다름은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득권은 당장의 편안함과 안락함에 취해 절대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매달 같은 금액이 통장에 입금되는데 회사의 앞날을 왜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괜히 시도를 해서 실패작을 만드느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잘리지 않을 것이라는 고착화된 문화와 회사에서 채득 한 경험 때문에 그들은 그 자리에 계속 머물 것이다. 물론 그 안에서도 능력이 있고 똑똑한 사람은 있겠지만, 맞지 않은 공간에서 하루 8시간 시간을 보내며 생계를 유지하기에 스스로의 모습이 너무 많이 훼손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사는 정말 많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