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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Jan 21. 2016

한겨레와 디지털 시대, '더(THE) 친절한 기자들'

블로터 넥스트 저널리즘 스쿨- 한겨레 디지털콘텐츠팀  이재훈 기자


넥스트 저널리즘 스쿨 3일 차, 첫 강연자는 한겨레의 디지털뉴스팀 담당자인 이재훈 기자다.

신문 안 읽는 시대, 종이 신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한겨레로서도 디지털 시대의 변화가 고민일  수밖에 없다. 한겨레 디지털 부문 디지털콘텐츠팀 이재훈 기자는 '신문 안 읽는 시대'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핵심은 이것이다.  

기사는 안 읽지만 뉴스는 읽는다.

종이신문을 통해 기사를 읽는 사람이 줄었을 뿐 뉴스는 더 많이 생산되고, 더 다양한 형태로, 더 많이 소비되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한겨레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이재훈 기자는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


첫 째로 어떤 콘텐츠를 생산할 것인가.
두 번째, 기자는 어떤 태도와 지향을 가져야 하는가.
세 번째, 그래도 여전히 신문은 신문이라는 점. 


뉴스 읽어주고 A/S 해주는  '더(THE) 친절한 한겨레 기자'들

어떤 콘텐츠를 생산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한겨레의 고민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 있다. 디지털 시대 한겨레의 콘텐츠 전략을 드러내는 몇 가지 '서브 브랜드'를 살펴보면 새로운 뉴스에 대한 한겨레의 고민이 보인다.


첫 번째로 이재훈 기자가 소개한 한겨레의 전략 콘텐츠는 '더(THE) 친절한 기자들'. 

신문을 1-32쪽까지 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더(THE) 친절한 기자들'은 각종 보도의 핵심 정보를 추리고 한겨레가 한정된 지면에 못 담은 중요한 정보를 추린다. 작년에 연일 보도가 쏟아져 나온 '정윤회 파문'. 각각의 기사를 보는 독자들은 얼마나 이 이슈를 이해하고 있을까? 기자는 매일매일 자신이 내보내는 보도를 독자들이 따라오고(Tracking)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기사를 쓴다. 그러나 독자가  전달받는 것은 파편적인 사실들이다. "정윤회가 뭘 어쨌다는 건데?" 이런 질문에 대해 '총정리' 해주는 콘텐츠가 한겨레의 '더(THE) 친절한 기자들'이다. 


큰 호응을 얻었던 대표적인 기사가 바로 '정윤회 파문 총정리'. 다른 언론사가 보도한 모든 정보까지 추려서 이틀 정도에 걸쳐 이 콘텐츠를 만들었다. 주말에만 30-40만 페이지뷰를 기록했다고. 독자는 매일 쓰는 '기사'가 아니라 그 기사를 다시 추려 읽어주는 '더 친절한 기자'에 호응한다. 

두 번째로 소개한 브랜드는 뉴스 A/S다.

종이 신문, 종이 신문에 싣을 기사는 "야마를 잡아서 쓴다". 이러한 콘텐츠의 형태는 사건 전체의 맥락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가장 자극적인 특별한 부분을 '야마'로, 앞으로 빼서 기사를 쓰도록 만든다. 그 부작용으로 맥락은 사라지고 현상만 남는 경우도 생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팩트나 상황은 변한다. 한 번 보도를 하고 나면 기자는 계속 다른 '발제 거리'를 찾고 취재할  수밖에 없다. 독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조현아'라는 뉴스에 남아있더라도 아무도 '조현아'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지 않는 일이 일어난다. 그런 '맥락의 문제'와 '일시성'의 문제를 보완하고자 해서 나온 브랜드가 뉴스 A/S다. 


"이 기사가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는가. 이 자극적인 야마는 과연 옳은 이야기였나.  그때 '지나가버린' 그 보도는 이렇게 지나가도 괜찮은가?"

 뉴스 A/S는 이런 질문을 던지기 위한 브랜드다. 예를 들어, '섬뜩한 눈빛'의 조현아 사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적하는 기사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오마이뉴스의 사진기사였는데, 보도보다도 보도 자체의 맥락과 조현아에 대한 지나가버린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짚는다. 


세 번째. 버티컬 동영상.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할 수 있다. 한겨레가 버티컬 동영상을 만들고 있다고?  "한겨레는 신문사인데?"

이재훈 기자는 풍부한 동영상 콘텐츠를 가진 SBS를 부러운 곳으로 꼽았다. 동영상 콘텐츠가 많으니까. 한겨레 TV가 있긴 하지만 한겨레 TV가 주로 다루는 것은 장시간 토론의 현장이나 장기간 취재 콘텐츠를 분절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현장 취재 동영상 콘텐츠'가 없다. 

한겨레가 말하는 버티컬 동영상은 카드 뉴스의 확장판이다. 카드 뉴스를 모바일 폰에서 좀 더 편하게 보도록 한 것으로 2분을 넘지 않고 사진과 텍스트 위주로 영상을 만든다. 주력 브랜드라기보다는 하나의 확장된 콘텐츠 형식도 고민하고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였다. 


네 번째. 팟캐스트 디스 팩트.

팟캐스트는 '들려주는' 더 친절한 기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팟캐스트는 아무래도 부담이 적기 때문에 언론사들이 많이 시도하는 편. 그래서 쉽게 시도했지만 생각보다 콘텐츠의 '형식'에 맞춘 내용을 다시 고려하는 게 어려웠다고. 읽는 정보와 듣는 정보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읽는 정보와 듣는 정보는 성격이 다르다. 

팟캐스트는 이동하면서 듣는다. 더 짧게, 더 쉽게 이야기해야 한다. 단순히 '더 친절한 기자들'의 콘텐츠를 읽어주는 판으로 변형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고. 모든 작업을 새로 디스 팩트에 맞춰서 하고 있다고 이재훈 기자는 이야기한다.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서브 브랜드'의 중요성 때문이다.  서브 브랜드의 성공 사례로는 스브스 뉴스를 들 수 있다. 이제 언론사도 타깃에 따른 브랜드가 중요하다. 한겨레의 이름을 보고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한정되고  줄어들고 있다. 한겨레에서 일하면서 한겨레 기자들이 스스로 브랜드가 되거나, 디스 팩트 같은 서브 브랜드를 만드는 것. 이런 실험을 한겨레는 계속 시도 중이다.  팟캐스트뿐만 아니라 디스 팩트 비슷하게 좀 더 가벼운 형태의 뉴스를 전하는 브랜드도 구상 중이라고 한다. 먼저 그 실험을 정치 바라는 서브 브랜드 페이지를 얼마 전 론칭했다.  정치 뉴스만을 디지털 환경에 맞춰 다루는 '정치 BAR'가 그 결과물이다. '발랄한 전복을 꿈꾸는 정치 놀이터'라고 소개되어 있다.  (www.polbar.co.kr)


'발랄한 전복을 꿈꾸는 정치 놀이터. (www.polbar.co.kr)' 라고 합니다.

다섯 번째로 이야기한 것은 인터랙티브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다.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 이후 많은 사람들이  충격받은 부분 중 하나. 인터랙티브 한 영상, 사진과 기사를 아울러 한 페이지에 담는 형태다. 그런데, 그 충격이 컸던 것과는 다르게 그렇게 각광받는 형태의 스토리텔링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재훈 기자는 "요즘 잘 안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가치를 부인하고 싶지는 않지만 수용자가 가볍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고민"인데, 그러나 그렇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을 묶어서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 어려운 일이다.  

아래는 한겨레의 세월호 관련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예시. 


글 쓰고, 편집하는 '에디터'로서의 기자

그렇다면 이러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기자는 어떤 태도와 생각을 갖춰야 할까. 이재훈 기자는 다섯 가지를 이야기했는데  그중 몇 가지만 추려본다.

첫째론 팩트  파인딩뿐만 아니라 큐레이션도 기자의 책무가 되었다는 것. 이제는 기자도 영향력 있는 블로거로서, SNS의 사용자로서 그 네트워크 안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커뮤니티의 화법도 이해해야 한다.

두 번째. 미래의 기자는 자기가 취재해온 콘텐츠를 다양한 미디어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기술을, 스토리텔링을, 디자인을 이해해야 한다. 적어도 그런 전문가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능력까진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신문은 신문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디지털 혁신은 근본적으로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나 종이신문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 신문사의 워크플로우, 일하는 방식을 고려하면 쉬운 문제가 아니다. 가치를 지키면서, 혁신하는 것. 그에 대한 고민을 이재훈 기자는 뉴욕타임스의 혁신 보고서 문구를 인용하여 이야기했다.

뉴욕타임즈 혁신 보고서.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의 교훈: 멋지게 실패하자! | 슬로우뉴스 http://slownews.kr/25859)


파괴적 혁신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우리는 우리의 지위를 방어해야 하는가, 아니면 스스로 변화시켜야 하는가. 우리가 리스티클이나 고양이 동영상으로 유명한 버즈피드를 우습게 취급해야 하는가. 

 신문기자는 여전히 내일의 지면을, 출입처의 주요 인 요물의 발언을, 매일 쓰는 기사 작성의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의 고충, 그러나 더 나아가려는 노력이 함께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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