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드라마의 비밀과 모바일이 불러온 변화
한국의 아침 드라마는 몇 가지 전설적인 밈을 가지고 있다.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오렌지 쥬스를 뱉는 남자. 김치로 뺨을 때리는 김치 싸대기. 오버스러운 스토리라인을 두고 그냥 ‘막장’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무언가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침 드라마는 대체 왜 저럴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었다.
아침드라마의 괴이한 연출에도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던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이유가 있냐. 아침 드라마의 새내기 연출자가 된 친구는 처음에는 본인도 이해가 안 갔는데 나름 현장의 연출에 이유가 있더라고 말했다. 아침 시간에 그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그걸 볼지를 생각해보라는 거다.
부산스럽게 외출 준비 하는 가족들. 아침상을 차리면서 귀로 드라마를 듣다가, 흘깃흘깃 눈으로 보는 경우. 외출 전에 소파에 앉아 티비를 켜신 할머니. 귀로만 들어도, 어쩌다 뒤를 돌아봐도 시청자가 지금 바람 핀 놈이 어느 놈인지 단박에 알 수 있어야 한다. 누가 이복남매인지, 누가 뺨을 맞았는지 귀로만 들어도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렇게 미주알 고주알 ‘그러니까 지금 네가 내가 20년 전 목포에서 잃어버린 둘째 딸이라는 거니?’라는 대사가 완성형 문장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매체의 속성, 우리 시청자의 시청 환경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게 첫번째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기존 레거시 매체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콘텐츠가 소비 되는 게 ‘모바일’ 환경이다. 모바일이란 단어의 뜻이 ‘이동 가능하다’는 것인 만큼, TV와 전파 채널처럼 어느 시간대에 거실,대합실처럼 어느 정도 시청 환경을 예상할 수 있는 매체의 시대와는 완전히 달라져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시청 환경에 대한 이해가 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을까? 변수가 많아졌지만 반대로 그만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도 많아졌다. 이제는 플랫폼에서 초 단위까지 몇 명의 시청자가 어느 스토리라인까지 영상을 보다가 독자가 빠졌는지 알 수 있다. 무슨 영상을 보고 유입되어 새롭게 이 채널의 팬이 되었는지, 얼마나 자주 방문했는지, 우리 영상을 보는 시청자는 다른 채널은 무엇을 주로 보는지까지 알 수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창작자가 더 많은 콘텐츠를 더 열렬하게, 좋은 퀄리티로 올리기를 바라고 그에 대한 가이드로서 시청자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한다.
데이터 리뷰를 반영하는 제작 프로세스가 중요하다는 건 이런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다. 제약 없이 손안에 콘텐츠를 들고 다니는 시청자들을 더 이해하고, 콘텐츠를 개선할 단서가 데이터에 있다. 특히 특정 플랫폼에 최적화해서 플랫폼 first 전략을 취하려 한다면 유튜브든 인스타그램이든 트위터든 해당 플랫폼에서 주는 데이터를 제작 과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닷페이스에서는 2016년은 페이스북에, 2017년은 유튜브라는 채널에 어떻게 적응해서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했었고 이후에는 이메일, 웹사이트를 비롯한 자체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페이스북에서의 데이터 리뷰 과정을 예로 들면, 동영상 게시물 성과 중 ‘타겟 유지’ 데이터를 포맷 개발에 참고했다. 타겟 유지란 시청자가 해당 영상을 몇초까지 얼마나 쭉 시청했는지의 비율이다. 타겟 유지가 잘 되면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영상을 좀 더 밀어주는 것 같았다. 자동 재생으로 피드에서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이 많은데 타겟 유지 비율을 어떻게 올려야 할까? 당시 데이터 인사이트를 살펴보면, 잘 된 영상들에 공통점이 있었다. 리스티클 형식으로, 큰 숫자와 큰 폰트로, 한 단위씩 떨어지는 이야기 구성 여러개를 엮는 방식을 택했다. “뭔지 몰라도 걔네 영상에 쫀쫀한 맛이 있던데?”라는 피드백은 이런 데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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