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ather Feb 14. 2016

산 속의 예쁘장한 마을, 플롬

노르웨이 플롬의 스테가스테인 전망대

드디어 기차가 멈추고 플롬에 도착했다. UP할아버지 부부와 헤어진 나는 호스텔로 가기 전 미리 예약 해 두었던 스테가스테인 뷰포인트를 가기 위해 미니 셔틀버스 정류장을 찾아 헤맸다. 하나 아무리 둘러봐도 전망대를 위한 미니 셔틀버스는 보이지 않고 딱히 정류장이라고 할 곳도 없었다. 그러다 대형 버스들 사이에 자리한 작은 버스정류장을 발견했고, 나는  그곳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기 시작했다.


“여기서 스테가스테인 전망대를 가려고 하는데요, 미니 셔틀버스를 예약했는데 보이지가 않네요.”

“어, 한국사람이에요? 여기서 기다리면 돼요.”


그때였다. 정류장 뒷 편에서 한국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자신도 전망대로 가려고 버스를 기다린다고 했다. 조금은 어눌하지만 영어가 꽤나 능숙한 중년 여성, 그리고 그녀는 영어만 사용하는 아들을 데리고 있었다.


그녀는 캘리포니아에서 중학생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기러기 가족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방학을 맞이하여 아들과  2달째 유럽을 여행 중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옆에서 계속 장난을 치고 있는 아들을 야단치며 자신의 소개를 이어갔다. 


모자가 찍어준 사진 :)


“길버트! 누나한테 인사해! 누나도 우리랑 같이 전망대에 갈 거야!” 

“아… 안녕? 길버트?”

“Hi! 누나!” 


그렇게 어색한 인사가 끝나자 다행스럽게도 미니 셔틀버스가 도착했고 우리는 쪼르르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에 탑승하기가 무섭게 하늘에선 폭우가 쏟아졌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좁은 길을 달리는 버스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버스 안에는 노부부, 젊은 남자 2명, 나, 아주머니와 길버트 이렇게 총 7명이 타고 있었는데 모두들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이렇게 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데 운전을 해도 되나요? 그냥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걱정 마세요, 노르웨이에서 이 정도 비는 일상이에요. 여기서 운전 한두 번 해봤겠어요?” 


사람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운전자는 껄껄 웃음소리를 내며 운전을 한다.  뒷자리에 앉은 길버트는 계속해서 아주머니에게 배고픔을 호소했고, 아주머니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음식을 꺼내기 시작했다. 


“누나도 줘.” 

“누나! Here!” 

길버트가 건넨 작은 상자의 뚜껑을 열어보니 케밥이 들어있었다. 


“아까 길버트가 먹고 싶다고 해서 몇 개 샀는데 잘됐다. 누나 하나 먹어요!”

“누나! Take this drink.”

길버트는 자기 가방에서 콜라 한 병을 꺼내 건넨다. 


나는 당황스러움과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며 콜라를 건네받았다. 꼬르륵. 사실 아침에 기차에서 꺼내먹은 요기 거리 외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마침 엄청나게 배가 고픈 상태였는데 케밥이라니. 나는 순식간에 상자를 깨끗이 비워냈다. 


“누나 배고팠나 보네!” 

아주머니는 나를 계속 누나라 부르며 웃으셨고, 아주머니와 길버트 덕분에 나는 배불리 스테가스테인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플롬의 송네피오르드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선택한 스테가스테인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플롬은 정말 작고 아기자기한 과수원 마을이었다. 엄청나게 내리던 폭우는 잠시 조금 잦아들어 땀방울처럼 송글 송글 옷깃에 맺힐정도가 되었고, 나는 기분이 좋아져 전망대 위 여기저기에 매달려 사진을 찍었다. 참으로 고요하고 신비한 마을이다. 이토록 높고 빽빽한 산 속에 자리한 작은 과수원 마을은 얼핏 고립되고 숨겨진 이야기 속 마을 같다. 



마치 웨스앤더슨 감독의 영화 ‘문라이즈킹덤’의 꼬마 주인공 ‘수지’와 ‘샘’이 손을 잡고 뛰어다니던 작은 마을 같이 참 예쁘장한 플롬. 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나는 수지의 망원경 대신 손으로 망원경을 만들어 전망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꽤 높이 올라왔는지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하얀 솜으로 가득 찬 풍경 사이로 보이는 풍경에 매료되어 나는 한참을 전망대 난간에 매달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누나, 안 무서워? 아우, 난 무서워 죽겠는데 길버트가 누나처럼 난간에서 사진 찍고 싶다고 하네.” 


아주머니는 아들과 티격태격하며 사진을 찍었다. 14살, 노르웨이에서 등산, 파리의 에펠탑을 보는 것 보다 호텔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게 더욱 즐거울 나이다. 나는 웃으며 길버트에게 소리쳤다.


“길버트! 엄마 말 좀 잘 들어!” 

“그래, 누나가 좀 말해봐, 엄마 말 좀 잘 들어, 길버트!”


약 20분의 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플롬 아래로 내려갔고 유스호스텔을 찾아 걸어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플롬, 사랑스러운 문라이즈 킹덤의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