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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Feb 20. 2016

경이롭고 감동적인 노르웨이 산골 사람들의 삶

송네 피오르드는 티끌만치 작은 나의 발자국에게도 축복을 내려줄 것만 같다

플롬 역에서 만난 모자는 스테가스테인 전망대를 함께 간  것뿐만 아니라, 우연히도 같은 호스텔을 예약한 상태였다. 


오래전, 29살에 처음 유럽여행을 했고 약 3달 동안 여행을 했었다는 아주머니는(지금의 나와 나이도 여행의 기간 비슷하다!)  그때도 플롬의 유스호스텔에서 묵었다고 한다. 가족이 대를  이어하는 유스호스텔이라니, 나는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무엇보다 세계에서 9번째로 아름답다고 알려진 플롬 유스호스텔이었기에 얼마나 아름다울지 가슴이 떨려왔다. 



“와, 동화 속 오두막 같아요. 공기도 너무 맑고, 깨끗해요!”   


나는 체크인을 하고도 방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호스텔 주변을 계속 돌아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어딜 갈지 정하지 못했다는 아주머니께 나의 루트를 알려 드렸고 그녀는 나를 따라 헬레쉴트와 골든 루트를 돌고 싶다고 말했다. 


“네, 그런데 길버트가 괜찮을까요? 조금 빡빡한 일정인데.” 

“이 녀석 보기보다 체력은 좋아.”   


우리는 내일 오전, 헬레쉴트로 가는 버스를 함께 타기로  약속하고 각자의 방으로 떠났다. 내가 예약한 4인실 방은 무척이나 작고 귀여웠다. 각 방이 작은 오두막으로 이루어진 플롬 유스호스텔. 나는 침대 위에 짐을 올려두고 창가에 놓인 소파에 잠시 앉아 숨을 돌린 후 다시 방을 나섰다. 


“그래, 지금 비가 좀 그쳤을 때 더 둘러봐야겠어.” 

나는 곧장 호스텔을 빠져나와 다시 역으로 향했다. 그리곤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 구드방겐으로 가는 페리 티켓을 구입했다. 



마침 구드방겐으로 가는 3시 10분 페리가 출발 대기 중이라고 했고 나는 쏜살같이 페리로 달려갔다. 약 2시간, 플롬에서 구드방겐으로 천천히 피오르드 관람할 수 있는 페리. 페리 안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뒤늦게 탑승한 내가  앉을자리조차 없었다. 


평소 같으면 실내보단 갑판 밖이 더 북적였을 테지만, 한차례 쏟아진 폭우와 연이어 이어진 가랑비로 실내는 무척이나 붐볐다. 일부 우비를 입고 갑판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실내에서 요깃거리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추위와 비를 피하고 있었다. 


결국 자리를 찾지 못해 갑판으로 다시 나가려는 찰나 누군가 나에게 손짓하는 게 시야에 잡혔다. 처음 보는 사람, 거기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인듯하여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부른 게 아닌가 싶어 주위를 둘러봤으나 그녀는 다시금 웃으며 나를 가리켰다. 

“저요?”


나는 그녀의 옆으로 갔고 그녀는 자신 옆에 있는 빈 의자에 앉으라며 손짓했다. 한 무리의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 겨우 자리를 잡은 나는 어색함에 어쩔 줄 몰라 괜스레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다.


중간 중간 갑판으로 나가 사진을 찍었다.... 아 흐려 ㅠㅠ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

“한국인이에요.”

“어머, 한국인이래! 이쁘네! 혼자 여행 온 거야?”


갑자기 여러 명의 관광객들이 나에게 질문을 쏟아냈고 나는 그들 모두에게 답변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다들 궂은 날씨와 갑갑한 실내에 지루했던 모양이다. 거기다 몇몇 사람들은 우리 다 같이  기념사진을 찍자며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되어 눈앞이 번쩍였다. 


그중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아저씨 한분이 혼자 여행 왔느냐고, 얼마나 여행을 하는지 물어봤다.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홀로 여행을 떠나온 내 이야기를 했고 내 주변의 중국인들은‘역시 젊으니까 용감하네’ 등의 이야기, ‘회사를 왜 그만뒀냐’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노르웨이는 다른 북유럽에 비해 단체 관광객이 많고 홀로 여행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여행 중에 이와 비슷한 질문을 꽤 많이 들었다. 나는 그들에게 대답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긴장을 했다. 딱 보아도 4~50대 이상의 중년, 가족 단체 여행이다. 분명 한국에서도 참 많이 들었던 잔소리가 이어질 것이 틀림없다. ‘철이 없구나.’,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등의 걱정 섞인 잔소리. 그때 처음 나에게 질문을 했던 중년 아저씨가 큰 소리로 외친다.


젊을 때 뭐든 많이 해야지! 신나게 놀아야 해!


아저씨의 말씀에 모두가 깔깔 웃음을 터트린다. 아저씨, 아주머니의 인자한 미소에 괜스레 죄송한 마음이 밀려왔고 또 너무 감사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들은 비가 조금 그친 것 같다며 내 손을 끌고 갑판으로 나왔다. 푸른 산 위로 나무 열매처럼 빨갛게 익은 집들이  띄엄띄엄 열려있다. 


그림처럼 사랑스러운 이 곳 사람들의 삶의 흔적들. 

그리고 그 사이 절대 멈출 것 같지 않은 새하얀 폭포수가 우리의 삶의 여정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라 속삭여주는  듯하다.


 여행에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다. 혼자 레스토랑을 기웃거리고 있었더니 손을 들어 같이 밥을 먹자던 호주 소녀들, 같이 장을 보고 텔레비전을 봤던 아르헨티나에서 온 남매, 여행 이야기에 밤이 끝나는 줄 몰랐던 프랑스 소녀들. 그리고 언제 어디서 만나도 반갑고 정겨운 한국 사람들. 이렇게 조용히 나의 삶 속에 스며들어 자신들의 삶과의 교집합을 만들어 주는 내가 여행하는 나라의 사람들. 


한 방울씩 우비 위를 미끄러져 내리는 빗물 사이로 나는 저기 경이롭고도 감동적인 노르웨이 산골 사람들의 삶에 내 인생을 겹쳐 교집합을 그려본다. 아름다운 송네 피오르드는 그 오랜 역사 속 티끌만치 작은 나의 발자국에게도 축복을 내려줄 것만 같다. 



“힘내!! 여행 잘하고! 밥 잘 먹고!” 

어느새 페리는 구드방겐에 도착했고 날 휘감고 있던 중국인 관광객들은 나에게 손을 마구 흔들며 덕담을 건넨다. 나는 양손을 높이 들어 손을 흔들며 그들의 환대에 감사를 표했다. 


여행지는 사람을 보다 여유롭고, 행복하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여행지에서 만난 관광객들은 모두 참으로 즐겁고 행복해 보이며 친절하기 그지없다. 나도 남은 여행은 보다 더 친절하고 경쾌한 관광객이 되기로 약속한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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