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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Feb 11. 2016

플롬, 사랑스러운 문라이즈 킹덤의 시작

노르웨이, 송네 피오르드로 떠나다 

베르겐-> 뮈르달->풀럼(송네 피오르드)-> 스테가스테인 전망대-> 구드방겐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싸고 베르겐 중앙역으로 갔다. 예상대로 약 40분 전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차 탑승로에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모여있다. 이 탑승료는 바로 ‘뮈르달’을 가기 위한 기차 탑승로. 뮈르달은 송네피오르드로 아름다운 풀럼으로 가기 위한 중간 장소로 기차를 타고 뮈르달을 간 후 풀럼으로 가는 산악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풀럼을 간단 말인가? 


그렇게 1시간이 지나자 내 뒤에는 또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그나마 40분이라도 일찍 와서 다행이다. 겨우 기차에 탑승하곤 가방에서 어제 사둔 빵과 과일을 꺼내 주섬주섬 입에 넣는다. 어제  베르겐 어시장에서 무려 3만 5천 원을 주고 연어, 대구, 새우살로 이뤄진 조그마한 생선 꼬지를 먹은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던지 나는 그 꼬지를 다 먹자마자 마트로 가 저녁 식사 거리와 오늘 기차에서 먹을 음식들을 샀다. 


그나마 줄이 많이 줄었다......-_ㅠ


 무척이나 맛은 있었지만 그 생선 꼬지의 크기와 가격이 준 베르겐 물가의 충격은 아직도 놀랍다. 그나마 그 앞 고래고기를 파는 청년들, 해산물 샌드위치를 파는 아주머니들의 구성진 입담에 마음이  누그러들었지만 역시 노르웨이에서 식사를 사 먹는 건 배낭여행자에겐 참 부담스러운 돈이 든다. 


빵과 사과를 베어 물고 있으니 섹시한 외모의 잘생긴 검표원이 요사스레 몸을 흔들며 걸어와 표를 검사한다. 나는 급히 스칸디나비아 패스를 꺼내 도장을 받았고 그가 사라진 후에도 이내 그 뒷모습을  살펴보았다.

“아이고, 역시 북유럽은 다 잘생겼네.” 


독일에 있을 때 독일인 친구들은 나에게 노르웨이와 스웨덴 여자가 엄청난 미인이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진정 노르웨이와 스웨덴엔 미인이 많고 미남도 참 많다. 


뮈르달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건너편 플롬스바나 산악열차를 타기 위해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순간 플롬스바나의 티켓은 어디서 사야 할지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매표소는 보이지 않고 이 작은 간이역엔 역무원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는 급히 다시 발걸음을 돌려 내가 타고 온 기차 앞에 서 있는 역무원 아저씨에게 매표소를 물었으나 그는 여기엔 매표소가 없고 아마도 플롬스바나 안에서 티켓을 살 수 있을 거라 말했다. 


플롬스바나 안

“플롬스바나는 지금 바로 출발할 거야. 어서 뛰어가서 타!” 

역무원 아저씨의 말에 깜짝 놀라 나는 넙죽 인사를 하고 후다닥 달려 플롬스바나 안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새하얀 머리카락과 커다란 파란 눈, 안경이 인상적인, 꼭 애니메이션 UP의 주인공 할아버지를 닮은 할아버지와 단발머리 흑인 할머니 옆에 앉았다. 


“저기… 혹시 티켓은 어디서 사야 하는지 아세요? 기차 안에서도 살 수 있겠죠?”

나는 쭈뼛쭈뼛 불안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고 그들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넌 어디서 온 거니?”

“베르겐이요.”

“우리도 베르겐에서 왔어. 우린 베르겐에서 미리 표를 다구입했는데.”

“정말요? 아, 몰랐어요. 전 당연히 여기서도 살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아마 역무원에게 물어보면 표를 사게 해 줄 거야. 노르웨이 사람들은 친절하니까, 너무 겁먹지 말아.”


백인 UP할아버지와 흑인 할머니는 부부로 영국에서 여행을 왔다고 했다. 그들은 베르겐을 시작으로 풀롬, 올레순 등을 천천히  둘러볼 계획이라고 했다. 


“우린 풀롬에서 제일 오래된 호텔에서 묵을 예정이란다. 난 풀롬에서 쉬고 이 사람은 구드방겐을 돌아보고 오겠다고 하는군.”

“전 풀롬 유스호스텔에서 묵어요. 저도 구드방겐을 가볼까 고민이에요. 그 전에 스테가스테인 뷰포인트를 올라가 보려고요.”



그때였다. 무뚝뚝한 표정에 키가 엄청나게 큰 여자 역무원이 문을 열고 들어와 티켓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나는 등 뒤로 땀 이길게 한 방울 미끄러져 내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표정이 어찌나 무뚝뚝하고 차갑던지 옆에 있던 할머니는 나의 손등을 톡톡 두들겨 주며 나를 안심시켰다. 


“저기, 이 안에서 표를 살 수 있나요?”

“살 수 있어. 300nok” 


나는 이게 얼마인지 고민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현금을 건넸다. 그러자 그녀는 곧장 빠르게 티켓을 꺼내 내 손에 건넨다. 그녀가 우리 칸을 빠져나가자 나는 크게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곤 그제서야 내가 얼마나 비싸게 티켓을 샀는지 깨닫고 말았다.


“아… 스칸디나비아 패스가 있으면 50프로 할인된다고 했는데. 역에서 미리 샀어야 했어.”


300 nok면 한화로 약 5만 원. 겨우 50분을 타는 오래된 산악열차를 5만 원이나 지불하다니. 오늘 저녁을 굶어야 하나 나는 씁쓸히 머리를 긁적였다. 할아버지는 그만 울상 짓고 창 밖에 풍경을 보라고 손짓한다. 창 밖에는 조금 흐린 하늘 아래 짙푸른 나무들이 신비롭게 우거진 산과 힘차게 쏟아지는 작고 큰 폭포들이 날카롭게 깎여진 산의 협곡 사이로 넘실 되고 있었다. 

UP할아버지 :) 나중에 오슬로에서 다시 만났다!!!! 


“우와!!”

“그래, 기차를 탔으면 창밖을 봐야지!”


UP할아버지는 껄껄 웃으며 창문에 사진기를 대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총 20킬로미터 남짓한 그리 길지 않은 구간, 가장 빠르게 달려도 시속 40킬로 정도인 오래된 나무 산악열차 풀롬스바나.이 아늑한 산악 열차는  오래전, 아니 지금까지도 수 많은 노르웨이 농부들의 이동수단이다. 나는 창 밖의 풍경에 넋을 잃고 멍하니 흐르는 폭포수를 두 눈 가득 담았다. 그때였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기차가 멈췄고 순식간에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여기가 효스포센(kjosfissen)역인가 보군.”

“효스포센이요?”

“일단 어서 내리자, 우리도.”


아름다운 효스포센 폭포

기차에서 내리자 효스포센 폭포라는 팻말과 함께 웅장하고 거대한 폭포가 눈 앞에 쏟아지고 있었다. 

“5분간 여기 정차합니다! 5분뿐이에요!” 

역무원의 외침 속에 사람들은 부산하게 움직이며 사진을 찍고 소리를 지르고 영상을 촬영했다. 나 역시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다. 그때였다. 이상한, 아니 약간 기이한 음악과 여성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저기 봐라, 저기! 훌드라야! 

어느새 내 곁에 다가온 UP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부는 나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폭포 옆을 가리켰다. 

언제 나타난 건지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폭포 옆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노부부는 숨이 넘어가게 웃으며 박수를 쳤고 나는 어벙벙한 표정으로 그 춤을 감상했다. 



“탑승하세요!!”

그녀의 춤을 바라보다 보니 금세 5분이 지나갔고 다급히 소리치는 역무원의 목소리에 우리는 다시 기차 안으로 들어갔다. 

“깜짝 놀랐어요. 훌드라가 뭐예요? 저 여자분은 매 시간 저렇게 숨어있다가 관광객이 나타나면 춤을 추는 거겠죠? 아우, 힘들겠다.” 

“그러니까 말이야. 저 1~2분 마녀처럼 춤추려고 저기 숨어있으니 힘들 거야.


“마녀요?”
“마녀인지 요정인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그 로렐라이 같은 거야. 로렐라이가 선원을 홀리면 훌드라는 목동들과 농부들을 홀리지. 그리고 그들은 사람이 아닌 양으로 변해 버린단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 다시 이 공연을 찾아보니 이 춤을 춘 여성은 노르웨이 발레 스쿨의 학생이라고 한다. 또한 나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지만 효스포센 폭포 아래에는 수력발전소도 있다고 했다. 

기차는 다시 힘을 내서 달리기 시작했고 에울란 피오르드로가는 가파르고 시끄러운 길을 지나 마침내 플롬에 도착했다. 


“와! 플롬이에요!!! 드디어 도착했어요!”

“에구, 비가 많이 오네. 그래도 노르웨이 참 아름답지?”

“네, 조금 힘들긴 하지만 너무 좋아요.” 


“더 늙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이랑 1달 정도 노르웨이 여행을 해 봐! 꼭! 진탕 고생도 해보고 열렬히 사랑도 해보고, 나중에 그 사람과 결혼하고 늙으면 또 여길 와! 같이 고생해 봐야 그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어.”


“와! 알겠습니다! 꼭 해볼게요. 그런데 두분도 그러고 결혼하신 거예요?”

“아니! 그러니 꼭 해보라고!” 


노부부의 농담에 나는 웃음이 터졌고, 그들 역시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 속에 우리는 아쉬운 작별을 했고 서로의 여행을 응원하며 각자의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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