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의 질문. 넌 만족해?

by 미쓰김 라일락

백화점이 문을 열기도 전에 나는 이미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십여 년 전, 친구들과 자주 만났던 이곳은 이제 모노톤의 세련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한국을 방문한 건 이민을 떠난 지 4년 하고도 4개월 만이었다. 고등학교 동창 P양과 현대백화점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예전에는 저녁 늦게 이곳에서 만나 곧장 다른 식당이나 술집으로 향하곤 했지만, 오늘은 아이들이 학교에 간 틈을 타 비교적 이른 시간에 만나 곧바로 지하 식품관 옆 푸드코트로 향했다.


오랜만에 만나 쌓여 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결혼 후에는 한국에 있을 때도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어, 4년 4개월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도 오래된 친구와의 대화는 예열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편안했다. 시댁 이야기, 남편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예전에 함께했던 친구들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민 이야기까지 자연스레 흘러갔다. 그러다 P양이 갑자기 물었다.

“너는 만족해?”


그동안 아무도 내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없었다. 내가 있는 곳이 살기는 좋은지, 가서 뭐 해 먹고 사는지 등의 질문이나 아이들의 교육환경에 대한 질문들만 있을 뿐 정작 나에게 “너는 어떠냐?”라고 물어봐준 이는 없었다. P양의 질문이 반가웠다. 나도 모르게 큰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대답을 준비했다.


사실 낯선 나라로 이주해 적응하는 동안 나 자신에게 수도 없이 던졌던 질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답은 내 안에 고이 간직되어 있었다. 처음엔 아이들을 위해 이민을 결심했다고 말해 왔었다. 미세먼지와 교육 환경 때문이라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쩌면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해서였던 것 같다.


마트료시카 인형을 꺼내고 또 꺼내다가 마침내 더는 열 수 없는 마지막 남은 인형 같은 진심이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라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그 이유 역시 분명히 컸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 숨겨둔 진심을 나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꼭꼭 숨겨 두었다.


왜 나는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