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직도 모유수유해?

천하무젖과 쮸쮸왕자

by 경이로운

"아직도 모유수유해?"


14개월째 모유수유 중인 내가 자주 듣는 말이다.

누군가는 대단하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낸다.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아가씨 시절, 두 돌 된 아기를 키우는 친구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낯선 사람을 보고 찡찡 대기 시작한 아기는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듯 엄마 품에 안기려고만 했다.

친구는 아기를 달래다가 자포자기한 듯 넓은 거실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그리고는 시원하게 윗도리를 올려 젖가슴을 내보였다. 여기서 1차 충격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궁금했던 찰나, 아기는 기다렸다는 듯 쪼그려 앉아 입을 야무지게 '왕' 벌리고는

친구의 쮸쮸를 빨기 시작했다.


여기서 2차 충격

아기가 모유를 저런 자세로 먹는다고?

또 저렇게 잘 걸어 다니는 큰 아기도 모유를 먹는다고?


모유수유는 엄마 품에 쏙 들어오는 작은 아기가 얌전히

입만 오물오물 거리는 건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라

적잖이 당황했던 나...


모유먹는 아기.jpg 내가 생각했던 모유 먹는 아기
FF.jpg 실제 내가 본 모유수유 장면


그 이후로 '모유수유'하면 내 머릿속엔

친구가 아기에게 누워서 젖을 물리던 장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친구한테 물어보진 않았지만, 왜 누워서 모유를 먹이는지

또 제법 큰 아기한테 모유를 먹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 나 역시 친구처럼 품 안에 들어오지도 않는

14개월 아기에게 눕수(누워서 수유하는 자세)로 모유를 먹이고 있다.

우리 아기는 친구의 아기가 그랬듯 쪼그려 앉아 내 쮸쮸를 빨기도 하고

내 배 위에 엎드려 얼굴에 가슴을 파묻은 채 먹을 때도 있다.

내가 앉아있을 땐 다리만 쭉 편 상태로 고개만 숙여

쮸쮸를 먹기도 하는데 기분이 좋을 땐 그 상태로 엉덩이를 아래위로 씰룩거린다.

가끔은 모유를 먹으면서 놀고 있는(?) 반대편 가슴을

손으로 꽉 움켜쥐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젖꼭지를 잡아당기거나 손으로 튕기기도 한다.


아기에겐 모유를 먹는 시간이 배를 채우는 동시에 엄마와 교감을 하고,

한편으로는 놀이시간도 되는 셈인데

아기가 성장을 하고, 신체 능력이 발달할수록

모유를 먹는 자세도 다양해진다는 점은

모유를 먹이는 엄마가 아니면 잘 모른다.


갓 태어난 아기뿐 아니라 돌이 지난 제법 큰 아기도

모유를 먹어도 된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니 다들 내가 모유를 먹인다고 하면 놀라는 게 아닐까?


WHO(세계보건기구)는 생후 6개월까지 완전 모유수유,

그 이후 이유식과 함께 최소 만 2세까지 모유수유를 권장하고 있다.

모유수유를 오래 하는 게 이상할 일도 아니고 잘못된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 주변엔 모유수유를 나처럼 오래 하는 엄마들이 거의 없다.

대부분 초유(출산 후 며칠 동안만 나오는 젖)만 먹이고 단유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 보니 모유수유 초기에는 관련된 고민이나 궁금증을 물어볼 곳이 없어 답답했다.

챗지피티 결제까지 해서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지만

그 녀석도 모유수유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


난 결국 수년 전, 내 앞에서 눕수를 보여준 친구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모유수유에 대한 고민들을 털어놓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모유수유에 대해서는 모유수유 해본 사람이 제일 잘 안다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도

모유수유에 대한 궁금증과 고민이 있는 사람이 있을 텐데

오랜 시간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 엄마로서

모유수유에 관한 실질적인 정보와 경험들을 전하고자 한다.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는 예비엄마아빠

젖몸살로 고생하는 갓난아기의 엄마,

단유를 고민하는 엄마까지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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