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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이로운 고작가 Apr 05. 2020

진돗개는 진짜로 충성스럽다

요즘 일주일에 2~3번씩 집 근처 공원에 가곤 한다. 산책 겸 운동을 하기 위해 가는 게 제일 크지만 견주와 함께 산책오는 댕댕이를 보는 것도 공원을 가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애견인구 천만 시대인 만큼 공원에 오는 견종도 참 다양하다. 푸들, 시츄, 요크셔테리어, 비숑 등.. 강아지마다 생김새도 다 다르고, 크기도 가지각색인데 공통점이 있다면 많은 댕댕이들이 산책을 하다가도 이내 딴청을 피운다는 것이다. 어떤 댕댕이는 주인을 앞질러 뛰어가기도 하고 호기심이 많은 댕댕이는 몇 걸음 가다가 한눈을 팔기 일쑤고 또 어떤 댕댕이는 기둥만 보이면 오줌을 누기 바쁘다.


주인이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건지 강아지가 주인을 데리고 다니는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인데 며칠 전, 공원에서 내가 그동안 보아온 댕댕이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그야말로, 개느님이라 칭해도 아깝지 않은 댕댕이를 보게 되었다. 바로 주인과 함께 산책을 온 진돗개였다(편의상 진댕이라고 하겠다)


진댕이의 견주는 키가 큰 중년 아저씨였다. 함께 온 운동 파트너와 요즘 시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빠 보였다. 대통령이 어쩌구, 코로나가 어쩌구, 부동산이 어쩌구 등등 할 말이 너무나도 많아서 그런지 자신의 개에게 전혀 눈길을 주지 않았다. 내가 만약 진댕이었으면 기껏 산책을 나와서 놀아주지도 않는 주인에게 서운함을 느낄 거 같은데 정작 그 진댕이는 전혀 개의치 않고 주인의 걸음에 맞춰 나란히 걸어갔다. 가끔 견주가 말하다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자리에 잠시 멈춰서면 진댕이 역시 가던 길을 멈추고, 주인이 앞으로 나아가면 늘상 있는 일인냥 다시 걸어갔다.


진돗개가 예로부터 똑똑하고 주인에게 충성심이 강하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건 처음이었다. 과연 다른 진돗개도 그런 건지, 내가 공원에서 본 진댕이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가끔 티비에서 다른 사람에게 분양된 진돗개가 주인을 다시 찾아갔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보면 실제로 진돗개가 다른 견종에 비해 귀소본능도 뛰어나고, 충성심이 뛰어난 건 사실인 것 같다. 실제로 진돗개는 첫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너무나도 강해서 강아지 때부터 기르지 않고 성견일 때 분양받을 경우, 원래 주인을 찾아 도망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이러한 진돗개의 특성 때문에 부득이하게 외래종에 진돗개가 밀리는 일도 있었다. 2015년이 돼서야 진돗개가 우리나라 군견(군사상의 목적으로 특별히 사육하고 훈련시킨 개)으로 지정된 것이다. 아니 영리하고, 늠름하고, 충성심까지 뛰어난데 왜 그 전까진 군견이 아니었데? 라고 의문을 품을 만한데 진돗개를 돌보는 군견병이 전역할 경우 군견으로 활동하던 진돗개가 탈영을 하거나 병에 걸릴 우려가 있어 그 전까지는 외래종인 독일산 셰퍼드나 영국산 리트리버가 군견으로 쓰였다고 한다.


글을 쓰다보니 문득 진돗개 같은 남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은 후 인간이 된 것처럼, 진돗개가 남자가 된다면 늠름하고 영리하고 잘생기고, 무엇보다 한 여자만 바라보지 않을까?


오늘부터 진돗개 같은 남자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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