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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이로운 Apr 10. 2020

글 잘 쓰는 방법

"작가님이니까 글 잘 쓰시겠네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난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잠시 망설인다. '맞아요! 저 잘 써요!' 당당하게 말해야 할지 '에이~ 저도 잘 못써요' 겸손을 떨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가 글을 못 쓴다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는 나보다 글 잘 쓰는 사람이 너무 많다. 브런치만 보아도 필력이 장난 아닌 분들이 넘쳐나기에 난 누군가에게 선뜻 내 글을 자랑하기가 조심스럽다. 특히 작가인 직업을 가진 만큼 사람들은 내 글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그 이유 때문인지 난 글 쓰는 게 부담이 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도 굉장히 떨린다.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 역시 내 글을 여러 사람에게 선보이고, 평가받으면서 글을 잘 쓰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잘 쓴 글의 기준은 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글을 잘 쓰고 싶어하지만 어떤 글이 잘 쓴 글인지는 모른다. 만약 알고 있다 할지라도 그건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 잘 쓴 글의 기준은 수학의 공식처럼 명확히 정해진 바가 없다.


오랜 시간 글을 읽고 글을 써온 내가 감히 잘 쓴 글에 대해 정의를 내려보자면, 잘 쓴 글은 '쉬운 글'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어요?"라고 조언을 구한다면 난 그때도 무조건 쉬운 글을 쓰라고 할 것이다.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가 될 정도로 말이다.


왜 쉬운 글을 써야 할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쉬운 글은 잘 읽힌다. 글을 읽는 것에 있어 술술 읽히는 것 만큼 좋은 게 없다. 당신이 어떤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첫 페이지부터 어려운 단어 투성이에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하기도 어렵다면 독자는 그 책을 다 읽지 못하고 중간에 덮을 확률이 매우 크다. 반대로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고, 내용 역시 이해하기 쉽다면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도 짧은 시간 안에 모두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글을 많이 써보지 않은 사람들은 쉬운 글보다는 대부분 '멋진 글'을 쓰려고 한다. 일상을 이야기하는 글인데도 굳이 일상에서 쓰지 않는 어려운 단어를 선택하고, 별의별 미사여구를 섞어 문장을 화려하게 꾸미려고 한다. 그런 글들은 읽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쓰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업계획서, 논문 등과 같이 읽는 타깃이 분명한 글이 아니라 그저 내 글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면 술술 읽히게 쓰는 것만큼 좋은 것 이 없다. '술술 읽히는 글을 어떻게 쓰는 건데?'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앞서 강조했듯 어렵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고 문장의 길이를 한두 줄 이내로 간결하게 쓰되 길게 쓸 때는 쉼표를 적절히 사용해 호흡을 끊어 읽을 수 읽도록 해준다. 그렇게 글 한편을 완성하고 난 후에는 다시 한 번 검토하면서 흐름이 어색한 문장을 고쳐주고 맞춤법이 틀린 부분은 없는지도 체크해봐야 한다.


만약 쉬운 말로 대체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는 비유법으로 풀어주거나 글 안에서 어떤 상황을 만들어 가정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처음에 썼던 글이 아무리 별로일지라도 시간이 갈수록 읽는 사람이 훨씬 이해하기 쉽고 편한 글이 될 수 있다.


요즘 '꾸안꾸' 패션이 유행이라고 한다. 꾸민 듯 안 꾸민 것처럼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옷차림을 말하는데 글 역시 열심히 쓴 듯 하면서도 열심히 안 쓴 것 같은 글이 더 멋스럽고 담백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글이라는 건 자꾸 써봐야 느는 것이지. 생각만 해서는 절대 늘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최대한 많이, 그리고 일단 쉽게 써보자.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내 글이 어떤지 피드백도 받아보자. 그런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글 쓰는 실력은 자연스레 향상될 것이고 머지않아 당신은 이런 말을 듣게 될 것이다.


"글 되게 잘 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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