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좀 섹시하게 뽑아봐"
"네 대본은 너무 구구절절해. 좀 섹시하게 해봐"
막내작가 시절, 함께 일하던 작가언니랑 PD님은 내 원고를 볼 때마다 '섹시'란 말을 달고 살았다.
대체 섹시하게 글을 쓰라는 게 무슨 말일까...
섹시와는 거리가 멀고도 한참 먼 나에게
그들의 말은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다.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내 기준에 섹시는 들어갈 때 나오고,
들어갈 때 들어간 몸매간 S라인 몸매인데
글을 쓸 때도 힘줄 땐 주고 뺄 때는 빼서 쓰라는 말인가?
만약 PD님과 선배언니가 말한 섹시의 의미가
내가 생각한 의미와 맞다면 나 역시 섹시한 글을 쓰고 싶긴 하다.
그리고 섹시한 글이 대체 어떤 글이냐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작가, 펄벅을 예로 들 것이다.
펄벅은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이다.
그녀가 쓴 책들을 보면 대부분 문장이 간결하고
읽기가 쉽다.
하지만 강조해야 할 부분이나 긴 설명이 필요한
대목은 한껏 꾸민 듯 화려하고 때로는 구구절절한 느낌도 있다.
특히 펄벅이 여성을 묘사한 문장을 읽으면 너무나도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라 내 머릿속에 소설 속 인물이 저절로 그려지곤 한다.
난 펄벅의 글을 읽으면서 나 역시 그녀의 글처럼
상상력을 자극하고 뒷페이지가 궁금해지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또 내가 펄벅의 소설을 읽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처럼, 내 글을 읽는 사람들 역시 그랬으면 좋겠고
펄벅의 글을 읽으며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한 것처럼
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이해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으면 좋겠다.
특히 그녀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에 오르고
노벨문학상을 탄 것처럼 나 역시 작가로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책도 많이 팔고 가문의 보물로 남을 만한 상도 한 번 받아보고 싶다.
나 너무 욕심쟁이인가? 근데 뭐.. 욕심쟁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난 글 쓰는 게 재밌고, 글을 잘 쓰고 싶기 때문이다.또 내 글이 엄청 재밌다는 유명세를 탔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돈까지 많이 벌게 되면 아주아주 기쁠 것 같다.
글을 다 쓰고 보니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정말 단순한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내가 쓴 글도 정말 단순하다.
흠...솔직히 100% 맘에 드는 글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재미는 크게 없어도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읽을 순 있겠지?
그것만으로도 일단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