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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냐옹 May 25. 2023

크로바레코드 6

6. 잔잔한 마음에 닻- H


상호대차 책을 주차장까지 내려보내고, 잠시 숨을 돌리는데, 유나 사서가 택배를 들고 올라온다. 

“이거 하니 사서 꺼, 1층 데스크에 계속 있더라.”

“아, 감사합니다. 깜빡 잊고 있었네요.”

이용객이 없는 시간대라 바로 개봉했다. 헌책방을 샅샅이 뒤져서 찾아낸 ‘시적 모험’이다, 절판된 책이라 찾는데 애를 먹었다. 보존서가에서 책을 훔친 뒤에 계속 마음이 찜찜했다. 이제 마음이 놓인다. 네가 수고해주렴. 바코드를 입력하고, 분실방지 택을 붙이고, 도장을 찍는다. 


“신간은 아닌 것 같은데?”

자원봉사자라도 온 건가. 오늘따라 유나 사서가 한가하구나. 내가 목적이 아니라 태수 사서가 목적인가. 

“분실 도서에요. 제가 빌려 갔다가 분실했어요.”

“똑같은 거 찾느라 고생했겠네. 절판본 같은데.”

“네.” 

“보존서고 꺼?”

“네.”

“금세 폐기 될 텐데. 하니 사서도 고지식하네.”

저도 이런 제 자신이 싫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보존서고가 아닌 지상의 어느 서가에 둘 겁니다. 직권남용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어요. 이 책은 폐기 되기엔 너무 아까운 목숨이거든요. 


밤마다 그녀가 내게 남긴 책을 읽었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이라도 시를 꿈꿨던 사람이라면, 사랑하게 될 책이다. 반짝이는 비늘 같은 시어들이 가슴에 찬란히 와서 박히는 책, 지금도 책을 훔친 건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이 책을 서가에 꽂은 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조숙하게 책을 읽는 아이들이 있다. 아동실 책이 아니라, 종합자료실의 깨알 같은 글씨를 탐독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열 살짜리 아이가 서가를 누비는 일은 그리 수상한 일이 아니다. 홍길동처럼 여기 번쩍 저기 번쩍 다녀도 책을 찾는 게 미숙해서, 헤매는 거라고 생각할 뿐,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다만, 손댄 자리마다 책이 비고, 도난방지 센서가 요란하게 울려대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무 것도 빌린 것이 없는 아이라면 더 그렇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이 꼬맹이는 기계로도, 사서에게도 책을 빌리지 않았다. 


“가방 좀 열어봐도 될까?”

“아니요.”

사무실 의자에 앉은 아이가 고집스레 고개를 흔든다. 학교 체육복을 입고 있어서, 제 나이보다 더 어려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모래놀이터에서 놀았는지 머릿속에도 모래알이 박혀있다. 하늘색 체육복도 꾀죄죄했다.    

“확인을 하지 않으면 도서관에서 나갈 수가 없어.”

 태수 사서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안나 사서와 알콩달콩 대화 중이었는데, 도난방지 센서 덕분에 흥이 깨졌다. 그러니까 연애는 퇴근 후에 하시죠.

“가방을 열지 않으면, 누구 잘못인지 알 수가 없단다. 우리가 잘못 했어도, 네 잘못이 되는 거야.”

“상관없어요.”

싫다는 걸 억지로 열 수는 없다. 

“엄마나 아빠 전화번호를 아니?”

가방은 절대 열 수 없다면서도, 엄마의 전화번호는 술술 나온다. 태수 사서가 냉장고에서 꺼낸 주스 팩을 아이에게 건넨다. 실내화 주머니에 적힌 이름은 지원이었다. 아이가 주스 팩을 시원스레 들이킨다. 대출업무는 뒤늦게 출근한 매직이에게 맡겨놓았다. 


아이 엄마는 아이가 두 번째 주스 팩을 쭈그러트렸을 때 나타났다. 아는 얼굴이다. 매년 선정하는 다독자 명단에 꼭 들어가는 도서관 최다 사용자 중 한 명. 

“아, 지원이 어머니세요?”

“네.”

“저희 실수일 수도 있는데, 도난 방지 센서가 울려서요.”

아이는 고개를 외로 꼰 채 엄마를 바라보지 않는다. 잠시 아이를 바라보던 엄마가 누구의 동의도 없이 가방을 홱 열었다. 아이의 얼굴이 붉게 물들고, 무덤덤하던 엄마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겉표지가 무참히 뜯겨져 나간 책들이 가방 가득 처박혀있었다. 무작위로 고른 것인지, 과학책에서 실용서까지 다양한 범위의 책이 피해를 입었다. 

침묵을 지키던 태수 사서가 입을 열었다. 

“표지는 어디 있니?” 

아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마침 유나 사서가 뜯어진 표지를 들고 나타났다. 

“시집코너에서 발견했어.”

아이가 가장 오래 머문 곳이다.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다. 표지를 찢으면 소리가 안 날 거라 생각했었나 보다. 실제로 도난방지 센서가 울리는 건 바코드 때문이 아니라 책에 삽입하는 감응 테이프 때문이다. 책 표지에 붙이는 곳도 있지만, 우리 도서관은 잘 보이지 않은 곳에 심어놓는다. 


“왜 그랬니?”

“엄마가 책 읽는 게 싫으니까. 엄마가 좋아하는 책을 없애면, 나도 동생도 돌봐줄 거 아니야. 맨날 체육복만 입지도 않고, 이렇게 냄새나지도 않을 거 아냐. 애들이 맨날 놀려. 냄새나는 노숙자라고, 지우랑 나랑 노숙자 가족이라고 놀린다고, 그게 다 책 때문이야.”

아이가 눈물을 훔치며 발딱 일어서더니, 말릴 틈도 없이 뛰쳐나갔다. 아이를 붙잡을 생각도 없이 엄마가 먼지투성이 가방에서 하나하나 책을 꺼낸다. 


“변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화로운 말투. 그녀는 집에서도 이렇게 평화롭고 무심할까. 냉장고에 먹을 거 있으니 먹으렴, 그만 자렴. 학교에 갈 시간이구나. 잠시 책 속을 나왔던 그녀가 방문을 닫듯 다시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책은 핑계일 뿐, 결국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공허가 나를 숨 막히게 한다. 

“도서관 규정상, 도난 자에 한해서, 대출이 금지됩니다.”

“지원이가 책을 빌릴 수 없다는 말인가요?”

“네.”

“상관없어요. 책을 읽는 건 그 애가 아니니까요.”

유나 사서의 눈에 분노가 차오른다. 뭔가 쏘아 붙여주고 싶은 걸 참고 있으리라. 태수 사서도 주먹을 움켜쥐고 있다. 


“그럼, 목록이 작성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엄마의 탈을 쓴 유령이 사무실을 나간다. 태수 사서가 분통을 터뜨렸다. 

“정말 엄마 맞아?”

“세상에, 저런 여잔 처음 봤네”

유나 사서도 어이 없긴 마찬가지다. 애가 책을 훔친 것 같다는 데도, 아주 침착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녀는 분명 어딘가 아플 것이다. 책을 핑계로 사라지고 싶을 만큼 아픈 것이다. 그 신호를 아이가 알아챘다. 이대로 모른 척해도 괜찮을까. 찢어진 책을 챙기다 보니, 아이가 두고 간 실내화 주머니가 보인다. 모래가 있는 놀이터가 어디에 있더라. 


“꼬마 도둑님 꺼?”

퇴근길에 들고 가는 실내화 주머니를 보고 매직이가 아는 체를 한다. 

“앞으로 지원이라고 불러.”

“또 볼 일이 뭐 있다고?”

“있어.”

설마 했지만, 아직 있다. 도서관에 인접한 근린공원 놀이터 미끄럼틀 꼭대기에 녀석이 코를 훌쩍이며 앉아있었다. 

“어이, 이거 놓고 갔어!”

매직이가 실내화 주머니를 뺏어 들고는 휘휘 돌려서 미끄럼틀로 던진다. 운동신경이 제법 있는지 척하니 받더니 쪼로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다.

“이거 주러 온 거예요?”

“그래, 이거 주려고 온 놀이터를 죄다 헤맸거든.”

“야,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갈 건데, 가실?”

“나 돈 없어요.”

“누가 너더러 돈 내래? 요 앞에 갈 거니까 갈 거면 가고, 말 거면 말고.”


매직이가 별 관심 없다는 투로 말하니깐 오히려 안심이 되는 지 녀석이 졸졸 따라온다. 8시가 넘어서까지 놀이터에 있었으니, 허기가 범처럼 자랐겠다. 

“너 몇 학년이냐?”

“육학년이요.”

떡볶이 3인분을 혼자 우겨넣으면서 중얼댄다. 조그만 놈이 잘도 먹는다. 

“아무리 봐도 3학년 같은데?”

“아직 성장호르몬이 안 나와서 그런 거거든요.”

오, 그렇구나. 순대랑, 쫄면을 더 시켰다. 부디 네 성장호르몬에 미약한 영향이라도 주길.

 

“형. 이거 먹어도 돼요?”

하나 남은 만두를 가리키며 묻는다. 물론이지. 너 먹는 거만 봐도 질린다. 고개를 까딱이자. 바로 젓가락을 들고 돌진이다. 

“엄마는요?”

“가셨어.”

“전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음, 우리랑 목욕탕에 가서 밀린 때를 밀고, 식혜를 먹으면 얘기해 주지.”

“저 더럽죠?”

“야! 나도 너만할 땐, 몇 달 동안 안 씻고, 막 놀았어. 팬티도 일 년에 한 번 갈아입고, 막.”

거짓말, 세탁소 집 아들이 퍽이나 그랬겠다. 

“정말요?”

“그래. 육학년이면, 씻고 안 씻고는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거라고. 니 옷도 그래. 용돈 모아서 뭐하냐? 게임 사지 말고, 옷을 사. 빨래? 세탁방 있잖아. 거기 가서 하면, 건조까지 다 해서 나와.”

“저 한 번도 안 가봤어요.”

“이 형이 직접 보여줘야겠구먼, 자, 그러기 전에 몸부터 씻어볼까.”



배가 두둑한 녀석을 꼬여서 목욕탕에 입성했다. 매직이와 목욕탕에 가는 것도 엄청 오랜만이라 나름 흥이 났다. 서로의 등을 번갈아 가며 밀어주고, 뜨뜻한 탕에 앉아 허송세월을 흘려보낸다. 

“저 목욕탕도 첨이에요.”

“아빠나 삼촌이랑 안 와봤냐?”

“네. 아빤 해외에 있고, 엄마랑 아빠 모두 외동이어서 삼촌이 없거든요.”

“그래서 니가 이렇게 때가 많구나.”

녀석이 얼굴을 붉히며 웃는다. 때구정물이 줄줄 흐르던 녀석을 말갛게 씻겨놓으니 아닌 게 아니라, 엄청 미소년이다.


“오늘 떡볶이도 사주시고, 목욕탕도 데리고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그 인사 받을 때가 아니거든. 자, 식혜나 먹자.”

모락모락 김이 나는 녀석을 끌고 나와 식혜랑 맥반석 계란을 사준다. 벌써 소화가 다 된 건지, 성장기 아이라 그런지, 잘도 먹는다. 

“저, 어떤 벌을 받아요?”

“일주일에 한 번 시간 날 때 놀러 올 것. 밀린 빨래도 함께 가져올 것.”

“정말 그게 벌이에요?”

“그래.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나랑 목욕탕에 갈 것. 

“엑?”

“벌로 내 등을 밀어줘야 하거든.”

“그건 정말 벌이네.”

어쩐지 즐거워하는 녀석. 무엇보다 사람 손길이 그리웠을 테지. 아직 사춘기는 제대로 오지 않았는지, 헤헤 잘도 웃는구나. 귀엽다. 자. 그럼, 이제 빨래방엘 가볼까. 


문제의 체육복을 벗기고, 잡지 부록으로 받은 잠옷을 입혀놓았다. 본래는 누나 주려고 챙겼던 건데. 뭐, 아무렴 어때. 

“돈을 넣고, 이거 누르고, 이거 눌러. 그럼 건조까지 돼서 나와.”

뽀송뽀송한 꼬맹이가 고개를 주억이며 집중한다. 

“엄마가 못하면, 니가 해. 알았지?”

“네.”

매직이와 지원이는 어느새 친해져서 요상 맞은 영상을 돌려보며 낄낄대고 있다. 매직이는 내게도 그랬다.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 같은 내게도 가장 먼저 다가와 준 녀석이다. 좀약 냄새가 나는 옷도, 저 앤 개의치 않았다. 


내 유년의 8할은 매직이네 가족과 함께 있다. 할아버지는 택시를 모느라 바쁘셨고,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다. 엄마와 아빠는 버스 전복사고로 한날한시에 돌아가셨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우리는 산골 깊은 초가에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약초꾼이었고, 엄마는 벌을 키우셨다고 한다. 산에 미친 엄마와 아빠 덕에 우리 남매는 그야말로 거지였다고 했다. 누나와 날 본 동네 사람들이 그 날을 잊지 못해서, 두고두고 놀려댔다. 어린 마음엔 그게 싫었지만, 다 애정이고 관심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특히 슈퍼, 방앗간, 세탁소 이 삼인방 아주머니는 내 어머니와 같다. 심청이가 동냥젖으로 자란 것처럼 나도 이 세 분의 사랑으로 자랐다. 불쑥 불쑥 집에 들러서 누나와 나의 상태를 점검하고, 번갈아 가며 목욕탕에 데려가기도 하고, 척척 빨래를 널어주기도 했다. 어떻게 잊겠어. 그 따듯한 마음을. 


“이거 입고 가도 이상하지 않겠죠?”

“아깐 싫다고 난리 치더니?”

잠옷이긴 하지만 레이스가 달린 것도 아니어서, 문제 될 건 없어 보인다. 핑크인 걸 빼면.

“새로 빤 걸 입고 가면, 다시 헌 게 되잖아요.”

“내일 새 걸로 입고 싶구나.”

“네.”

부록이 들어있던 봉지에 체육복을 담아주었다. 녀석이 봉지를 빙빙 돌리며 달려간다. 녀석의 한들대는 머리칼처럼 내 마음도 상큼해진다. 


“어쩐 일로 오지랖을 부렸대?”

“옛 생각이 나서.”

“몽이 누나랑 너?”

“그래, 우리도 꼭 저랬을 것 같아서.”

늘 그렇듯 공용주차장에 차를 대고, 골목으로 들어섰다. 9시가 넘은 시간이라 크로바 레코드도 어둠 속에 잠겨있다.

“누난 벌써 친해졌나 봐.”

“너보다 성격이 백 배 좋잖냐.”

어련하시겠어. 그 지고지순한 마음 기억해두마. 

“그나저나, 나 아깐 유괴범으로 신고 먹을까 봐 조마조마했다.”

“지원이가 안 들어갔어도, 신고하지 않았을걸.”

“왜 그리 확신해?”

“그냥.”

“따박따박 목욕탕에 가게 생겼네.”

“좋잖아. 피부도 반짝반짝하고.”

아닌 게 아니라, 매직이 녀석 얼굴에 광이 난다. 이러다가 승천하시겠어.


“매번 내가 가줄 거라고 생각지는 마라.”

미안하지만, 니가 근로장학생을 하는 동안엔 가게 될 거야. 자, 숙명으로 받아들이라고. 


우편물을 챙겨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누나는 거실 탁자에 앉아 먹음직스럽게 비빈 짜장밥을 흡입 중이다. 

“3분 짜장?”

“아니, 매직이네 엄마가 해다 주셨어. 보나 마나 점검하러 오신 거지. 설거지해놓길 잘 했지.”

빨래는 어제 내가 해놨으니깐, 통과했을 테고, 화장실은 안 들리셨나? 거기도 난리일 텐데.

“누나, 화장실은?”

“오늘 아침에 했지. 이상하게 하고 싶더라고,”

잔소리를 한다기 보다,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하는 게 문제다. 어릴 땐 당연하게 느껴졌는데, 철이 들고 보니, 세상 미안한 일이라, 직접 하고 계시면 이쪽에서 안절부절이다. 

“하여간 아직도 날 애로 아신다니까.”

짜장 소스를 입가에 묻히고 먹는 걸 보면 영락없는 애 구만.


“아직도 서고 정리하냐? 늦었다.”

“목욕탕에 갔다 왔어.”

“뜬금없이?”

“가고 싶더라고.”

얼마나 많이 비볐나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다. 저렇게 복스럽게 먹는 걸 매직이네 엄마가 좋아하긴 하지. 그래도 너무 많은데. 

“옛날 생각나네. 아주머니들이 돌아가면서 우릴 목욕탕에 데리고 다니셨잖아. 특히 매직이네 아빠가 널 전담하다시피 했지.”

나도 생각난다. 내가 더 야무지게 등을 민다며 데리고 다니셨지만, 실은 매직이네 엄마의 압력이 컸을 거다. 누난 아주머니들이 순번을 돌린다지만, 이미 커버린 사내 녀석은 누군가가 맡아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덕분에 할아버지 등보다 매직이 아버지 등을 더 많이 보고 자랐다. 


“다음엔 나도 아줌마들이랑 목욕탕엘 가야겠다. 오랜만에 찌찌 좀 만져보고.”

“누나, 징그러.”

“얘는, 그래야 아줌마들이 좋아한다고.”

아닐걸. 징그러워할걸. 산더미 같은 짜장밥을 뒤로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앗, 이 방은 매직이 엄마에게 점령 당했구나. 침대 위 이불도 반듯반듯하고, 책상 위에 흩어져 있던 서류들도 가지런하다. 막 던져놓은 양말이여, 대체 어디로 잡혀간 것이냐. 쓰레기통 병사여, 왜 이리 홀쭉한 것이냐. 퇴근이 늦은 사이에 이런 비극이 발생했다. 매직이 엄마가 좋아하는 양과자를 사 들고, 백기를 휘날리며 세탁소엘 가야겠다.      


깜빡 페이지를 놓친 것 같은데, 벌써 오후다. 또 백색소음을 자장가 삼아 잠들었구나. 나른하고 느긋해서 한숨 더 자고만 싶다. 등을 비추던 햇살도 어느새 자리를 옮겨 한쪽 창가만 비춘다. 거기에 그녀가 있다. 봄날의 고양이처럼 잠든 그녀. 좋은 꿈이라도 꾸는 걸까. 입꼬리가 한들대는 강아지풀 마냥 살포시 올라간다. 이 고요와 당신이 좋아서, 나는 사서가 되야겠다. 당신도 나처럼 종이가 바스락대는 소리를, 숨죽이며 웃는 소리를, 그리고 이 아련한 먼지들을 사랑할까. 그리고 마주 보고 잠든 나를 기억할까. 

그녀를 비추던 햇빛이 어스름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반납된 도서들을 분류하고, 타 도서관 책들을 노끈으로 묶었다. 그 날 이후로 그녀는 도서관에 오지 않는다. 반납할 책이 있었다면 왔을 텐데. 더는 빌릴 책이 없는 건지. 아주 먼 곳으로 이사를 간 건지 모르겠다. 그녀가 떠나기 전에 말을 걸지 못한 걸 후회한다. 만약에 다음이 있다면, 그리고 그녀도 날 잊지 않았다면. 


“하니 사서님, 퇴근하셔야죠.”

매직이가 책가방을 들고 서 있다. 한산한 시간대라 나의 망상도 해질녘 골목길처럼 길어졌나 보다. 

“가야지.” 

매직이와 나 사이를 자전거가 가르며 지나간다. 매직이의 머리칼이 훅 떠올랐다 가라앉는다. 

“차 놓고 갈 거지?”

“왜?”

“오늘 개업식 가기로 했잖아.”

“난 들은 적 없는데.”


전지는 겨울에 하는 게 좋을까. 새순이 돋는 봄에 하는 게 좋을까. 잘린 나무에 연초록 새순이 달린 걸 보면, 괜시리 안타깝다. 지난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봄 인사를 나오자마자, 팔이 잘린 기분이라서. 어째서인지 겨울에 하던 전지 작업을 올해엔 봄에 했다. 길가에 잘린 가지를 쌓아두는 바람에 자전거도로가 사라졌다. 나란히 걷던 걸음도, 조금 빗겨서 걷는 게 좋겠다. 

“목욕탕에서 때 밀면서 말했잖아.”

호홍,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 꼬맹이의 묵은 때를 벗겨내느라, 건성건성 들었나본데.

“너 혼자 가.”

“너, 그렇게 밥을 얻어 먹어놓고. 모른 체 하기냐.”

그건 너를 좋아해서 사준 거잖아. 나는 울타리 역이었던 것 같은데. 

“멀면 안가.”

“가까워. 학교 앞이니깐.”

거긴 위험한데. 아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잖아. 합석은 질색이다. 내 뜻과 상관없이 자리가 길어지는 것도 싫다. 

“앞장서.”

어제의 은혜가 있으니 갚도록 하마. 


번화가를 빗겨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선배의 분식점이 있다. 뭐 이렇게 먼 데까지 와서 떡볶이를 먹어야 하나 싶게 후미지다. 뭔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나. 주방세제와 키친타올을 들고 민트 빛으로 칠한 화사한 문을 통과했다. 

“어머, 왔니?”

대놓고 매직이를 좋아하던 선배가 세제를 받아 든다. 허리 라인이 슬슬 무너지는 걸 보니, 오 개월쯤? 선배는 끝까지 마음을 주지 않던 매직이 대신, 다소 외모는 떨어지지만, 아주 다정한 조교님과 그토록 소원하던 CC가 되었다. 

“결혼식도 하기 전에 개업이야?”

“응, 그렇게 됐네.”

“형은?”

“요 앞에 파 사러 갔어. 내가 요기 거리라도 좀 내올게.”

파를 사러 파밭으로 간 것인지 조교 형은 오질 않고, 설익은 떡볶이와 퉁퉁 불은 라면이 나왔다. 


“누난 그냥 번역이나 해.”

선배는 영문과 출신이고, 번역 전문이다. 선배의 이름이 달린 번역서들이 서점에 즐비한데 어째서 맛없는 분식점을 개업한 것일까. 재능 낭비다. 

“미안, 역시 난 안 되겠지?”

달달해야 할 떡볶이가 밍밍하기 그지 없다. 매직이가 짜디 짠 라면에 물을 붓는다. 

“내가 망손인 건 니들이 알잖냐. 요린 형이 할 거야.”

“근데 왜 했어?”

“니들 배 고플까봐.”

고팠던 배가, 갑자기 단식을 선언한다. 누나, 이건 전쟁 통에나 먹는 음식이라구요. 철모가 육개장사발면으로 보일 정도로 배고플 때


“와줬네. 뭐야? 미니 너 요리 했냐?”

조교 형이 파를 들고 들어오다 말고, 눈을 부라린다. 

“내가 주방엔 얼씬도 하지 말랬잖아.”

선배의 이름은 소정이인데, 대정이라고 부를 정도로 키가 크다. 근데 왜 미니라고 부르는 지 모르겠네. 사랑이란 그런 건가. 거인도 주머니에 넣고 싶을 만큼 앙증맞아 보이나. 

“응. 애들이 배고프다고 해서.”

우린 그런 적 없습니다만, 

형이 말없이 접시를 치웠다. 형, 복 받으실 거에요. 우릴 살리셨어요. 몇 분 뒤에 뚝딱 라면이 나오고,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떡볶이와 쫄면이 나왔다.

“이걸로 죽은 입맛이 살아났으면 좋겠다.”

암요, 암요. 허기가 다시 발딱 일어섭니다요. 매직이와 경쟁하듯 접시를 비워나갔다. 


“오, 형, 요리 좀 하는데?”

“형은 공부 그만두기 잘했다.”

 “그러게. 언제 될지도 모르는 교수직을 기다리느니, 이거라도 해서 분유 값을 벌어야지.” 

형이 쓴웃음을 짓는다. 너무 오래 그곳에 계셨어요. 이젠 벗어날 때도 되었죠. 천재도 아닌, 빽도 없는, 가난한 고학생들이 꿈꾸기엔 너무 높은 그곳에서 탈출하신 것 축하드려요. 

개업 전단지라도 돌린 것인지 이 후미진 곳으로 손님이 찾아든다. 좁은 가게를 오래 차지 하고있는 것도 민폐라, 적당한 시간에 나왔다. 

“돌잔치 때나 불러.”

“그렇게나 나중에?”

“그쯤 돼야 정착이 될 거 아냐.”

“알았어. 오늘 와줘서 고맙다.”


매직이와 선배가 인사를 나누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았다. 외지긴 하지만, 학원가가 있어서 나쁘진 않다. 그 정도 맛이라면 분명 단골이 생길 거야. 드디어 찾은 진짜 소질을 맘껏 발현하길. 

“근방에 수제 맥주 바가 있는데, 어때?”

“별로 안 내키는데.”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고 싶구나. 이 에너자이저 녀석아. 

“내가 쏠게.”


매직이에게 끌려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2층 창가에 앉았다. 쭉 도시에서 자라난 매직이는 이런 소란스러움을 당연하게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난 이런 들뜬 활기가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 산골집 툇마루에 누워있으면 풀벌레 소리, 새 소리, 이름 모를 짐승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다. 한여름의 매미 울음도 결코 시끄럽지 않았다. 고요의 스케치북에 그린 흐릿한 실루엣처럼 모든 소리가 작고 연약했다. 아랫마을 사람에게 얻어 온 전집을 읽고 또 읽으며 그 마루에 앉아 있었다. 누가 글씨를 알려주었는지 모르겠다. 산길을 걸어 학교를 다니는 누나였는지, 버섯을 따고 돌아온 엄마였는지, 더덕 냄새를 화악 풍기는 아빠였는지, 

그 시절을 떠올리자면 흑백삽화가 들어간 ‘방랑의 고아 라스무스’와 기분 좋게 선선하던 툇마루의 온도, 그리고 마당 가득하던 싱그러운 풀냄새가 생각난다. 그 고요 속에서 자라난 나는 응당 사랑한다. 연밥을 미는 작은 바람 같은 그 고요를. 


“또 블라인드를 내리셨구려.”

“음.”

내가 멍 때린 것을 놀리는 모양인데, 그러는 넌 어딜 갔다 온 거냐? 

“아, 선배네 가게. 갑자기 손님이 몰려서 재료가 부족했던 모양이야. 이것저것 좀 사다 주고 왔어.”

무슨 개업식을 이렇게 허투루 준비하냐. 역시 책상물림을 한 사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네. 혀를 끌끌 차는데, 안주가 나왔다. 또 오징어냐. 

“오징어 못 먹고 죽은 귀신이냐?”

“이건 버터 맛이잖아.”

버터 맛이건 빠다 맛이건 오징어는 오징어다. 이 자식아, 이럴 거면 오징어 배를 타. 

도서관에서 있었던 소소한 일들을 이야기하다가, 가족들의 근황 이야기를 하다가, 크로바 레코드 얘기까지 왔다. 우리는 여전히 그녀를 만나보지 못했다. 


“역시 시간이 안 맞아.”

“나는 그렇지만, 너는 왜? 한량이잖아.”

“한량이라니, 근면 성실의 대명사인 이 매직이를 보고 하는 소리냐!”

“아항, 그러셔?”

“요즘 우리가 너무 늦게 귀가해서 그래. 거긴 영업시간이 8시까지니깐.”

흠, 그러네. 영업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일쯤에 가볼까. 신상품을 팔지 않지만, 의외의 보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내일 일정을 가늠해 보는데 입구 쪽에서 보고 싶지 않은 실루엣이 보인다. 

“너, 죽인다.”

“미안, 말하면 도망칠 거 같아서.”

매직이가 두 손을 모으고 사죄를 하지만, 용서 안 할 거다. 

“안녕?”

손도 안가는 오징어를 잘게 잘게 찢었다. 내일 아침까지 버터 향이 나겠지. 내가 가방을 치우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매직이 곁에 앉았다. 그것도 내겐 너무 가깝다. 넌 소리가 없는 풍경인 게 더 좋은데. 

“그 날은 왜 도망친 거야?”

니 눈엔 그게 도망으로 보이냐. 환멸로 보이진 않고. 

“여긴 왜 왔어?”

눈길도 주지 않았다. 오징어보다도 밉다. 

“여기 있대서.”


내가 갈기갈기 찢어놓은 오징어가 영 못마땅한지 매직이가 벨을 눌러 메뉴판을 부탁했다. 안나와 머리를 맞대고 메뉴를 궁리한다. 영원히 궁리만 해주면 안 될까. 그나마 창가라 다행이다. 눈 둘 곳이 있으니, 딴 생각에 잠겨도 되겠지.

“넌 뭐 먹을래?”

함구증스테이크, 침묵스프, 고요스낵 중에 아무거나. 

“쟨 수제 소세지면 돼.”

무난해서 나쁘진 않네. 흰 원피스에 민트 색 가방을 든 여자가 맞은 편 길로 지나간다. 저 편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이 애인인가. 걸음이 점점 빨라지네. 그 속도가 부럽구나. 나도 저 속도로 다가갔어야 했다. 그녀가 뒤걸음 칠까 봐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바보. 


“제이는 초등학교 때 친구야. 쭉 같은 학교를 다녔어. 줄곧 친했던 것 같은데, 대학 가선 좀 멀어진 것 같아. 아무래도 그 앤 학교에 다니지 않으니까.”

주인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올드 팝이 흘러 나온다. 그릴에 구운 수제 소시지도 금세 나왔다. 안나가 소시지를 댕강댕강 썰어 놓는다. 

“가정 형편이 좀 그랬을 거야. 엄마가 작은 미용실은 하는데, 등록금 내 줄 형편이 아니셨나 봐. 제이도 할머니가 키웠대.”

그녀에 대해 궁금하지만, 남을 통해 듣는 과거는 싫다. 안나의 입술을 통해 흘러나오는 그녀에 대한 편견은 더 싫다. 부추기는 매직이 녀석도 오늘은 짜증 난다.


“노래도 잘 부르고, 그림도 잘 그리고, 공부도 잘했어. 생긴 것도 귀여우니까, 인기도 많았어. 생일 파티 때면 기타로 직접 생일 노래도 불러주곤 했거든, 선물 대신 말이야. 그래서 초대 1순위였어.”

“그 얘길 하려고 온 거야?”

자르다만 소시지로 입을 막고 싶다. 

“궁금해했잖아.”

“내가 궁금한 건, 그녀 자체지. 네가 알고 있는 과거 따위가 아니야.”

안나의 입술이 벌어진다. 눈시울이 금세 붉어진다. 안다. 그녀가 편견 가득한 제이의 과거를 주절거리는 건 나 때문이라는 걸. 내게 잘 보이고 싶어서라는 걸 


“이 매정한 놈. 또 안나를 울리네.”

“그러니까 왜 불렀냐고. 이렇게 될 걸 알면서.” 

“보고 싶었어. 졸업 후에는 한 번도 동방에 오지 않았으니까. 자연스럽게 친해지면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온 거야.” 

울먹이는 목소리로 안나가 말을 잇는다. 너는 한결같구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 마음은 전혀 아무것도 아닌데, 변함없이 눈빛을 보내고, 변함없이 기척을 한다. 호수와 같이 잔잔한 나는 네 소란스런 마음에 보답을 해줄 수 없는데, 너는 오늘도 고집을 부린다.

“그럼, 술이나 마시던가.”

“가끔 와도 돼?”

“아니.”

“그럼 일하는 도서관이라도 알려줘.”

“그건 더 싫어.”

“왜?”

“네가 오는 게 싫으니까.”

사랑에 관해서 나는 정말 나쁜 사람이다. 오직 내가 좋아하는 방향밖에 알지 못하니까. 


“야! 너 오늘 왜 그래?”

“미안, 먼저 간다.”

계산을 하고 나왔다. 저 애는 어째서 잔잔한 호수를 헤집어 놓을까. 돌팔매를 하고 죽은 개구리를 던지고, 썩은 나무를 떠내려 보낸다. 한껏 혼잡해진 마음이 자꾸만 다른 곳으로 샌다. 서점이나 가볼까. 책은 닻처럼 나를 가라앉혀주니까.

맘에 드는 필기구 몇 개를 고르고, 누나가 좋아할 만한 커다란 집게 머리핀도 샀다. 팬시점이 입점한 서점은 볼 게 많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일본 작가의 신간 소설을 고르고 계산대에 서니 벌써 폐점 시간이었다. 마음은 한결 잔잔해졌다. 편의점에서 산 멘톨사탕을 녹여 먹는다. 나쁜 기억도, 술 냄새도, 모두 사라져 버려라.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냐?”

나보다 양과자를 더 기뻐 반기며 매직이 엄마가 묻는다.

“보고 싶어서요.”

“술 먹었어?”

“쬐끔요.”

“매직인?”

“벌써 들어왔을 걸요?”

“그래? 여기 앉아. 너도 하나 먹고 가.”

누런 봉투에서 하얀 생강 과자를 꺼내준다. 매직이 엄마는 김이 붙은 부채꼴 과자.

“우리 하니가 사다주니까 더 맛있네.”

“그쵸?”

“그래.”

여기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따뜻하고, 아늑하다. 비닐커버를 입은 옷들이 천장까지 걸려있고, 반짝반짝 윤나는 다리미가 폭폭 김을 뿜어대고, 증기기관차 같은 기계가 윙윙 돌아가고. 어릴 땐 자주 놀러 와서 구경하곤 했는데. 근데 요즘은 양말도 파나? 카운터에 양말 다발이 턱 하니 올라가 있다. 음, 짝퉁인가. 로고가 뭔가 이상한데? 


“짜장은 먹었어?”

“네. 아침으로 먹었어요. 맛있던데요.”

“그래? 담엔 카레 해다줄게.”

“넵! 당근은 빼구요.”

“이놈, 아직도 당근 골라 먹냐?”

“에잇, 식감이 물컹거려서 싫단 말이에요.”

“그럼 못써.”

공연히 투정을 부려본다. 당근이 싫긴 하지만, 부러 빼고 먹진 않는다. 하지만 안 넣은 게 더 좋긴 하단 말이에요. 

“그럼, 아주 작게 잘라주세요.”

“아주, 가루를 내줄게. 보이지도 않게.”

매직이 엄마 덕에 크게 웃었다. 마침 배달을 가셨던 아저씨도 돌아오셨다. 인사를 하고 나왔다.


 벚꽃도 다 졌는데, 봄밤엔 여전히 사람이 많구나. 겨우내 침잠해 있던 마음이 아지랑이를 타고 둥둥 떠다니는 걸까. 연두 잎을 매단 벚나무 아래를 지나간다. 

저 멀리 슈퍼 아주머니의 딸이 보인다. 그녀가 한참 입고 다니던 연노랑 원피스. 개나리 보단 연하고, 상아 색보다는 진한, 파스텔 노랑. 


아니 그녀보다 작고, 그녀보다 머리칼이 곱슬거리는, 산들산들 그림자가 가로등 아래를 지나간다.

발걸음보다 먼저, 심장이 빨라졌다. 하지만 이번엔 놓치지 않을 거야. 

멘톨캔디를 다시 입에 넣고, 심호흡을 하고, 달린다. 

기척에 돌아본 그녀의 손을 망설임 없이 잡는다.

동그란 눈이 누군가 불씨를 당긴 가스등처럼 반짝인다. 수줍은 뺨이 발그레 부푼다. 

그리고 살포시 벌어진 연분홍 입술. 

수만의 마음과 수만의 망설임을 모아 당신에게 말한다.  


“우리 밥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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