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년 핀란드 여행 후기
도쿄의 대형 관람차부터 블라디보스토크의 창문 없는 관람차 그리고 동네 놀이공원에 작은 관람차들까지…
나는 일단 관람차가 있는 곳에 가면 꼭 관람차 타기를 여행 일정에 넣을 만큼 관람차를 좋아한다.
관람차 안에서 그 도시만이 가지고 있는 풍경을 지켜보는 것도 좋아하고 관람차 안에서는 유독 시간이 천천히 여유 있게 흐르는 느낌이라 타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도 한다.
그 도시의 관람차를 타는 건 여권 스탬프를 찍듯이 여행을 마무리하는 나만의 작은 의식이다.
헬싱키에 도착하는 날 항구 광장에서 관람차를 발견했고, 탈 수 있는 시간과 기회도 많이 있었지만, 헬싱키에서 나는 관람차를 타지 않았다.
헬싱키의 관람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날씨가 나빠서 헬싱키의 풍경을 볼 수 없어서도 아니었다. 그냥 왠지 헬싱키는 한 번쯤 다시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여러 번 탈 기회가 있었음에도 관람차를 타지 않았다. 다시 오는 날을 기약하며…
그리고 여행 마지막 날 숙소로 돌아가는 언덕 위에서 관람차를 바라보며 나는 꼭 한번 다시 이곳에 와야지 하고 다짐했다.
나는 이 작고 매력적인 도시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 도시는 작아서 딱히 교통수단을 타지 않아도 도보로도 충분히 관광을 할 수 있다.
러시아풍의 건축물과 북구권 특유의 회색 도시 느낌. 세련된 러시아, 유럽화 된 러시아 느낌.
사실 헬싱키의 관광지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그다지 강한 인상을 주진 않는다.
이 도시의 매력은 ‘공간’이다.
물가가 비싸서인지 환경에 대한 사회 인식이 강해서인지 빈티지 샵이 굉장히 많아 구석구석 보물찾기 하듯 찾아다니는 즐거움이 있었다.
또 그것과는 반대로 너무나도 현대적이고 세련된 디자인 제품, 개성이 넘치는 제품을 파는 샵들이 구석구석 존재했다. 이 극단의 성향을 가진 공간들이 도시 곳곳에 숨은 그림처럼 숨겨져 있다.
가이드북에 나온 곳은 정말 극소수. 그만큼 특색 있는 샵들이 많았다. 대충 훑어보는 느낌으로 관광한다면 헬싱키는 그다지 매력적인 도시는 아닐 것이다. 구석구석 꼼꼼히 봐야 이 도시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스탑오버 혹은 당일치기로 쓱 둘러보기엔 그 매력을 발견할 수 없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겨울 여행, 혼자 여행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헬싱키는 백야가 있는 여름에 다시 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헬싱키의 여름을, 해가 지지 않는 그 긴 시간을 이 도시 사람들은 어떤 것들을 하며 보내는지가 나는 궁금해졌다. 그리고 다음번에 헬싱키에 오게 된다면 혼자가 누군가와 같이 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예쁘고 분위기 좋은 펍, 레스토랑이 너무 많아서였다.
진짜 펍 투어나 카페 투어, 레스토랑 투어를 하면서 편안히 휴가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이색적이고 분위기 좋은 가게들이 너무 많았다.
헬싱키는 혼자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오면 더욱더 즐거울 여행지라고 생각한다.
모자이크 조각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것처럼 각각 공간들의 색이 확실하고 매력적인 도시였다.
하늘에는 별, 눈, 오로라
땅에는 당신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그 반짝이는 빛을 발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샵들..
‘겨울과 별, 오로라’를 좋아하는 당신에게는 핀란드의 북부 사리셀카 지역 여행을 추천한다.
아기자기한 디자인 소품, 빈티지 제품, 특색 있는 펍과 카페 투어를 좋아하는 당신에게는 헬싱키 지역 여행을 추천한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2020년 여름에 다시 핀란드를 갈 계획이었는데….
벌써 핀란드를 여행한 지도 1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는 그 날. 해가 지지 않는 여름 헬싱키의 어느 작은 펍에서 보낼 그 시간을 다시 한번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