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고 연어 수프와 아카데미아 서점에서 만난 리진!
여행의 시작점이었고 종착점이 될 헬싱키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예약해둔 숙소로 향했다. 다행히 숙소가 중앙역에서 가까워서 많이 헤매지 않고 찾아갈 수 있었으나,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해 체크인은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캐리어만 맡기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른 오전이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고 상점들은 문이 닫혀 있었다. 헬싱키 광장은 그나마 사정이 나을 것 같아서 광장을 향해 걸었다.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서인지 그래도 광장의 상점들은 문을 연 곳이 많았다.
광장은 중앙의 작은 공원을 두고 양옆에 유명 브랜드 상점들과 커피숍 및 레스토랑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이딸라, 마리메꼬 외에도 특색 있는 현지 디자인 샵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가격대가 꽤 있어서 구경으로만 그쳐야 했지만…)
샵들을 한참 구경하다 항구 근처의 마켓 광장에 갔는데 비가 와서인지 연말이어서인지 한산했다.
마켓 광장과 항구를 구경하다가 출출해진 나는 근처에 있는 올드 마켓 홀에 들어갔다. 겉으로 봤을 땐 평범한 벽돌 건물이어서 크게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들어가 보니 피곤하고 굶주린 여행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각종 음식과 식자재들이 파는 시장이었다.
무엇을 먹을까 즐거운 고민을 하면서 시장 안을 구경하다가 유독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한 가게에서 연어 수프와 연어 바게트 그리고 화이트 와인을 주문했다.
같이 주문했던 연어 바게트와 화이트 와인도 무척 맛있었지만, 연어 수프가 정말 최고였다.
포슬포슬한 감자와 인심 넘치게 들어있는 신선한 연어가 부드러운 크림수프와 잘 어우러져 마치 핀란드의 집 밥을 먹는 것 같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맛이었다.
맘 같아선 앞으로 남은 일정의 모든 식사를 이곳에서도 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맛이었다.
다음에 핀란드에 또 가게 된다면 꼭 이 가게에 다시 들르리라 다짐했다.
그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고 나오니 계속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그쳐 있었다.
나는 영화 ‘카모메 식당’을 참 좋아한다.
영화 속 인물들의 평범한 일상을 통해 ‘일상’의 특별함을 일깨워 주었던 영화 속 헬싱키의 일상을 꼭 한번 경험해 보고 싶었다.
헬싱키 중앙광장에 위치한 아카데미아 서점은 사치에와 미도리가 처음 만나는 장면의 배경으로 나온 서점이다. 스토크만 백화점 내부에 입점해 있어 서점의 규모는 크진 않지만, 천장의 큰 창과 흰 외관 덕분에 탁 트인 느낌을 주었다. 이곳에 책들이 아니라 미술 작품들이 놓여있어도 어울리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서점 안은 몹시 조용했고 중간중간 놓인 소파들이 포근하고 여유로운 느낌을 더해주었다.
각자의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 나도 알 수 없는 언어로 쓰인 책들을 구경했다.
그러다 익숙한 한복 표지의 책을 발견했다.
확인해 보니 신경숙 작가의 ‘리진’이었다.
이국에서 만난 한국 작가의 책은 내가 쓴 책이 아님에도 몹시 반갑고 자랑스러웠다.
아카데미아 서점을 나오니 나니 오후 3시였다. 더 관광하고 싶었지만 정말 너무 씻고 싶었고 피곤했다.
아직 하루는 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일단 숙소로 돌아가 어제부터 이어진 하루의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