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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산타클로스는 로바니에미의 쇼핑센터에 살고 있다

산타클로스와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는 마법 같은 1분.

by missnow

입장 시간인 5시가 되어 산타 오피스 입구에 줄을 섰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관광객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른들끼리만 온 사람들도 꽤 많아 보였다. 현재의 어린이, 과거의 어린이들과 함께 줄을 서 산타 오피스 안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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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갈수록 조명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선반 가득 선물 상자와 나무 박스들로 가득 찬 공간이 나왔다. 중세 시대에 우체국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보낼 선물이 크리스마스까지 이곳에 보관되는 거겠지. 그 언젠가 내가 받았던 선물들의 출처가 이곳이 아니었을까…

줄은 몹시 길어서 끝이 보이지 않았고 사람들은 시계의 분침과 같은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곧 산타클로스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줄을 서 있는 사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내내 나뿐만 아니라, 줄을 선 모두의 표정에서 기대감과 설렘이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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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을에 왔던 유명인들의 사진액자가 전시된 벽을 지나니 드디어 산타클로스가 보였다. 산타클로스와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마련된 작은 무대에서 사람들은 1분 혹은 그보다 더 짧은 시간 동안 사진을 찍었다.


나는 남들에 비해서는 그래도 꽤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산타클로스를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 년 내내 착하게 살았다고 해서 크리스마스에 누군가 선물을, 하다못해 사소한 행운이라도 거저 주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 만남도 내 돈을 지불하고 받는 찰나의 이벤트인 걸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내 차례가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고 설레기 시작했다

내 앞의 사람들이 차례차례 산타클로스와 함께 사진을 찍은 후 오피스 밖으로 사라졌다.

마침내 내 앞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고, 나는 1시간을 기다린 끝에 산타클로스를 만날 수 있었다.

내 돈을 지불하고 받는 찰나의 이벤트라는 걸 머리론 알고 있지만, 사진을 찍으러 산타클로스에게 다가가는 순간 마법에 걸려 다시 과거의 나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산타클로스를 믿었던 어린 내가 산타클로스를 만나고 있는 기분이었다.


산타클로스는 인자하기 그지없는 표정과 목소리로 “Thank You Wonderful Happy New Year”라고 말했다.

계속 설레고 웃음이 났다. 정말 오래간만에 느낀 순도 100%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 1분 동안 내가 만난 건 산타클로스와 여전히 내 안에는 살아있던 어린 시절의 나였다.

그래서 나는 다시 믿기로 했다. 산타클로스는 있다고.

내 안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그 아이를 다시 만나고 나니 저절로 믿어졌다.

산타클로스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어디에? 로바니에미의 쇼핑센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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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와 사진을 찍고 나오면 사진과 산타 마을 공식 기념품을 판매하는 작은 공간이 나온다.

홀린 듯이 사진을 구매하고 나온 후 기념품 코너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기 시작했다.

가족, 친구,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정성껏 기념품들을 골랐다. 나와 일상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여기서 받은 행복한 기분을 담아 전해주고 싶었다.


나는 당초 계획보다 많은 트리, 눈사람, 종 모양 오너먼트와 스노우볼을 잔뜩 산 후 산타 마을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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