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이 아름다운, 개성 있는 상점들의 천국 헬싱키
핀란드 사람과 우리나라 사람에게 각각 해 질 녘의 밤하늘의 색을 골라보라고 하면 서로 다른 색의 물감을 선택하리라 생각한다. 그 정도로 이곳의 해 질 녘 밤하늘은 내가 알고 있던 밤하늘의 색과는 많이 달랐다.
우리나라의 해 질 녘 밤하늘은 노을이 진 붉은빛에서 점차 푸른빛으로 변해가다 푸른빛이 점차 깊어지며 까맣게 밤하늘을 물들어 간다.
핀란드의 해 질 녘 밤하늘은 보랏빛으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수평선 끝에서 약간 불그스름한 기운이 스며들다 짙푸른 빛이 된다. 그 후 꽤 늦은 시간까지 짙푸른 빛이 계속된다. 밤하늘의 색감이 마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같았다.
백야가 있는 여름에 이 도시의 하늘빛은 어떨까, 온종일 해가 지지 않는 건 어떤 느낌일까...
오로라, 백야, 별… 핀란드는 밤하늘 자체가 관광자원인 국가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헬싱키는 여행 책자에 나온 대표 관광지 보다, 도시 구석구석 숨어있는 작은 상점들이 더 매력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 여행 초반에는 중앙 광장을 제외하고는 볼거리 많은 도시는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나의 이런 생각은 중앙광장에서 벗어나 헬싱키의 이름 모를 골목들을 만나면서 바꿨다.
상점들의 개성이나 분위기가 다 다르고 판매하는 물건들도 하나도 비슷한 게 없었다.
같은 골목을 여러 번 헤매도 처음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운 상점들이 보였다.
너무나 내 취향인 소품들을 팔고 있던 상점부터 내가 이곳에 살았다면 매일 혼자 혹은 친구들과 함께 들렀을 것 같은 아늑해 보이는 펍과 레스토랑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아름다움을 알아챌 수 없는 바닷가의 작고 예쁜 조개들처럼 헬싱키 곳곳에 매력적인 공간들이 숨겨져 있었다.
그래서 헬싱키에서는 길을 헤매면 헤맬수록 더 즐거웠다. 목적하지 않았던 길에서 엄청 예쁜 레코드 샵을 발견하기도 하고, 여행 책자에도 실리지 않은 작지만 개성만점 분위기 있는 현지 펍을 발견하기도 했다.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이 발품 팔아가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도시였다.
상점 중 특히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레코드샵과 빈티지 샵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레코드샵에 다양한 록음악 아티스트의 레코드가 판매되고 있는 걸 보며 핀란드가 메탈 강국임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액세서리나 의류 외에도 가구, 생활잡화 등을 판매하는 다양한 빈티지 샵들이 있어서 이 나라에서 빈티지 샵으로 대표되는 중고거래는 취향의 영역이 아닌, 생활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헬싱키는 트램이나 버스 노선이 잘 되어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하기 좋은 도시이기도 하지만, 도시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도보로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하다.
나는 헬싱키에 머무르는 3일 동안 조금 먼 외곽지역에 갈 때 만 트램을 탔고 그 외에는 도보로 도시 구석구석을 관광했다.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관광을 했는데 오히려 버스나 트램을 타고 관광을 했다면 헬싱키의 진짜 매력을 발견하지 못하고 다소 심심한 도시로 헬싱키를 기억했을 것이다.
당신에게 시간 여유가 있다면 헬싱키는 적어도 이틀 정도는 머물며 도보로 여행하길 추천한다.
헬싱키 어딘가에 당신만의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