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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snow Aug 28. 2022

#1. 첫 번째 짝꿍 이름을 기억하나요?

맞선과도 같았던 첫 번째 짝꿍과의 만남

유치원을 다니는 시기에도 ‘친구’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친구의 의미는 한 인간과의 만남이라기보다는 한 반에 있는 또래와의 만남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유치원 때 친구들의 이름이나 얼굴은 기억이 나지만, 그 외에 그 친구들과의 에피소드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함께 유치원, 놀이터에서 보냈던 기억만이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내가 학교에 입학했을 당시만 해도 한 반에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있었고, 긴 책상에 두 명씩 같이 앉아서 수업을 받았다.  

1학년 때 내 인생 최초로 짝꿍이 생겼고 그 짝꿍의 이름은 ‘오세영’이었다. 

오세영은 안경을 쓴 똘똘해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실제로도 똑똑하고 공부를 잘했던 걸로 기억한다)

입학 첫날 오세영과 나는 마치 맞선을 보러 나온 사람들처럼 서로의 신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름이 뭐고, 어느 아파트에 살고, 형제자매는 몇 명인지에 대해. 

그 순간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짝꿍이 생겼다는 마음의 설렘은 지금도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마 그 순간이 내 인생 최초로 독자적인 한 인간과 인간관계를 맺은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 시간이 지나고 짝꿍이 몇 번은 바뀌었을 텐데 다른 짝꿍들이나, 오세영보다 더 친했을 다른 친구들과의 에피소드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오세영이 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었던 이유는 인생 최초의 짝꿍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나와 생일이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와 생일이 같은 사람을 딱 2명 만났고 그중 한 명이 오세영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친구 관계로 인한 갈등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남녀 구분 없이 놀이터에서, 학교에서, 학원에서 함께 즐겁게 놀았다. 

이 당시의 친구 관계는 애정이 담긴 깊이 있는 교류라기보다 같은 동네에 살아서 함께 일상을 보내는 사람과의 교류의 개념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유독 더 자주 어울렸던 친한 친구는 있었지만  친구 자체보다는 그 친구의 집, 놀이터에서 함께 놀았던 기억만이 흑백 풍경사진처럼 흐릿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친구 관계로 인한 본격적인 고민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던 그 시기는 최초의 짝꿍 오세영의 이름만 기억 속에 남긴 채 평화롭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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