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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snow Jul 03. 2023

#0. 오로라는 정말 있을까?

노르웨이 트롬쇠로 3번째 오로라 투어를 떠나며...

몇 년 전에 한참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유행했었다. 

어떤 계기였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살면서 오로라는 꼭 한번 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오로라 투어를 버킷리스트에 적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나는 오로라의 성지로 유명했던 지역들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처음 목표로 했던 곳은 아이슬란드였다. 그 당시만 해도 아이슬란드가 인기 여행지가 아니어서 관련정보가 매우 적었다. 

나는 시중에 나온 몇 개 없는 여행책부터 관련 에세이까지, 타이틀에 아이슬란드만 포함되면 거의 다 사보았을 정도로 오로라 투어에 진심이었다. 

하지만 열정에 비해 용기가 부족했던 나는 책만 사서 볼뿐 쉽게 여행을 떠날 결심은 하지 못했다. 

당시 사회초년생이었던 내게 오로지 오로라를 보러 정보도 많지 않은 나라인 아이슬란드에 간다는 것은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용기를 내지 못하고 계속 망설이다 보니 술에 취하면 스카이스캐너에 접속해서 티켓을 찾아보는 게 술버릇이 될 지경에 이르렀을 때 나는 용기를 내 아이슬란드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몇 년의 망설임 끝에 20대 끝자락 겨울에 오로라를 보러 아이슬란드에 갔다. 

그때 나는 오로라를 봤다고 하면 봤다.  

육안으로 봤을 땐 아주 희미하게 옅은 녹색을 띠는 구름일 뿐이었지만, 분명 내가 카메라로 노출을 길게 주고 찍은 사진에 초록색 띠 같은 게 찍혀 있었으니까. 그게 오로라였다면 나는 분명 오로라를 봤다. 

(사실 카메라로 찍힐 정도의 오로라를 보는 것도 운이 매우 좋은 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내가 상상했던 그리고 여행책이나 매체에서 접했던 그런 선명한 오로라가 아니었을 뿐이다. 


첫 번째 오로라 투어였던 아이슬란드 여행 이후 사실 나는 내가 본 오로라에 만족하지 못했다. 

사진으로 찍혔으니 사람들에게는 오로라를 보고 왔다고 말했지만 나 스스로는 인정하지 못했다고나 할까. 

다행히 오로라를 보기 위한 목적으로 떠났던 ‘겨울나라’가 상당히 내 성향에 맞는 곳이어서 오로라를 보지 못한 아쉬움은 크게 상쇄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눈이 늘 함께 했으며 한적하고 조용했다. 

여행지에 왔다는 느낌보다는 나와 아주 잘 맞는 장소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를 찾아온 느낌이었다. 

제대로 된 오로라를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겨울나라에 대한 흥미가 더해져 다음 여행지는 큰 고민 없이 또 다른 오로라 명소인 핀란드로 결정했다. 

그리고 핀란드에서도 아이슬란드와 비슷하게 오로라를 봤다. 

이때도 사진에는 초록색 띠가 찍히긴 했으니 나는 오로라를 봤다면 본 것이었다. 


두 번의 경험을 통해 나는 여행책이나 매체에서 보이는 선명한 오로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오로라는 육안으로는 볼 수 없고 카메라에 찍히는 것이다. 

비가 내리듯 눈이 내리듯 언제 어디서 누가 봐도 명확하게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현상이 아닌 것이다. 

오로라 투어에서 오로라보다는 별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아주 크고 또렷하게...


오로라로 유명하다고 알려진 두 나라에 오로라 투어를 다녀온 나의 결론은 그랬다. 

오로라는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에 찍히는 것. 

그런데 과연 정말 그럴까?... 

정말 오로라는 육안으로는 그렇게까지 선명하게는 볼 수 없고 사진에만 선명하게 담기는 걸까? 

내가 오로라 지수가 낮은 날에 혹은 날씨가 안 좋은 날에 가서 그랬던 건 아닐까? 

그걸 알아보고 싶어서 한번 더 노르웨이 트롬쇠로 오로라 투어를 떠나기로 했다.  


어느 순간부터 내게 오로라는 단순히 고위도 지역의 밤하늘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은 아니게 된 것 같다. 

단순 자연현상에 불과한 오로라에 내가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본 정도의 오로라가 진짜이건 아니면 내가 진짜 오로라를 못 본 것이든 간에 그게 내 삶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마치 동화 ‘파랑새’에서 파랑새를 찾아다니던 주인공들과 같은 마음이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오로라 보기가 ‘파랑새’ 찾기처럼 변질된 느낌이다.


과연… 파랑새는 있을까? 아니면 없을까? 

있는데 내가 보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없어서 못 본 걸까? 


질문의 대답은 이 여행이 끝날 때쯤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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