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의 쇼핑천국 두바이 공항
2022년 12월 25일 일요일
- 새벽 5시의 쇼핑천국 두바이 공항
10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두바이 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5시였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겨울 같지 않은 훈훈한 온기와 함께 머리와 얼굴을 감싸는 히잡, 영화에서나 볼법한 아랍 전통 흰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보여서 내가 먼 곳으로 떠나온 게 실감 나기 시작했다.
사실 도착 시간이 새벽 5시라서 공항 내 부대시설이나 면세점이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에…
새벽 5시였음에도 불구하고 면세점을 비롯 공항 내의 모든 점포가 영업 중이었다. 면세점 점포들의 간판 불빛과 광고판들로 말 그대로 휘황찬란하단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인천공항에서 밤 비행기를 탈 때처럼 한산하고 조용한 분위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는 곳이었다.
환승 텀이 3시간 정도여서 뭘 하면서 공항에 있어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면세점 구경만 해도 3시간이 모자를 정도였다. 마치 대형 쇼핑센터에 온 것 같았다.
아침이 되서인지 두바이 면세점의 활기를 봐서인지 다행히 슬슬 여행 가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마치 어른판 과자의 집처럼 욕망하는 모든 물건들이 다 모아져 있는 곳이었다.
운동 겸 해서 면세점을 계속 돌아다녔는데 쇼핑매장 외에도 각종 음식점, 팝업스토어 매장 등 구경할 거리가 많았다. 그렇게 구경하면서 향수매장을 발견, 진열된 향수들을 자유롭게 뿌려볼 수 있는 곳이어서 눈치 보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의 향수를 시향 해봤다.
그러다가 여행오기 전부터 계속 봐두었는데 인터넷 면세점에서 일시 품절이 풀리지 않아 결국 사지 못했던 향수를 그냥 사버렸다. 다소 충동구매였지만 과자의 집의 귀퉁이 정도는 소유할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아졌다. 이 향기와 함께 즐거운 기분이 계속 유지되길 바랐다.
- 사육당하는 가축이 된 기분이 들게 하는 2번의 기내식과 해리포터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두바이 공항에 있던 그 많던 사람들은 지금쯤 어느 나라를 향해 가고 있을까. 오슬로 행 비행기는 군데군데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내 옆의 좌석도 빈자리였는데 옆에 사람이 없는 것만으로도 심적으로 편안함이 느껴졌다.
인천-두바이행 비행기에서도 비행시간이 길어서인지 2번의 기내식을 줬는데 두바이-오슬로 행 비행기에서도 2번의 기내식을 줬다.
진짜 사육당하는, 갇혀서 사료만 먹고 크는 가축의 기분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기내식이 그럭저럭 다 먹을 만했다는 것이다. 메뉴가 좀 특이한 것들도 있었지만 디저트 구성도 괜찮았고 맛도 괜찮은 편이었다.
이제 오슬로 도착까지 2시간 정도 남았다. 이 비행기에서는 그래도 짬짬이 잤다.
그리고 그새 몸이 적응을 했는지 처음 비행기만큼 답답하지는 않았다.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인가…
비록 비행기 안이었지만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껴보고자 해리포터 영화를 봤는데 처음 봤을 때만큼 환상적이고 놀랍지는 않지만 여전히 참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캐릭터, 서사, 배경설정이 참 잘되어 있어서 어린 아이고 성인이고 그 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른 세계를 꿈꿔보는 것만으로도 삶은 좀 더 재미있어지는 것 같다.
마법사가 되고 싶었고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비록 내가 속해있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저런 환상의 세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현실적이고 비관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에 역으로 저런 가능성을 믿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많은 시간을 들여서 아주 먼 곳까지 왔다. 여행은 이제 시작이다.
이 고생마저도 다 경험으로 느껴진다. 일상과 그곳의 나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굳어져있던 나라는 사람의 삶이 갇혀있던 족쇄에서 풀려나는 것처럼 자유로워짐을 느낀다.
물론 가석방된 죄수처럼 시한부 자유고 결국은 그곳의 나로 돌아가야 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