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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snow Aug 19. 2023

#14. 평생 친구는 없다

오래된 관계일수록 더 쉽게 깨지는 이유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더니 10년 친구 소희에게 손절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등학교 친구 사이도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 무리에서 나는 3+1의 관계였고, A, B, C 셋은 고등학교 때부터 티격태격했지만 그래도 큰 다툼은 없었던 사이었다. 특히나 A와 C의 관계의 경우 다소 모난 구석이 있는 A의 까탈스러움도 무던하고 둥글둥글한 C가 잘 받아주는 편이어서 나는 두 사람 사이엔 갈등이 생겨도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 

C가 착하고 무던한 성격이지만 한번 마음을 먹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 단호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다툼의 계기는 어찌 보면 심각한 일은 아니었다. 그 당시 우리 넷은 각자 다른 지역의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방학 때가 아니면 자주 보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래서 가끔 시간을 맞춰서 각자가 사는 지역에서 모임을 갖곤 했는데 C가 번번이 사정이 생겨서 그 약속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친구관계를 가장 중시하는 A는 이런 C에게 서운한 감정이 쌓였고 C는 사정이 생기면 못 갈 수도 있는 건데 심하게 서운해하는 A를 이해하지 못했다.

A가 C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며 화를 냈던 날 C를 제외한 우리 셋은 함께 있었다. 나는 이렇게까지 화 낼 일은 아닌 것 같다고 A에게 사과하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C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A가 잘못했고 사과할 거다, 서운함이 많이 쌓여서 그런 거니 그래도 네가 좀 이해해 줘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때도 나는 지금까지 늘 그랬듯이 너그러운 C가 이번에도 이해해 줄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C는 황당해하면서 자기가 그렇게 잘못한 일이냐고 이젠 지겹다고 이야기를 했다. 

직전에 소희와의 일이 있었던 나였기에 친구들이 나와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A와 C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관계회복을 위해 많이 애썼다. 

A는 자기는 여전히 C가 서운하다며 처음에는 사과하지 않으려 했지만 (애초에 A는 C와의 관계 단절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와 B의 설득으로 C에게 사과를 했다.

문제는 C였다. C는 나와 B의 여러 번 설득에도 끝내 A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 

매일 만나고 싶지 않아도 만나야만 했던 고등학교 시절이었다면 아마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각자 다른 지역에 살고 있었기에 이젠 얼마든지 서로 피하려면 피할 수 있는, 함께 하지 않아도 전혀 지장이 없는 관계였다. 

따로 시간을 내서 서로 만날 시간을 잡아보려고 해도 C는 A가 있으면 나오려고 하지 않았고 A의 연락을 받지도 않았다. 그들의 우정을 지켜보고 때로는 함께 했던 입장에서 세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너무 소중했고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C를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속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어느 날 C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더 이상 노력하는 것을 그만두게 되었다. C는 울면서 내게 이야기했다.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A의 행동을 받아주기 힘들 때가 많았다고... 그때는 그래도 우리가 친구니까 다 이해해 줘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자기도 오랜 친구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더 이상 참고 싶지 않다고 지금까지 너무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같은 동네에 살았기에 A와 B보다는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래도 꽤 속내를 잘 아는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C의 속마음을 나는 그제야 처음 듣게 되었고 거기서 나는 그래도...라는 말을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C는 그런 친구였다. 본인이 참고 견딜 수 있었으면 저런 말을 하지 않고 그냥 혼자 묵묵히 감내하고 있었을 친구였다. 그리고 C에게도 A가 소중했으니 지금까지 맞지 않는 구석도 참고 견뎠을 것이다. 


어쩌면 우린 너무 우정에만 숭고하고 이상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걸지도 모른다. 절대로 변하면 안 되는 영원 불변한 관계처럼 말이다. 

오랜 시간 알아왔고 때론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이였지만 우리는 원래 남이었다. 

계속 함께 하려면 어떤 관계보다 많은 노력과 관심 그리고 배려가 필요한 게 친구 사이라는 걸 놓치고 나서야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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