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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snow Feb 24. 2024

#1. AI는 살아있는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에서 느낀 살아있는 인간의 힘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대로 영화의 장면으로 만들어주는 AI 프로그램이 개발되었다는 기사를 봤다. 

인간의 삶의 고통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고유함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먼저 발전하는 건 참 아이러니 하다.  힘겨운 육체노동을 대신해 줄 기술이 아닌 인간의 자리를 빼앗고 존재를 위협하는 기술만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느낌이다.  

만약 연구자들이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적어도 그런 육체노동의 고단함을 아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었다면 기술 발전 방향성이 달라졌을까란 생각을 했다.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형태로 발전되는 기술은 이미 일반 대중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오랜만에 공연이 보고 싶어서 찾아보다가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라는 제목에 끌려 공연을 예매하고 지난 주말에 공연을 보고 왔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장기 공여자부터 장기 이식 수여자까지 장기 기증과정에 관여된 사람들을 배우 한 명이 모두 연기하는 1인극이다. 

서핑보드, 병원 침상 등 다목적으로 사용되는 하나의 테이블을 제외하고 무대장치는 하나도 없었지만 배우의 연기만으로 관객을 바닷가에서 장기기증이 이뤄지는 병원으로 이끌었다. 

1인극은 처음이고 주제가 무거운 편이라 난해하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나의 기우였다. 

장기 공여자가 된 한 청년의 심장이 뛰던 삶의 한 때, 사랑하는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자마자 장기 기증을 결정해야 하는 부모의 심정,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꺼져가던 생명의 불씨를 되살리게 된 장기 이식 수여자의 기쁘면서 죄스러운 감정까지...

단 한 명의 배우가 장기 기증 과정에 관여된 여러 사람들의 상황과 감정을 연기로 전달했다. 

배우의 연기에 맞춰 관객들의 머릿속에는 장면과 인물이 자연스럽게 그려졌고 배우의 호흡 변화에 따라 장면과 인물은 교체되었다. 


누군가 연극을 카메라로 담았다면 무대 위에는 혼자 열정적으로 움직이며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밖에 찍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우리는 분명 수십 번 변하는 무대와 무대 위에 등장한 수십 명의 인물을 보고 느꼈다. 

배우의 연기만으로 전달되는 어쩌면 원시에 가까운 그 행위들이 전달하는 힘은 어떤 장면이라도 실제보다 더 리얼하게 구현하는 최첨단 CG영상 보다 더 큰 메시지와 울림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이 전달하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인간'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메신저로서 살아있는 ‘인간’만이 전달할 수 있는 에너지를 느끼게 해 준 극이었다. 


인간을 대체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역으로 인간의 본질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들이 각광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필요했던 건 완벽한 대체품 혹은 인간보다 뛰어난 존재가 아니라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고 믿게 해주는 인간의 온기였을 테니까.  

그래서 어쩌면 인간의 역사와 함께했던 연극은 인간의 역사가 끝나는 날까지 존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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